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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라이터 Jun 04. 2019

홍콩 그곳은 홈(Home)컴(Come)






성 바울 성당






캐리어 두 개를 동시에 끌고 부산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익숙한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 늘 가던 동선으로 엘리베이터를 타, 빗길을 가르며 나의 집, 홈에 도착을 하였다. 두 개의 캐리어 중 하나의 지퍼를 열었다. 전해 들은 비밀번호, 기억하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는 숫자였다. 새로 산 물건들의 모양이 혹시나 망가질까 노심초사하며 바닥 위에 겨우 꺼내놓는다. 두 번째 캐리어는 이번 홍콩 여행에서 나와한 몸이 되어준 나의 유일한 친구였고, 여행 내내 입었던 모든 것들을 거실에 쏟아붓고 옷가지들은 곧바로 세탁실로 향한다. 느끼하고 맵지 않은 홍콩의 완탕면 대신 오늘 아침 메뉴는 라면이다. 자주 봐온 냄비 속에 물을 넣고 수프를 같이 투하. 이 향기는 분명 지난 여행의 5일 동안 맡아보지 못한 코를 시킁거리고 자극시켜주는 것이었다.



음식 하면 홍콩의 완탕면을 빼놓을 수가 없었다. 만둣국 같은 모양을 띤, 외견상으로는 어딘가 낯이 익지만, 맛은 분명 낯선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만두 같은 완탕 속엔 새우가 들어있었고, 국물은 새우의 향기를 널리 퍼지게 도와주었다. 마카오의 세나도 광장에 갔을 때 분수대 바로 옆에 위치한 ‘윙치케이’에서 그 맛을 되짚으며 마카오만의 포르투갈스러운 건축들을 음미하기에 충분했다.



세나도 광장에서 조금만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성 바울 성당’이 보인다. 아마도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 때 지어진 성당 같았다. 모습은 보존을 잘못해서인지 혹은 어떠한 전쟁에 의해서 훼손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이 허물어진 것은 확실해 보였다. 가는 길에 맛 본 마카오식 ‘에그타르트’는 인생에서 처음 맛 본 맛이다. 여태껏 살면서 한국에서조차 에그타르트를 먹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실이 입증하듯 디저트에 별 관심이 없다. 그렇지만 여행이 가져다주는 기운과 위에서 아래를 웅장하게 바라보고 있는 성 바울 성당 때문인지 확인할 길은 없겠지만, 소파에 누워서 눈을 감았을 때 그 눈으로 홍콩의 맛을 음미했던 가장 첫 번째 음식이 바로 에그타르트일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지나온 여행을 다시 기억하고 되돌아보면서 그 순간들의 추억을 되짚어보고 만져보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게 자기에게 특별한 뭔가를 부여하는 것과 비슷하다. 의식적으로 지나온 여행에 대한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에 대해서 내 경험의 포트폴리오 한 페이지에 한 구절과 사진을 넣어봄으로써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나 자신만의 의식이 형성된다. 빈틈없는 일상의 생각 속에 여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된 특별한 경험들이 침투해, 빈틈스럽게 머릿속의 생각들을 바꿔놓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론적으로 여행 후 또다시 일어날 반복적인 일상의 매 순간마다의 결정들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여행의 이유는 어쩌면 여행을 다녀온 이후를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 책임은 나 스스로에게 있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가나보다.



소파에 누워 두 눈을 감고 마카오의 세나도 광장을 돌아보는 동안, 마치 그곳이 나의 편안한 홈이었던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어차피 여행을 다녀온 후라면, 나에게 가장 확실하게 남는 것은 바로 그곳에서의 회상이다. 지금 내가 누워있는 이 곳이 홈인지, 방금 막 다녀온 그곳이 나의 홈인지, 분간할 길이 없다. 여행지에서는 지금 이 곳이 나의 홈일지라도, 지금 이 소파 위에서는 그곳이 홈일지도 모른다.







*writer, poet /  즈음: 일이 어찌 될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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