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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Jul 26. 2022

럭셔리 가든파티에 초대된 느낌, 모엣 샹동 하우스

오스틴의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방문기 2탄: 모엣 샹동


샹파뉴 지역에서 두 번째로 방문한 샴페인 하우스는 모엣 샹동이다.

이론적으로 랭스 한 군데, 에페르네 한 군데를 고른 건 잘한 것 같다. 왜냐하면 랭스는 피노누아 중심으로 재배하고 있고, 에페르네는 샤도네이 중심으로 기르고 있기 때문에 특징이 다른 점을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전에 들린 뵈브 클리코는 적포도인 피노 비율이 높고, 모엣 샹동은 청포도인 샤도네이 비율이 높아 기본 논 빈티지 브뤼에서 맛과 향의 차이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투어는 원래 조금 더 비싸고 좋은 와인을 주는 빈티지 투어를 하고 싶었는데, 영어로 제공되는 건 임페리얼 투어 밖에 없었다.
임페리얼이라... 한국에서 흔하고 흔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거라 고민 좀 했지만, 그래도 샴페인 하우스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가격은 인당 30유로.


곳곳이 럭셔리한 모엣 샹동 샴페인 하우스


역시 대기업 LVMH 답게 럭셔리 호텔을 방불케 하는 공간들이었다. 건물 안에는 무뚝뚝한 가드까지 서있어서 다소 위압감이 느껴졌다.


우리의 가이드는 유창한 언어로 모엣 샹동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마치 내가 모엣 샹동에 취직하여 OJT 받는 것처럼 귀에 쏙쏙 박히게 설명해 주셔서 그 점은 뵈브 클리코보다 좋았다. (뵈브 클리코 가이드분은 이탈리안 잉글리시를 구사하셔서 듣기가 쉽진 않았다.)


병목을 보면 발효 침전물들이 모여있다.


어의 내용은 오전에 들었던 뵈브 클리코와 크게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샴페인 주요 포도 품종, 샴페인 전통 제조 방식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뵈브 클리코에서 보았던 리들링 테이블도 똑같이 확인했다. 다만, 실제로 병목에 침전물이 모여있는 것을 확인해 본 것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모엣 샹동 그룹은 럭셔리 샴페인인 돔 페리뇽이나 크룩도 만들기 때문에, 모엣 샹동 까브에는 실로 엄청난 양의 샴페인 병들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를 보는 모든 방문객들이 모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악마의 술 샴페인으로부터 지켜주소서


모엣 샹동 까브에 있는 모자상이다. 샴페인이 발효되고 기포가 생기는 과정에 대해 몰랐던 때에는 샴페인을 악마의 술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갑자기 까브에서 빵빵 터지는 샴페인의 모습에 악령이 씌었다고 의심할 법은 하다.

그래서 악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저렇게 모자상을 세워두었다고 한다.


럭셔리 가든 파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투어의 화룡정점은 마지막 테이스팅 장소에 있었다. 햇빛 좋은 풀밭에서 마시는 샴페인이라니, 마치 어느 가든파티에 초대된 느낌이었다. 이것이 바로 현대 마케팅의 핵심, '있어빌리티'가 아닐지.


시음 와인인 임페리얼 브뤼와 임페리얼 로제


우리의 시음 와인은 엣 샹동 임페리얼 브뤼와 로제 브뤼였다. 공간도 설명도 참 좋았는데, 샴페인의 맛이 그렇지 못해 슬펐던 순간이었다.

모엣 샹동의 임페리얼은 이제는 우리 입맛에 너무 달다. 바로 전에 와인샵에서 아주 산미 팡팡 터지는 드라이한 샴페인들을 마시고 와서 그런지 더 비교가 되면서, 너무 달게 느껴져 다 못 마셨다.
특히 로제는 프랑스에서 산 딸기물 음료수 같았고, 브뤼는 진짜 아무 느낌이 없었다.
모엣 샹동 임페리얼은 아마 내 돈 주고는 마실 일이 없을 것 같단 생각마저 들었다.



돔 페리뇽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샴페인 하우스를 나서는 길에 돔 페리뇽 수도사와 마주했다. 샴페인이 병 안에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코르크가 저절로 열려 터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해결한 인물이며, 실제 이 분의 이름을 따서 지금의 돔 페리뇽 샴페인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수도사님, 다음에는 크룩이나 돔 페리뇽도 시음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빌어보았다.


이렇게 샹파뉴 여행은 끝. 샴페인을 제일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나 아쉬웠던 당일치기 일정이었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그때는 대기업 하우스가 아닌 소규모 농가로, 그리고 2박 3일 정도 묵어 다양한 경험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미래의 샹파뉴 여행을 고대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뵈브 클리코 빈티지라면 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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