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잠시 주춤했던 2021년 12월, 못 갔던 신혼여행으로 14일간 하와이를 다녀왔다.
코로나로 응축되어 있던 소비욕구를 하와이 와인 소비로 풀었고, 와이너리 투어를 간 것도 아니면서 대략 1일 1병의 와인을 마셨다. (총 14병)
하와이는 섬이라 그런지 샌프란시스코 같은 육지보다 와인 종류가 엄청 다양하지는 않았다. 와인샵들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육지의 와인샵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1차로 코스트코에서 구매했고, 2차로는 와인샵, 3차로는 ABC 스토어라는 편의점에서 구매를 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키슬러 기준, 코스트코를 비롯한 마트가 와인샵보다 20달러는 더 저렴하다. 그러니 꼭 와인샵을 고집할 필욘 없을 듯하다. 어차피 와인 라인업이 비슷비슷하니 저렴하게 구매하기에는 마트가 제격이다. (꼭 코스트코 카드를 챙기자!)
오늘은 하와이에서 맛있게 마셨던 와인 리스트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하와이에서 어떤 와인을 마실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와인 쇼핑
1. Nicolas Feuillatte Reserve Exclusive Brut Champagne N.V
니콜라스 푸이야트 리저브 익스클루시브 브뤼 샴페인 N.V 프랑스 4대 샴페인 하우스로 각광받고 있는 니콜라스 푸이야트. 리저브 익스클루시브 브뤼 샴페인은 피노 누아 40%, 피노 뫼니에 40%, 샤도네이 20%로 이루어진 적포도 비중이 더 높은 샴페인이다.
하와이 빅아일랜드 코스트코에서 30달러에 구매. 풋풋한 아오리 사과와 고소한 이스트 향, 훌륭한 산미.한국에 오면 7만 원 이상인데, 이 가격에 무조건 만족.
2. Beaulieu Vinyard(BV) Tapestry Reserve Red Blend 2016
보리우 빈야드 태피스트리 리저브 레드 블렌드 2016
10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 첫 컬트 와인 BV. 창립자인 조르쥬의 부인 페르난드가 루더포드 포도밭을 보고 "Quelle beau lieu!(What a beautiful place)"라고 감탄한 데에서 BV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아직 한국에 공식 수입되지 않은 이 와인 역시 하와이 빅아일랜드 코스트코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다.
까베르네 쇼비뇽 78%, 메를로 11%, 말벡 4%, 쁘띠 베르도 4%, 까베르네 프랑 3%로 블렌딩 된 이 와인은 처음에는 화분, 허브의 스파이시, 수분을 머금은 흙향이 나고, 마셔보니 메를로에서 오는 과실 향과 바닐라 피니쉬가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니 초코우유 같은 뉘앙스가 올라오는데, 머시룸 크림 스프랑 먹으니 모카커피 같다.
3. Duckhorn Napa Valley Merlot 2018
덕혼 나파 밸리 메를로 2018 덕혼 와이너리는 1976년 Dan Duckhorn과 Margaret Duckhorn이 함께 창립한, 미국 나파밸리의 대표적인 와이너리다. 국내에서도 10만 원 안팎으로 만나볼 수 있는, 비교적 프리미엄급 미국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역시 하와이 코스트코에서 구매 가능하다.
덕혼 나파 밸리 메를로는 댄이 보르도를 방문한 뒤 영감을 받아 1978년에 처음 생산한 와인이라고 한다. 메를로 90%, 까베르네 쇼비뇽 8%, 까베르네 프랑 1%, 쁘띠 베르도 1%가 블렌딩 되었다.
첫날은 몹시 텁텁한 담배 재 냄새가 났다. 메를로 최대 장점인 글래머러스한 과실 맛이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하루 지나니 텁텁함이 조금 가시고 베리의 산미와 짭조름함이 살아나 진면모를 보여주었다. 마시기 전에 1시간 이상 오픈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4. Duckhorn Napa Valley Chardonnay 2018
덕혼 나파 밸리 샤도네이 2018
나파밸리 샤도네이 100%로 구성된 덕혼 나파 밸리 샤도네이 2018 빈티지. 리슬링처럼 엄청 오일리하고 은은하게 페트롤 향이 난다. 짭조름한 미네랄리티, 혀가 얼얼한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프랑스 샤도네이의 요구르트 같은 뉘앙스가 올라온다. 하와이의 연어 포케와 찰떡이다.
스테이크와 먹는 에이투지 와인 웍스의 더 에센스 오브 오레곤 피노 누아
5. A to Z Wineworks The Essence of Oregon Pinot Noir 2017
에이투지 와인 웍스 더 에센스 오브 오레곤 피노 누아 2017
이번 하와이에서 찾은 최고의 수확은 에이투지 와인 웍스 더 에센스 오브 오레곤 피노 누아가 아닐까. 20달러 정도의 가성비 넘치는 훌륭한 퀄리티의 오레곤 피노 누아는 하와이에 있는 동안 내내 우리의 데일리 와인이 되어 주었다. 에이투지 와인 웍스는 2002년에 시작된,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이지만, 가성비 있는 오레곤 피노 누아를 생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부터 '사브 서울' 등의 레스토랑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이끼, 숲, 흙, 나무의 향. 허브의 스파이시함, 약간의 타바코, 플럼과 다크 체리, 보랏빛 꽃향기. 산미나 여운은 조금 아쉽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오레곤 피노 누아는 구하기 힘들다. 20달러에 이 정도의 복합적인 느낌이라니. 단, 피니쉬가 약해 방어랑은 안 어울린다. 스테이크와 김치랑은 최고 궁합.
6. Juggernaut Hillside Cabernet Sauvignon 2019
저그너트 힐사이드 까베르네 쇼비뇽 2019 저그너트 힐사이드 까베르네 쇼비뇽 역시 마트에서 우연찮게 구매한 밸런스 좋은 까베르네 쇼비뇽이다. 저그너트 힐사이드 까베르네 쇼비뇽의 와인 레이블에는 포효하고 있는 사자가 그러져 있는데, 이 사자가 저그너트 와이너리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까베르네 쇼비뇽 포도나무는 단단한 산비탈을 이겨내고 자라며, 피노 누아는 안개와 바람을 견디며 자란다. 와인 레이블의 포식자 사자는 자연의 힘을 이용해 강인한 와인을 생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일단 아주 이지하게 넘어가는 텍스처가 좋다. 담배, 스파이시한 향에 비해, 혀에서는 마치 과일을 먹었을 때처럼 기분 좋은 달큼함(단건 아님)이 느껴진다. 20불에 샀는데, 이런 밸런스라니!
랑송 블랙 라벨과 샤또 라 플뢰르 드 부야르 라랑드 포므롤
7. Lanson Le Black Label Brut Champagne N.V
랑송 르 블랙 라벨 브뤼 샴페인 N.V 랑송 샴페인 하우스는 1760년에 세워진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 중 한 곳이다. 랑송 블랙 라벨은 랑송의 수많은 샴페인 중에서도 가장 시그니처 뀌베라고 한다. 피노 누아 50%, 샤도네이 35%, 피노 뮈니에 15%가 블렌딩 된 샴페인이다.
향은 이스트와 사과. 맛은 레몬과 라임. 혀에 굉장히 강하게 남는 미네랄리티와 산미, 기포감이 놀랍도록 생기가 있다. 거의 탄산수 느낌. 하와이 코스트코에서 39달러에 구입.
8. Chateau La Fleur de Bouard Lalande-de-Pomerol 2016
샤또 라 플뢰르 드 부야르 라랑드 포므롤 2016
샤또 라 플뢰르 드 부야르는 보르도의 우안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의 토양은 점토, 자갈, 모래 등 다양한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재배 품종은 토양 환경에 적합한 메를로 80%, 까베르네 프랑 15%, 까베르네 쇼비뇽 5%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실 향이 풍부한 메를로로 굉장히 부드럽고 쥬이시한 와인들이 생산된다. 샤또 라 플뢰르 드 부야르 라랑드 포므롤 2016 빈티지는 메를로 85%, 까베르네 프랑 12%, 까베르네 쇼비뇽 3%로 블렌딩 되었다. 보르도 특징인 참나무 오크향, 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과 간장의 풍미가 느껴진다. 양고기랑 먹으니 고기의 지방 부분과 반응하며, 딸기 요거트 같은 뉘앙스가 올라온다. 몹시 스파이시한 편. 하와이 코스트코에서 구매.
오린 스위프트 앱스트랙트와 제이 로치올리 에스테이트 그로운 샤도네이
9. Orin Swift Abstract 2019
오린 스위프트 앱스트랙트 2019 오린 스위프트는 미국의 컬트 와인으로 패셔너블한 레이블과 독창적인 네이밍으로 각광받고 있는 와인이다. 쁘띠 시라와 시라, 그르나슈가 블렌딩 된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레드 와인이다.
타바코 향, 찐찐한 블랙베리나 진한 스트로베리 뉘앙스. 혀에 아주 강하게 남는 탄닌, 그러나 심하게 드라이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베테랑의 느낌이 든다. 한잔에도 온몸이 뜨끈뜨끈해지는 강력한 와인. 스파이시한 탓에 양고기와 찰떡궁합이다. 하와이 호놀룰루 ABC STORE에서 구매.
10. J.Rochioli Estate Grown Chardonnay 2018
제이 로치올리 에스테이트 그로운 샤도네이 2018 제이 로치올리 와이너리는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의 러시안 리버 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이탈리아 이민계 가족이 3대째 운영하는 와이너리로 이탈리안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고 한다.
제이 로치올리 에스테이트 그로운 샤도네이 2018 빈티지는 오픈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와인이었다. 그래서인지, 첫날보단 둘째 날이 훨씬 맛있었다. 첫날은 엄청 짜고 기름진 느낌만 있었는데, 하루가 지나니 훌륭한 캘리포니아 샤도네이의 깨 볶는 풍미가 올라와 너무나 황홀했던 웰메이드 샤도네이였다. 이 와인은 빅 아일랜드의 Kona Wine Market 와인샵에서 구매.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페어링한 노스 밸리 피노 누아
11. North Valley Pinot Noir 2018
노스 밸리 피노 누아 2018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Ruth's chris steak house에서 마시고 기절할 정도로 맛있었던 오레곤 피노 누아.
노스 밸리는 미국의 피노 누아 유명 산지인 오레곤 윌라매트 밸리의 얌힐 칼튼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이날 Ruth's chris steak house의 소믈리에가 우리의 음식에 맞게 추천해 준 와인인데, 정말 너무 맛있게 마셔서 반 병에도 금세 취했던 와인이다.
미국과 프랑스 피노 누아의 중간에 있는 느낌. 미국의 바닐라 오크 느낌은 없는데, 그렇다고 프랑스 부르고뉴의 참나무 오크 느낌도 아닌 오묘한 뉘앙스. 그런데 라이트 한 바디감과 다크 체리, 젖은 이끼와 숲, 흙향이 하와이 바람과 함께 굉장히 기분 좋게 넘어가서 아주 황홀하게 마셨던 오레곤 피노 누아였다. 만약 Ruth's chris steak house 방문을 고려 중이라면 이 와인 강력 추천.
12. G.H. Mumm Brut Champagne N.V
G.H 멈 브뤼 샴페인 N.V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멈 브뤼. 한 때 와린이 시절 많이 마셨으나, 점점 안 찾게 된 샴페인이었다. 오랜만에 마시니 이전보단 조금 투박하게 느껴졌던 멈. 요거트 이스트는 여전하나, 그냥 그럭 저럭의 샴페인. 하와이 코스트코에서 구매 가능.
13. Kistler Chardonnay Sonoma Mountain 2019
키슬러 샤도네이 소노마 마운틴 2019 미국 샤도네이를 말할 때 키슬러를 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만큼 상징적인 와이너리. 소노마 밸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프랑스 스타일의 섬세한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총 11가지의 샤도네이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니 과연 미국 샤도네이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 마신 것은 소노마 마운틴의 샤도네이. 은은하게 깨 볶는 향. 오일리 하며 바닐라 뉘앙스를 갖고 있다. 약간의 페트롤(등유 향). 엄청 짭조름하고 스파클링 같은 미네랄리티와 과일 먹었을 때 같이 묘하게 달다고 해야 할지, 실제로 달진 않은데 단 것 같은 뉘앙스와 산미가 공존한다. 굉장히 복합적인 느낌의 샤도네이.
하와이 내 마트에도 판매하고 있으나 그걸 모르고 Kona Wine Market에서 20달러나 비싸게 주고 90달러 정도에 구매를 했다. 꼭 마트에서 사는 것을 추천.
14. Orin Swift Papillon 2017
오린 스위프트 빠삐용 2017 까베르네 쇼비뇽, 까베르네 프랑, 말벡, 쁘띠 베르도, 메를로 총 5가지의 포도가 보르도 스타일로 블렌딩 된 레드 와인이다. 가장 놀라운 건 와인을 열자마자 압도적으로 다가오는 향이다. 흙과 찐찐한 말린 자두, 스파이스, 약간의 마가린, 보랏빛 꽃향기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탄닌감도 세고, 바디감이 묵직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와인메이커가 말한 것처럼 은은하고 그윽한 매력을 풍긴다. 향수같이 은은한 꽃 향, 짙은 보랏빛 향, 혀에 남는 모든 풍미가 우아하고 완벽했다.
남김없이 마셔버렸습니다 후후
오랜만의 국내에서는 비싸게 마실 수밖에 없는 해외 와인들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던 14일이었다. 특히 오린 스위프트나 덕혼, 키슬러와 같이 유명한 미국 와인인데 한국에서의 저렴하지 않은 가격 때문에 그동안 마시기를 주저했던 와인들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다. 에이투지 피노누아나 오린 스위프트 앱스트랙트, 빠삐용과 같이 특히 좋았던 와인들은 몇 병씩 한국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비록 세금은 내야 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이득적인 부분.
위드 코로나로 국가 간의 빗장이 많이 허물어지는 요즘이다. 하와이로 가는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들도 많아졌다. 오랜만의 하와이 여행에 맛있는 와인 한 잔씩 곁들이는 것은 어떨까. 오감으로 기억되는 여행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