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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ready Gold Jun 19. 2020

벽간 소음 탈출기- 2

귀마개, 블루투스 스피커, 우퍼, 방음 공사

경비실을 통한 조정이 어이없는 압축률 ("집에서 핸드폰 하지 마세요" 전편 참고)로 인해 물 건너 가버린 후 어쩔 수 없이 대면만이 남았다. 현재 재택 중이고, 집 주변에도 프린트할 수 있을만한 곳이 없어 손 편지를 썼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기계식 범주의 소음으로 들리지만 사실 상 벽 안 쪽에서는 어떤 행동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인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리가 들리는 시간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썼다.


간단하게 준비한 간식과 함께 편지를 문 앞에 걸어놓은 그날 밤 벨이 울렸다. 옆집이었다. 서로의 방을 보여주고 이야기한 결과 정말로 기계식 키보드 소리가 맞았다. 나름 책상 앞에 계란판 흡음재 등을 설치해 놓고 사용하고 계셔서 '이것 참 세입자들끼리 이럴 일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옆집 분께서도 조심스럽게 가끔 내 친구들이 놀러 오면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서로 어떤 것 때문인 지 알았으니 앞으로 조심해서 사용하겠다는 답변을 해주셔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 방음 공사를 시작하게 되는 데 ....


층간(벽간) 소음에 노출되면 크게 3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1. 자기 귀 가리기

귀마개와 블루투스 헤드폰

층간소음 때문에 이용한 블루투스 후기 등은 층간소음 카페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필요하시다면 한 번 가입해서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 옆집이나 윗집과 대화가 잘 안 풀리는 경우는 우퍼를 많이들 구입 하시는 것 같다. 처음 층간소음을 검색하면 우퍼 언급이 정말 많고 가격이 꽤 16만원 정도로 낮지 않아서 놀랐는 데, 점점 알아보다 보니 블투 헤드폰 등은 더더 비쌌기 때문에 우퍼가 꽤 가성비 좋은 층간소음 해결 방식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2. 다른 생활 소음으로 가리기

음악, 백색 소음 등 다른 사운드 틀기


3. 방음 공사

그리고 다음이 방음 공사다. 방음 공사는 위의 2가지 선택지에 비해서 접근성도 낮고, 비용도 가장 높다.


옆집 분과의 대화 이후 키보드 사용 시 전보다 훨씬 조용하게 사용해 주시는 것이 느껴지고, 잠깐 동안 귀마개를 끼면 괜찮은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방음 공사를 선택한 이유는 내 행동이 외부 요인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것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고 같은 비중으로 내 소리가 넘어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 개인적으로 히키코모리식 (내향성이기 때문에 영어를 방구석에서만, 영상자료로만 한다)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데... 버벅대며 영어 공부할 때마다 신경 쓰이는 것도 너무 싫었다. 요즘은 스티브 잡스 님과 하고 있는 데.... 나의 '커넥팅 더 닷츠!!!'가 들릴 거라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진짜 싫다.. 으..... 물론 들린다면 들으시는 분이 더 괴로우시겠지만...


정말 정말 조그만, 벌레 우는 소리가 더 클 것 같은 작은 소리이긴 하기 때문에 귀마개 끼면 되긴 한다. 옆집에서 소음 나면 노래 틀면 된다. 밀린 영어 리스닝을 해도 된다. 그러면 지워지는 소리 정도이긴 하다. 하지만 노래는 내가 듣고 싶을 때 듣고 싶었다. 영어 공부도 내가 원할 때 하고 싶었다. '해야만 하는 것'과 '할 수 있다'는 천지 차이다.  


저런 것 때문에 옆집 사람을 원망하거나 귀찮아하게 되는 것도 싫었다. 사람이 일할 때 필요하면 기계식 키보드 쓸 수 있고, 하루에 한두 번 티브이 보고, 노래 듣고, 전화 통화할 수 있고, 친구도 놀러 오고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일상생활인데 그런 일상의 작은 행동들을 미워하게 되는 것도 두려웠다. 다들 이 정도 생활 소음은 참고 살고 있는 것일까? 나만 유난일까? 사실 생각해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었지 서울에서 지내는 16년 동안 크든 작든 소음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서 씁쓸해졌다. 방음과 층간(벽간) 소음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세입자들만 불쌍했다.


방음 공사는 접근성이 낮아서 대략적인 비용을 알기 어렵다. 인터넷에 한 번 검색하면 모든 게 나오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도 방음 공사는 대략적인 시공 비용의 범주도 알기가 어려웠다. 답답해서 숨고 사이트에서 벽간 소음 관련 견적 문의 글을 올렸고 답사 후 견적을 요청드렸다. 답사 결과, 벽은 튼튼하지만 가벽으로 조금 낮게 빼서 내린 천장 때문에 소음이 넘어오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때문에 벽면을 방음 처리해도 천장을 타고 소리가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제일 궁금했던 시공 비용은 벽면만 했을 경우 150만 원, 천장까지 했을 경우는 400만 원가량이었다. (*생활형 오피스텔 면적 기준으로 면적이나 구조에 따라, 업체, 재료 등에 따라 견적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벽면 및 천장에 맞춰서 각목으로 뼈대를 세우고, 그 안에 흡음재를 채워 넣고, 도배로 마무리하는 것까지 포함된 견적이었다. 소음이 넘어오게 되는 이유 등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조금 도움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덜컥 공사를 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


견적을 받은 후 가격 때문에 며칠 고민을 하다가 중간에서 만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방음 공사에 필요한 자재는 내가 준비하고, 업체에는 숙달된 인력을 부탁드려 시공하는 방식이다. 답사를 통해서 천장이 주요 문제일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긴 했지만 천장까지 덮기에는 자재 비용이 많이 들어서 일단 벽면 공사부터 해보는 것으로 정리했다.


과연 방음 공사의 방음 효과는? 3편에서 계속됩니다.

To be countinue................................................................................................................................!

(여전히 애용하고 있는 마침표 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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