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당신의 '눈덩이'를 깨지 마라

빚 갚고 인테리어 하느라 날린 3억 원의 후회

9. 눈덩이를 절대로 깨지 마라.jpg


투자자로서 가장 뼈아픈 순간은 돈을 잃었을 때가 아닙니다. "가만히만 있었으면 벌었을 돈"을 내 발로 걷어찼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입니다.

저에게는 천추의 한으로 남은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병원 개원 후, 병원 시설 재정비를 위해 대대적인 인테리어를 결심했던 때의 일입니다. 당시 주식 시장은 꽤 좋았습니다. 제 계좌의 수익률도 빨간 불을 켜고 있었죠. 저는 소위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아 2억 원은 인테리어 비용으로 쓰고, 나머지 2억 원은 개원 초기에 빌렸던 빚을 갚는 데 썼습니다.

총 4억 원어치의 주식(눈덩이)을 깨서, 빚을 없애고 병원을 고친 것입니다. '빚 없는 병원', '새집 같은 인테리어'. 겉보기엔 완벽하고 합리적인 선택 같았습니다. 마음도 편했고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선택은 제 투자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1. 2025년의 불장, 그리고 텅 빈 계좌



2025년, 국내 주식 시장은 엄청난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그 주식을 팔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가 인테리어와 빚 갚느라 팔아치운 4억 원의 주식은, 2025년의 상승장을 타고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있었을 겁니다. 기존에 보유한 주식들도 수익을 줬지만, 만약 그 4억 원이 더 있었다면 제 자산의 앞자리가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더 뼈아픈 건, 제가 서둘러 갚아버린 '빚 2억 원'이었습니다.


2. 장기간 우하향하는 자산에 '숏(Short)'을 쳐라



투자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장기간 우하향하는 자산에는 숏(매도)을 치고, 장기간 우상향하는 자산에는 롱(매수)을 쳐라."

이 원리를 제 상황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우상향하는 자산 (Long): 우량 주식, 부동산

우하향하는 자산 (Short): 원화 (현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화(현금)'의 가치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필연적으로 떨어집니다. 반면 우량 자산의 가치는 오릅니다. 따라서 부자가 되는 공식은 간단합니다. 가치가 떨어지는 '원화'는 최대한 빌려서(빚 = 원화 숏 포지션) 가지고 있고, 그 돈으로 가치가 오르는 '자산'을 사서(롱 포지션) 보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정반대로 행동했습니다. 가치가 오를 주식(Long)을 팔아버리고,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녹아내릴 원화 빚(Short)을 제 돈으로 갚아버린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내 빚의 실질 가치를 깎아내려 주는 이득마저 스스로 걷어차 버린 꼴입니다.


3.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3억'을 손해 봤다



밤에 잠이 안 와서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습니다.

주식 매도 손실: 2025년 불장에서 놓친 4억 원에 대한 투자 수익 (기회비용)

인플레이션 헷지 실패: 갚아버린 빚 2억 원과 인테리어 대출을 일으켰다면 총 4억 원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 가치가 줄어들었을 이익

주식을 팔아서 얻지 못한 수익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합쳐서 환산해 보니, 어림잡아 3억 원가량의 손해를 본 셈이었습니다. 인테리어는 대출을 받아 공사를 하고, 기존 빚을 놔둔 채 주식을 들고만 있었어도, 제 순자산은 지금보다 3억 원이 더 많았을 겁니다.


결론: 눈덩이는 굴리는 것이지, 깨 먹는 것이 아니다



워런 버핏은 투자를 "눈덩이(Snowball) 굴리기"에 비유했습니다. 언덕 위에서 굴리기 시작한 눈덩이는 처음엔 작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붙어 거대해집니다.

그런데 저는 당장 눈앞의 빚이 보기 싫다는 감정적인 이유로, 인테리어를 내 돈으로 하겠다는 이유로, 잘 굴러가던 눈덩이를 산산조각 내서 써버렸습니다. 깨진 눈덩이는 다시 붙일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굴려야 합니다.

저는 그날의 실수를 뼛속 깊이 새겼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눈덩이를 깨지 마라."

돈이 필요하다면 자산을 파는 대신,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십시오. 금리가 무섭다고요? 아니요. 정말 무서운 건, 당신의 자산이 복리로 불어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 오늘, 내 눈덩이를 지키기 위한 3가지 원칙

소비를 위해 자산을 팔지 마라 차를 바꾸거나 여행을 가기 위해 주식을 팔지 마세요. 소비는 오직 '현금 흐름(배당, 월세, 근로소득)'으로만 해결하십시오.

'좋은 빚'을 두려워하지 마라 자산을 매입하거나 지키기 위해 쓰는 빚은 '좋은 빚'입니다. 원화 가치는 어차피 떨어집니다.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면 빚은 자산 증식의 파트너입니다.

급전이 필요할 땐 '담보 대출'을 활용하라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아서 현금화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가능하다면 자산을 지키면서 담보 대출을 활용하는 방법을 먼저 고려하세요.(주식의 경우 레버리지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및 우량 사업체에 대한 담보대출을 먼저 고려하세요)


유튜브에서 투자하는 동물병원 원장 검색 하시면

영상도 보실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음 화 예고] 10화(최종회). 우리는 '의료 기계'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돈을 지키고 불리는 치열한 기술들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좁은 진료실에서 환자만 보는 '덧셈의 노동'을 멈추고, 시간과 자산이 스스로 불어나는 '곱셈의 삶'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다음 화, 브런치북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3가지 사고 알고리즘(인과율, 역산적 사고, 복리)과 함께, 진정한 자유를 향한 제언을 드리려 합니다.

"당신은 기술자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삶을 운용하는 투자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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