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식 폭락장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안티프래질' 바벨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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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원장, 너 자산의 대부분이 미국 주식에 들어가 있다며? 그러다 예전처럼 반토막 나고 폭락장 오면 어쩌려고 그래? 넌 불안하지도 않냐?"


주변 사람들은 내게 자주 묻는다. 마치 내가 아슬아슬한 절벽 위를 걷고 있는 사람인 양 걱정스러운 눈빛, 혹은 '너도 한번 크게 데어봐라' 하는 묘한 기대감이 섞인 목소리로. 그럴 때마다 나는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마시며 아주 태평하게 대답한다.


"주식이 폭락하면? 좋은 거지. 내가 평생 모아갈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바겐세일 가격에 더 주워 담을 수 있는 기회니까."


사람들은 내 대답을 들으면 미친놈 보듯 고개를 젓는다. 내가 이토록 거만할 정도로 태평할 수 있는 이유? 내가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천재라서가 아니다. 내 뒤에는 어떠한 경제적 눈보라와 태풍이 몰아쳐도 내 가족을 완벽하게 보호해 줄 '4중 방탄조끼', 즉 압도적인 방어망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맨바닥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는 것 자체는 두렵지 않다. 하지만 '가족'이 생기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자식이 원하는 것을 전부 다 해줄 수는 없더라도, 돈이 없어서 먹고 싶은 것을 못 사주고 최소한의 교육조차 받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지옥이다.


내 철칙은 하나다. '어떠한 경제적 위기가 오더라도, 자식들은 우리 가정의 경제 상황(위기)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키운다.' 나는 이 목표를 위해 나심 탈레브의 '바벨 전략(Barbell Strategy)'을 내 삶에 완벽하게 세팅했다. 한쪽 끝에는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자산(미국 주식)을 몰아넣고, 반대쪽 끝에는 절대 깨지지 않는 극단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 절대적인 4단계 안전망은 다음과 같다.


1. 빼기의 미학: 20%의 생활비와 마진의 극대화

송 원장 부부의 방어망 1단계는 소비 통제다. 우리는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차를 바꾸거나 생활비의 덩치를 키우지 않는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껍데기(체면) 소비는 일절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궁상맞게 살거나 남에게 얻어먹기만 하는 찌질한 구두쇠라는 뜻은 아니다. 인간성을 갉아먹을 정도로 돈에 인색하게 굴지는 않되,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물건을 사서 오래 쓰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남는 장사라는 것을 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하지만, 한 달 생활비는 400만 원 선으로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세후 소득을 기준으로 단 20%이하를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80%이상을 막대한 잉여 자금은 전부 자본의 성벽을 쌓는 '시드 머니'로 직행한다.


2. 헷징(Hedging)의 마법: 사적 연금과 국민연금

두 번째는 미래를 위한 현금흐름이다. 우리 부부는 1년에 각각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에 300만 원, 연금저축펀드에 1,500만 원씩을 넣는다. 부부 합산 매년 3,600만 원이라는 묵직한 돈이 연금 계좌로 들어가 적립식으로 투자된다.

여기에 더해, 5년 전 부부 모두 25세 이후의 국민연금 공백기에 대해 '추납(추후납부)'을 완료했다. 혹자는 "국민연금 고갈된다는데 왜 붓냐"라고 비웃는다. 하지만 이것은 완벽한 '양방향 헷징(Hedge)'이다. 노인 인구가 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해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주식이 '환율 상승(달러 강세)'으로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한국 경제가 튼튼하게 잘 버텨서 달러 환율이 오르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나라에서 지급하는 부부 합산 월 350만 원의 국민연금이 노후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오래 살면 살수록 무조건 이기는 게임, 이보다 완벽한 보험사 상품은 세상에 없다.


3. 풍차 돌리기: 6년 치 생활비, 3억의 현금 성벽

세 번째는 언제든 빼 쓸 수 있는 원화 비상금 3억 원이다. 우리 가족의 연 생활비가 약 5,000만 원이므로, 내 수입이 0원이 되어도 무려 6년을 아무 타격 없이 버틸 수 있는 거대한 식량 창고다.

이 돈은 놀리지 않는다. 결혼할 때부터 매달 일정 금액을 예금으로 묶었던 것이 눈덩이처럼 커져, 지금은 '매달 2,500만 원씩 만기가 돌아오는 1년짜리 정기예금 12개'로 세팅되어 있다. 가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동물병원에 급전이 필요하면, 아무리 늦어도 한 달 안에는 2,500만 원의 현금이 자동으로 내 통장에 꽂힌다. 더 급하면 예금을 깨면 그만이다. 이자만 날아갈 뿐, 내 원금은 단 1원도 다치지 않는다. (물론 아직 단 한 번도 이 성벽을 헐어본 적은 없다.)


4. 궁극의 피난처: 3억 원의 실물 금(Gold) 투자

마지막 네 번째 방벽은 '금(Gold)'이다. 현재 ETF 형태로 약 3억 원 가까운 금에 투자하고 있다. 화폐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는 극단적인 위기 상황을 대비한 최후의 보루다. 기술의 발달로 금 채굴량이 미친 듯이 늘어나 금의 희소성이 깨지지 않는 이상(현재 연간 생산량은 총량의 2% 수준), 나는 은퇴 전까지 이 금을 팔 생각이 없다. 앞선 3억의 현금 비상금이 뚫리거나, 노후 연금으로도 생활비가 모자라는 극단적인 '둠스데이(Doomsday)'가 온다면 그때 열어볼 최후의 금고다.


안티프래질(Antifragile), 위기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아내는 급여 생활자이고, 나는 직원을 딱 2명만 두고 고정비를 최소화한 동물병원을 운영한다. 적자가 나려야 날 수가 없는 가벼운 구조(Lean)다. 여기서 나오는 현금흐름으로 매달 소득의 80%가 위기에 대응할 폭발적인 시드 머니로 적립된다.


사람들은 내가 미국 주식에 자산을 몰빵했으니, 경제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파산할 것이라며 혀를 찬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과연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먼저 무너지는 것은 나일까, 아니면 수익의 80%를 외제차 할부금과 대출 이자로 태우며 나를 걱정하던 그들일까?


경기가 박살 나고 주식이 폭락하면, 정부는 살기 위해 돈(유동성)을 풀 수밖에 없다. 그 사이 동물병원의 수익은 아주 조금 줄어들지 몰라도, 내가 싼값에 주워 담은 자본(주식)의 가치는 돈 풀기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으면? 동물병원 수익이 늘어나니 자산을 사 모을 시드 머니가 더 크게 적립된다.


이것이 내가 매트릭스를 빠져나와 구축한 '안티프래질(충격을 받을수록 더 단단해지는 상태)'이다. 어떤 형태의 위기가 오든, 나는 그 형태에 맞춰 유연하게 진화하며 더 거대한 자본을 축적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평온하게 커피를 내리며, 기쁜 마음으로 다음 폭락장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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