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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이 Sep 19. 2020

취향, 컨셉, 가치관, 철학

다른 듯 같은 듯 넘나드는 

취향을 늘어놓는 것과 철학 사이의 관련성


-철학이란 

세상은 철학이라는 말을 참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동시에 가장 양면적으로도 사용한다. 삶의 이유라거나 심오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철학적이다'라는 말을 일종의 감탄사로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철학은 때때로 우스운 취향 즈음으로 여겨진다.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개똥철학'이라는 말을 마음속에 되뇐다. 

철학을 배우던 첫날부터 지금까지 지겹도록 듣는 소리가 하나 있다. 모든 학문의 근원이라는 설명이다. 위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광범위하게 쓰이는 모습을 보니,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어렴풋이 수긍은 된다.


-취향이란

어떤 브랜드를, 어떤 책을,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취향에 따라 자신을 뽐낼 수 있는 시대다. 미디어의 발달로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우리에게 쏟아졌고 취사선택은 곧 개인의 역량을 나타내는 지표로써 쓰인다. 




A : 좋아하는 브랜드는 이솝, 아페쎄, 매거진 '감 GARM'을 즐겨봄. 주말에는 보통 성수동을 방문. 요즘은 을지로 부근의 괜찮은 바들을 알아보는 데에 재미를 느낌. 인스타그램 맛집보다는 30년이 넘은 서울의 노포들을 즐겨 방문함.


B: 좋아하는 브랜드는 나이키, 애플, 잡지는 별로 안봄, 다만 5년째 종이신문 중앙일보 구독 중. 주말에는 나이키 런 클럽에서 활동. 뚝섬 근처 러닝을 즐겨함. 휘낭시에를 좋아해 맛집을 종종 찾아다님.

 



A와 B의 취향을 간단히 설명해봤다. 어떤 지역에서 나고 자랐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좀 더 속물적으로 들어가 보자면 집은 있는지, 차는 있는지, 자산은 얼마나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럼에도 늘어놓은 취향들만으로도 그들이 어떤 사람일지 조금은 파악했다 느끼고, 셜록에 빙의 해 어느 정도 '어떤 사람이구나-'라는 예측을 해 볼 수도 있다. 


취향이란 그렇다. 좋아하는 것들이 모이다 보면 나의 모습을 구성한다. 나아가 행동 하나에도 이유를 만들어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자연스러운 컨셉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 고착화되고 때로는 바뀌며 가치관을 생성한다.


-취향에서 컨셉, 가치관을 거쳐 철학까지

앞서 말했던 A와 B의 경우를 조금 더 설명해볼까?


A의 경우, 주말에 성수동을 방문하는 이유는 괜찮은 가게들이 많아서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공정무역 원두를 들여온 카페가 있고, 다른 가게들보다 괜찮은 가격에 시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가 바가 있다. 홍대나 강남보다는 훨씬 소박하지만 나름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연남동보다는 조용해서 선호한다. A는 선천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신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입으로 즐길 수 있는 미각에 대해 예민한 편이다. 커피, 시가, 맛있는 음식을 사랑한다. 가장 안정된 쾌快이기 때문이다.








B의 경우, 직장 생활을 하다 허리가 좋지 않아져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이키 브랜드를 이전에도 좋아했지만 힙한 이미지 때문이었지 운동복으로써의 기능은 잘 몰랐다. 단순히 나이키 신발이 많아서, 유명해서, 맨몸으로 가능한 운동이라 나이키 런 클럽에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큰 취미생활이고, 또 사회적 교류의 장이다. 

그들이 그러한 취향을 가진 것은 우연이나 순간의 마음 탓이 아니다. 쌓아 올려온 하루들, 경험, 삶이 그들의 선택을 만들었다. 취향은 때때로 너무 가볍게 여겨지지만, 그 동기를 돌아보면 결코 단순하지 않다. 










A는 어쩌면 아주 먼 미래에 카페를 차릴지도 모른다. 공정무역 원두에 대한 관심이 창업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가게의 좌석 간격을 아주 멀리씩 띄어놓는다. 과히 시끄러운 공간, 대화가 침범되는 공간은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카페를 아주 오래 하고 나서 우연히 자신의 사업에 대해 말할 기회가 되면, 그때에는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순간은 인간에게 중요하다'라는 철학을 성립한 상태일 테다. 자신의 취향이 나아가 컨셉이, 가치관이, 철학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 취향을 쓴다


그러니까... 네 단어는 같은 듯 다른 듯 넘나드는 개념들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의 간단한 선호도가 사람에게 너무나 중요하다는 거. 


거창하게 나름의 철학을 써 놓았다. 이 브런치에서는 취향, 컨셉, 가치관, 그리고 철학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좀 더 쉽게 말해볼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게 이 브런치의 목적. 약간 욕심을 부리면, 내 취향들이 당신의 취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솝을 사랑하는 이유, 매거진 B를 모으는 이유, 락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에 호기심을 느끼고 어느 하루 이것들을 느꼈으면 좋겠다. 나아가 당신의 철학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좋아하는 책부터 되고 싶은 롤 모델까지. 수많은 취향을 브런치에 담아보겠다고 야심 차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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