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괴로웠던 인연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회사 생활에서 정말 힘든 순간을 꼽자면, 아무래도 사람 때문에 괴로운 순간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사람 때문에 괴로운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안 맞아서 오는 괴로움은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시간, 예산, 엇나간 현장을 통틀어도 비할 바가 못 되는 고통이다. 싸워도 보고, 대화도 해보고, 윗선에 보고도 해보고, 커피도 마셔보고, 같이 밥도 먹어보고, 업무 스타일을 면밀하게 체크도 해보고 별의별 방법을 써 보아도 그리 결론이 달라지지 않았다. 정말 내 인생에 극강으로 안 맞는 사람을 팀에서 만났을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 같은 한국어를 쓴다고 대화가 통하는 게 아니구나.
차라리 내가 모르는 나라에 가서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몸짓 발짓으로 이야기해도 이 사람과 나보다는 말이 더 통하겠다'
일은 다 몰아주면서 뒤에서는 뒷담을 퍼트려서 나만 바보가 되게 만든 동료라던가, 잠잘 시간도 휴일도 없이 5분 대기조로 나를 굴리던 상사, 서로 일에 열의가 있는 것은 같았는데도 서로 입만 열면 얼음 칼날 같은 소리만 내뱉게 되던 동료까지. 회사에서는 그렇게 회사가 아니라면 만나지 못했을 악연을 마주치곤 한다. 회사가 아니라면 인생의 1분도 겹치지 않았을 사람들. 인생의 어떤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없다는 데,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어서 생긴다는 데, 정말 괴롭고 안 맞았던 이런 사람들의 의미는 뭘까? 이 알 수 없는 난제는 순간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튀어 올라서 멈추지 않고 질문을 던져대곤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가끔 어떤 질문에는 끝끝내 답을 내놓을 수 없을 때도 있다. 그 모든 괴로움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렇게까지 괴로웠을 거면 명확한 의미라도 남기던가, 이렇게까지 무의미할 거면 그렇게까지 괴롭지는 않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관계들.
그러다 오랜 내 의문에 힌트가 되어주는 문장을 얼마 전 만났다.
Some people only come into your life to show you what love is not
어떤 사람들은 단지 '어떤 게 사랑이 아닌 지'를 알려주기 위해 당신의 삶에 끼어든다.
정말로 저런 사람들은 단순히 어떤 게 사랑이 아닌 지 당신에게 더욱 명확하게 깨닫기 위해서 잠시 당신의 삶을 스쳐 지나가는 것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냉정하게 축약하면 저런 사람들이 당신의 인생에서 갖는 의미와 교훈은.... 없다. 그러니 단지 "저런 게 사랑이 아닌 거구나, 그러면 저 사람들 덕분에 나는 어떤 게 사랑인 지, 어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주는 건 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겠네"를 알려주는 지침으로 사용하고 끝내면 될 일이다. 스쳐가는 풍경에 일일이 태그를 매기지 않듯이, 잠시 스쳐가는 눈살 찌푸려지는 한 순간이 당신의 여행을 망칠 수 없듯이, 의미 없는 낱장에 집착하는 대신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흔들림 없이 달려가기를. 이 모든 여정에 ‘반드시 끝이 있다’는 믿기 어렵지만 늘 일어나곤 하는 그 사실을, 매 순간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