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스틴 Jul 25. 2022

뵈브 클리코 빈티지라면 남겠어요.

오스틴의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방문기 1탄: 뵈브 클리코


파리에서 1시간 정도 기차를 타면, 샴페인의 고장 샹파뉴에 도착한다. 샹파뉴의 주요 산지는 랭스, 에페르네, 그리고 아이 세 곳인데, 우리는 랭스와 에페르네 두 곳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첫 시작은 랭스의 뵈브 클리코 샴페인 하우스에서 시작.


뵈브라면 남겠어요


뵈브 클리코는 1772년부터 샴페인을 생산해 온 샴페인 하우스이며, 1942년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잉그리드 버드만의 "뵈브라면 남겠어요"라는 대사로 샴페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옐로우 컬러로 아름답게 정돈된 뵈브 클리코 샴페인 하우스


뵈브 클리코 샴페인 하우스는 도심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뵈브 클리코 헤리티지가 담겨있는 옐로우 라벨의 옐로우 컬러를 포인트로 정말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샴페인 하우스였다.


여러 종류의 테이스팅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우리는 인당 55유로의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직접 까브에 들어가 와이너리에 대한 설명도 듣고, 빈티지 와인을 포함한 두 가지의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코스였다.


모든 공간에 옐로우로 점철


이탈리안 가이드를 따라 깊숙한 까브로 내려가 본다. 보면 알겠지만, 뵈브 클리코의 옐로우 컬러가 곳곳에 녹아져 있다.

'Only one quality, the finest'를 토대로 최고의 품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글귀가 각국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었다. 중국어도 일본어도 있는데, 한국어가 없는 게 아쉬웠다.


이것이 바로 리들링 테이블입니다. 덕분에 맑은 샴페인을 마실 수 있지요.


각각의 샴페인 하우스가 모두 저마다의 사연으로 최고, 최초를 주장하는데, 뵈브 클리코는 최초의 빈티지 샴페인 생산 및 리들링 테이블을 발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빈티지 샴페인이란, 포도 품질이 뛰어난 해의 포도로만 만든 샴페인을 의미한다. 보통 샴페인은 그 해의 포도뿐만 아니라, 이전에 수확해둔 다양한 연도의 포도에서 나온 와인을 적절히 섞어 만들어진다. 이유는 샹파뉴 지역의 기후가 불안정하여 작황이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는 포도 수확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 작황이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하여 재배한 포도로 만든 일부 와인들을 남겨두는데, 그렇게 해서 여러 해의 와인으로 만들어진 샴페인을 N.V(Non Vintage)라고 하며 병에서 연도를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작황이 좋은 때는 그 해의 포도로만 샴페인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빈티지 샴페인(프랑스어로 밀레짐, Millesime)이고 논 빈티지 샴페인보다 당연히 더 비싸다.

이러한 빈티지 와인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 뵈브 클리코라고 한다.


또한 뵈브 클리코는 리들링 테이블을 처음 발명해 사용했는데, 리들링 테이블은 상단 사진 속 와인이 거꾸로 꽂힌 것이다. 와인을 발효시켜 숙성하다 보니, 발효 침전물 같은 것이 많아 깨끗한 샴페인을 만들 수가 없었다.

보기에 좋은 것이 당연히 먹기도 좋은 법. 뵈브 클리코는 리들링 테이블을 발명해 와인의 침전물이 모두 병 입구 쪽에 모이게 하여 침전물을 제거해 깨끗하고 맑은 샴페인을 마실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 맑고 깨끗한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건 모두 마담 클리코 덕분.


샴페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제 설명은 끝났다. 드디어 샴페인을 맛보는 시간!

다른 와이너리에서는 와인 에티켓을 먼저 보여주고 시음을 하는 데에 비해, 뵈브 클리코는 두 가지 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했다. 하나하나 마셔보고, 느껴지는 맛과 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옐로우 라벨과 2012 빈티지 샴페인


총 두 가지 와인을 마셨는데, 하나는 한국에서도 아주 쉽게 마실 수 있는 대표 샴페인인 옐로우 라벨. 다른 한 가지는 2012 빈티지 샴페인이었다. 사실, 한국에서 뵈브 클리코 마시고 실망한 적이 많아서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곳에 왔는가 하면, 대기업 샴페인 하우스만 방문이 쉽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로 기대감 없이 한 테이스팅이었는데, 놀랍게도 한국에서 마실 때 보다 훨씬 맛있었다. 특히 산미 부분이 그러했다.


1. Veuve Clicquot Brut Champagne

뵈브 클리코 브뤼 샴페인

현지에서 마시니 훨씬 맛있는 뵈브 클리코 옐로우 라벨. 라임, 레몬, 아몬드 같은 너트. 그리고 엄청 강한 산미. 라임을 이로 깨물었던 어제 같았던 산미.


2. Veuve Clicquot Vintage Brut Champagne 2012

뵈브 클리코 빈티지 브뤼 샴페인 2012

밀레짐은 확실히 밀레짐. 우디한 첫 향, 빵에서 나오는듯한 이스트, 그리고 폭발적인 산미.



나의 생빈은 그레이트 빈티지인가요?


테이스팅을 마치고 다시 엄청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 투어를 마쳤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빈티지 샴페인의 빈티지들이 적혀있었다. 이걸 보면 어느 해의 작황이 좋았는지 알 수 있다. 나의 생년 빈티지인 1988 옆에 앉아본다. 1988 빈티지 샴페인을 죽기 전에 꼭 마셔보고 싶다.


투어를 마치며 맛있게 마셨던 2012 빈티지 샴페인 한 병을 구입했다. 역시 옐로우 컬러로 된 종이백에 넣어주었다.

굉장히 집중도 있게 브랜딩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사실 인당 55유로를 낼 정도의 투어였나, 반추해 본다면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부르고뉴 와이너리 투어와 비교하니 더욱 그랬다. 그냥 프랑스 마트에서 사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그래도 샴페인 하우스의 까브 구경이 신기했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즐거웠다.


약간의 기대감을 안고 이제 우리는 샹파뉴의 다른 도시인 에페르네로 향한다.


옐로우 라벨말고 빈티지 와인이라면 남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부르고뉴 여자 생산자의 자존심, 도멘 안느 그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