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자영업의 겨울, 그리고 자본주의의 생존법
2026년 2월, 유독 춥고 건조한 겨울이다.
요즘 들어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에게서 부쩍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오랜만에 울리는 벨 소리지만, 수화기 너머의 레퍼토리는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송원장, 병원 어때? 요즘 진짜 죽겠다. 매출이 너무 빠지네."
그들의 깊은 한숨에서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불과 몇 년 전, 코로나 팬데믹 시절만 해도 동물병원은 유례없는 호황이었다. 사람들은 집에 머물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입양했고,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소위 말하는 '코로나 특수'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그 거품은 잔인하게 꺼졌다.
치솟은 물가와 여전히 매운 금리의 여파로 사람들은 지갑을 닫아버렸다. 그 직격탄은 고스란히 1인 동물병원들에게 쏟아지고 있다. 개원만 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던 그들에게, 지금의 텅 빈 대기실은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포착된다.
그렇게 "힘들다, 죽겠다"는 하소연을 끝내기 전, 그들이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근데 형, 요즘 뭐 사야 돼? 주식이나 코인 좀 추천해 줘."
불과 1~2년 전만 해도 "나는 안전하게 예적금만 해"라며 차트는 쳐다보지도 않던 동료들이다. 땀 흘려 번 노동 소득만이 신성하다고 믿었던 그들이 변했다.
왜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노동 소득'에서 오던 도파민이 끊겼기 때문이다.
열심히 진료를 보고 수술을 해도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예전 같지 않다. 성취감은 사라지고 생존에 대한 불안감만 남았다. 그러니 그 결핍된 도파민을 채우기 위해, 뒤늦게나마 변동성이 큰 자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이겠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자본주의의 냉혹한 진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많은 사람들은 착각한다.
"경기가 안 좋으면 주식도, 부동산도 다 떨어질 거야. 현금 쥐고 있는 게 최고야."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가 숨기고 있는 가장 큰 역설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하에 금리를 손보고, 막대한 양의 '신용 화폐'를 시장에 뿌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풀린 유동성은 어디로 흘러갈까?
죽어가는 자영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 돈은 가장 먼저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자산의 가격을 폭등시킨다.
즉, 경기가 나쁠수록 실물 경제는 박살 나지만, 자산을 가진 자는 더 부자가 되는 게임이 펼쳐지는 것이다.
동물병원은 대표적으로 경기를 타는 업종이다.
경기가 좋으면 보호자들이 지갑을 여니 병원 매출이 오른다.
반대로 지금처럼 경기가 나쁘면?
정부가 돈을 풀기 때문에 내가 사 둔 자산의 가치가 오른다.
나는 이 양방향의 헷지(Hedge)를 완성했기에, 2026년의 이 한파가 두렵지 않다.
오히려 자산이 증식되는 기회를 즐기고 있다.
오늘 나의 동물병원은 조용하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글로벌 기업들은 잠들지 않고 나를 위해 일하고 있다.
자산이 커지는 속도는 이미 나의 노동 소득을 넘어 압도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돈에서 자유로워지니 나는 더 '진짜 수의사'가 되었다.
정신은 맑아졌고, 매출 압박이 없으니 반려동물의 아픔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더 이상 동물병원의 매출과 순이익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내 눈앞에 있는 반려동물의 삶의 질 향상과 수명 연장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운명은 나를 수의사로 만들었지만,
나를 진정으로 지켜준 건 결국 투자자로서의 나였다.
해당 브런치북은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홀수 화 (Odd): 자본주의를 정복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 현재의 투자자 송원장 이야기
짝수 화 (Even): 돈이라는 방패가 없어 처절하게 버텨야 했던 과거의 생계형 수의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