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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벳최 May 02. 2024

펫푸드 리콜의 역사 - 5 (한국편)

전편 ‘펫푸드 리콜의 역사 - 4’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1편부터 읽고 싶으신 분은 하단 링크를 참조 해주세요. 

https://brunch.co.kr/@vetchae/11


한국 펫푸드 사태


사실상 4편을 마지막으로 '펫푸드 리콜의 역사' 시리즈물을 마무리 할려고 했으나.. 아차차!

1편 시작할 때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국 펫푸드 리콜의 역사 및 시사점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이 문구를 적었던걸 깜빡했습니다.

건망증 있는 필자를 용서해주시길 바라며.. 진짜 대망의 마지막 5, 6편을 시작하겠습니다.

정확하게는 한국에서 펫푸드 리콜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료 이슈 사례들을 묶어서 '한국 펫푸드 사태'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국 펫푸드 사태 (5편) 뿐만 아니라 번외로 살리노마이신 리콜 (6편) 도 살펴 보겠습니다.

참고로 살리노마이신의 경우 온라인 반응을 보니, 이번 고양이 집단 폐사 사태의 원흉으로 보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부 조사 중간 결과에 의하면 살리노마이신이 음성으로 나왔다고 하니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리노마이신이 무엇일까? 어떠한 증상을 보였을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시는 보호자가 계실 것 같아서 번외편으로 다뤄 보았습니다.

한국 펫푸드 사태

시간 순서대로 작성할 예정입니다. 즉 가장 오래 전 사례부터 시작해서 최근 사례까지 살펴 볼게요.


2003 - 2004년 멜라민 사태
 

펫푸드 리콜의 역사 1편에서 다뤘었죠? 미국에서는 2007년에 이슈가 됐었지만 알고보니 한국에서는 이미 2003 - 2004년에 휩쓸고 지나 갔었답니다.

아래 자료는 2004년에 게시된 한국소비자연맹 보도자료에서 발췌해 왔어요. 태국 공장에서 생산된 페디그리 건사료에 대한 리콜이 발생했었는데, 아래 스샷을 보시면 이때만 해도 곰팡이가 원인인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곰팡이 오염의 증거를 찾지 못해 원인 불명으로 종결 됐었고요.



근데 흥미롭게도 이 케이스의 원인이 2009년에 세상에 드러났어요.

2003년과 2004년에 건국대학교 수의대학교 동물병원에 신장병으로 입원한 댕댕이들이 유독 많았어요.

이때는 원인을 모르고 지나갔지만 2007년에 미국에서 멜라민 파동이 터지고 나서, 건국대에서 진료봤던 수의사들이 "어 우리가 2003 ~ 2004년에 봤던 케이스랑 비슷한데?" 하면서 2009년에 논문을 쓰게 된거지요.

2003 ~ 2004년 사이에 있었던 신장병 케이스들을 리뷰한 다음에, 멜라민 중독으로 의심되는 케이스의 신장 조직을 검사 했더니 멜라민과 시아누르산이 발견 됐다고 해요 (1). 이는 미국 멜라민 파동의 부검 결과와 일치해요 (자세한 내용은 '펫푸드 리콜의 역사 1편' 참조).

이 시기에 한국에서 천마리 정도의 강아지가 멜라민 때문에 죽은걸로 추산 된다고 해요.

비록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 하지는 못 했지만 뒤늦게라도 원인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2016년 XXXX펫 사료 사건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이 업체는 혐의를 벗었답니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2016년에 SNS 마케팅으로 유명한 사료 회사의 사료를 먹고 구토, 혈변 등의 증상을 보이며 강아지들이 아팠던 사건이 있어요 (이건 당시 보호자 입장의 내용이에요. 사료가 원인이 아니었을 수 있음을 말씀 드립니다). 이때 볼드모트 (?) 사료라고도 불렸어요.


업체는 같은 사료를 제공했던 유기견 보호소 내 유기견들이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기에,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6곳의 성분 검출 기관에 의뢰를 맡겼고, 84개 항목에 대해 조사한 뒤 ‘유해성분 불검출’ 결과를 통보 받았어요.


다만 논란 이후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해당 제품을 구매 했던 고객에게 환불조치하고 반려견 치료비를 배상 했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료 사업에서 철수하고 다른 사업을 하고 있어요.


2021년 한국 펫푸드 실태 조사


펫푸드 사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유통되는 사료 및 간식의 병원균 및 식품첨가물을 검사한 논문이 있어서 살펴 봤습니다.


2021년 중순에 광주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이 지역에서 판매 중인 반려동물 사료ᆞ간식 130개를 검사 했어요 (2).

이중 14종 (11%) 의 제품에서 미생물 기준치 초과 또는 식중독균이 검출되었어요.

이 중 2/3 은 소규모 수제간식 판매점이었고, 1/3은 대형마트, 애견삽 제품이었다고 해요.

영세한 업체들이 만드는 간식류가 위생 관리가 조금 덜 되었던 걸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래 자료를 보시죠.

반면 식품첨가물 분야에선 130종 제품 중 61종(47%) 제품에서 보존료 또는 산화방지제가 검출되었는데, 61종 제품 모두 대형 마트ᆞ애견샵 제품이었어요.

물론 소규모 업체가 위생 관리가 상대적으로 허술 했을 수도 있겠지만, 보존료가 없었어서 병원균에 더 취약 했으리라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참고로 보존료, 산화방지제는 나쁜게 아니랍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병원균 발생을 줄여, 제품이 어느 정도의 유통기한을 갖기 위해 필요한 물질들 입니다.

정확하게는 어떤 보존료, 산화방지제가 쓰였느냐가 중요하겠죠?

61종(47%) 중 대부분은 소브산이라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제품이 검출 되었어요. 사람이 먹는 음식의 식품 보존제로도 쓰인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130종 중 ‘무방부제’ 또는 ‘무첨가제’ 표기 제품은 20종이었는데, 그중 8개(40.0%) 제품에서 보존료인 소브산이 검출 되었어요.

즉 "우리 제품 첨가제 없어" 라고 했는데 그 중에 40%는 첨가제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댕냥이한테 해로운 성분은 아니지만 신뢰성 측면에서.. 조금 그렇죠?

마지막으로 산화방지제 4종에 대한 검사를 했는데 130개 제품 중 3건(2.3%) 검출되었으며, 3건 모두 디부틸히드록시톨루엔 (BHT) 이었어요.

펫푸드에 관심 있는 보호자 분이시라면 BHT를 들어보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BHT는 펫푸드뿐만 아니라 사람이 먹는 가공 식품에서도 산화방지제로 쓰이고 있어요. 하지만 체내 호르몬 기능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고, 형제 물질인 BHA의 경우 잠재적인 발암물질로 분류 되고 있어요.

펫푸드 내에 일정 농도까진 안전하다라고 얘기되고 있지만, 위의 이유로 인해서 보호자들은 가능하면 BHA/BHT 프리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느껴져요.

그리고 대체재로 안전성이 증명된 비타민 C, 비타민 E, 로즈마리 추출물 등이 있기 때문에 BHT의 사용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2023년 조류 독감에 오염된 고양이 사료


작년 말에 한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었죠?

비교적 최근 일이라 기억하고 계신 독자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네이버에 검색해서 나오는 자료를 설명 드리는건 의미 없으니, 색다른 시각을 위해 관련 논문과 미국 보도 자료 등을 찾아 보았어요.

흥미로운건 인수공통 감염병이 고양이한테 전염된 사례라서 그런지 미국의 유명한 펫푸드 매거진인 'pet food industry'에도 이 사건이 보도 되었어요.


인수공통 감염병이란 동물과 사람 간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되는 감염병으로, 일반적으로는 '동물이 사람에 옮기는' 감염병을 지칭해요.


전국민을 마스크 쓰게 만들었던 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 도 인수공통 감염병이에요. 
야생 동물한테 시작해서 사람한테 감염을 일으켰고, 강아지와 고양이한테도 전염 사례가 있거든요.   

다시 이 보도 자료와 논문으로 돌아와서, 작년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살펴 볼게요.

2023년 7월, 서울의 한 고양이 보호소에서 갑자기 고양이들이 급성 호흡기 증상을 보이더니, 95% (38/40) 가 1달 이내에 집단 폐사 했어요 (3). 비슷한 시기에 다른 고양이 보호소에서도 호흡기 증상이 보고 되었어요.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 조사 결과 보호소에 있던 고양이 사료에서 조류독감 (H5N1) 바이러스가 검출 되었어요.


해당 사료는 네이처스로우에서 제조한 '밸런스드 덕'과 '밸런스드 치킨'이었어요.

알고보니 해당 업체가 5월 25일부터 장비가 고장나서, 필요한 살균 절차를 따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어요.

이후 농식품부는 이 업체에서 생산했던 모든 고양이 사료에 대해 리콜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약 300명의 보호자한테 약 13,000개 정도 팔린 뒤였는데, 다행히도 이 집고양이들은 감염 징후가 없었다고 해요.

이 조류독감은 어떻게 고양이 사료에 유입 되었던 걸까요?

논문에 의하면 2023년 4월까지 한국의 오리 및 닭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돌고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 때 감염된 오리나 닭이 사료에 원자재로 쓰였던 것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농식품부에서 원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한 고양이들이 단순히 사료를 먹고 감염이 됐는지, 아니면 나중에 서로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시작 했는지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고양이와 접촉한 사람 중 조류독감에 걸린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어요.

또한 전염병학자들은 고양이가 조류독감의 중요한 매개체가 아니어서, 사람에게 조류 인플루엔자를 전염시킬까 하는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운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필이면 그 때 농장에서 조류 독감이 돌고, 하필이면 그 때 살균 장비가 고장나고..


하지만 세상에 만약은 없으니까,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소에 경각심을 가지고 위생을 중히 여겨야겠죠?!


자, 다음편은 진짜 마지막 편이자 번외편인 '살리노마이신 리콜' 입니다.


위 내용은 제 블로그, 트위터 및 쓰레드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블로그: vetchae.com

트위터: twitter.com/vet_chae

쓰레드: threads.net/@vet_chae


1. Ji Young Yhee, Yhee JY, Cathy A. Brown, Brown CA, Chi Ho Yu, Yu CH, et al. Retrospective study of melamine/cyanuric acid-induced renal failure in dogs in Korea between 2003 and 2004. Vet Pathol. 2009 Mar 1;46(2):348–54.

2. Lim D, Kim JY, An A, Park J, Jeong H, Gwak J, et al. Investigation of microbial contamination and use of food additives for pet foods in Gwangju, Korea. Korean J Vet Serv. 2022 Sep 30;45(3):155–64.

3. Kim Y, Fournié G, Métras R, Song D, Donnelly CA, Pfeiffer DU, et al. Lessons for cross-species viral transmission surveillance from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Korean cat shelter outbreaks. Nat Commun. 2023 Oct 31;14(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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