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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라이터 Jun 07. 2019

HKD 빛바램











지금은 홍콩 여행 중이다. 이제 가야 할 곳은 홍콩의 명소라고 하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야경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홍콩은 참으로 신기한 것이, 두 개의 섬을 가로지르는 크루즈가 저렴한 가격에 지하철처럼 탈 수 있는 점이다. 그냥 두 발과 두 손이 있으면 지하철 개찰구를 자유롭게 드나들 듯이 탈 수가 있다. 부산에서 배를 탄다고 하면 지극히 쉽지 않은, 여럿 절차를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 때문에 이 곳에서는 이처럼 편리하게 동네 마실 나가듯이 섬과 섬을 가로지를 수 있는 듯 보였다. 홍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어야 이 지역의 경제의 논리가 정당화되고 합리화되기 때문에, 낮은 가격의 통행료를 지불하고 페리에서 크루즈를 탈 수 있는 걸 지도 모른다.



홍콩은 아시아와 유럽의 만남이 잦은 곳이다. 날이 밝아오면 나이키 탑 트레이닝복을 입고, 반바지에 블루투스 아이팟을 귀에 꽂고 시내를 조깅하는 유럽인들을 아주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란콰이펑에서의 화려한 네온사인들은 이방인들이 아시아의 한 곳을 탐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화려함' 대표적인 홍콩의 밤거리와 야경들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한 축이다.



사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야경이 그렇게 특출나진 않다. 그렇지만 중화권,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은 스스로의 자생능력이 상대적으로 뒤쳐진 편이라 서양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밤이 되면 화려한 불빛들을 내세우는 편이다. 하나의 전략이자, 국가 자체적인 수익의 창출원인 셈이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그러한 면을 가장 잘 나타내어주는 상징적인 퍼포먼스인 것처럼 보인다.



부산에 살면서, 가장 자부심으로 느껴오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광안대교의 야경이다. 해변가에서 맥주 한 캔 입에 머금으며 휘황찬란한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세상의 모서리 끝에서 가장 화려한 달빛을 보는 것보다 부러운 감성을 느낀다. 참 아름답고, 웅장하고, 고요한 광안리 특유의 냄새가 향긋 펴 저 올라온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반면에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클래식의 음악에 맞추어 건물의 불빛들이 음표 위에서 스케이드 댄싱을 추는 것 같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음의 높낮이에 맞추어 사람들의 두 동공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화려함'을 추구하는 삶은 멋져 보인다. 어딘가 불편함과 걱정거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내일이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 만큼 화려한 순간에 충실하다. 자신감 있는 말투,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방져 보일 수 있는 재력과시, 두둑한 지갑에서 나오는 배짱 있는 행동. 20대가 되면 화려한 삶이 길이자 이정표처럼 간주되어진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그러한 삶이 얼마나 부질없는 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화려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 친구 등에게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 속에 감춰진 말 못 한 사연들은 저 멀리 한 구석에 꽁꽁 싸매어놓고 자신의 장점만 부각해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밑 빠진 장독에 물만 부어서는 물이 채워지지 않는다. 장독을 뒤집어서 물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일단 응급처치를 하던가, 아니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독을 교체하는 타이밍을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화려하고 직선적인 겉모습만 보고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의 화려한 불빛들을 바라다보며 홍콩달러 한 장을 꺼내보았다. 예전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받았던 도시국가답게 국가의 화폐 이름을 '달러'로 명기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곳은 가장 서구적인 동양의 한 국가일 수도 있다.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가장 아시아답지 않은 문화와 자유스러운 현지인들의 제스처를 보고 느꼈다. 도쿄에서 볼 수 없었던 보수적이지 않은 생각과 태도에 놀라움을 이어나갔다. 지나간 마카오의 화려함에 견줄 수 있는 이 곳, 홍콩의 밤은 그렇게 계속 흘러갔다.






*writer, poet /  즈음: 일이 어찌 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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