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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Sep 20. 2022

당신의 연애는 건강한가요?

<체인지 데이즈 2>를 떠나보내며.


'나의 연애가 건강한 연애인지 건강하지 않은 연애인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애를 하고 나서 바뀐 내 모습이 내 마음에 드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결혼 전 수많은 연애를 했었지만, 그때의 내 모습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다.

이전 연애에서는 큰 소리를 내며 싸운 적 없던 내가, 누군가와는 전화로 욕설을 하며 싸운 적도 있었고

안정감을 주어야 하는 연애 관계에서 언제나 불안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갉아먹은 적도 많았다.

서로의 자존감을 채워주며 건강한 연애를 해도 모자랄 시간에, 나의 취미, 나의 외모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는 남자들과의 연애가 그중 최악이었다.

계속해서 내가 아닌 나, 그 사람이 좋아할 법한 사람으로 자신을 꾸며야만 했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지 않다고 얘기를 할 수 없어 혼자 곪아 갔다.

이 연애가 좋은 연애가 아니라는 것은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로 이별을 고하지는 못 했고 그렇게 안 좋은 관계로 나 자신을 망치고는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연애를 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적은 남편을 만나고서가 처음이다.

남편은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었다. 많이 먹어 나온 뱃살도, 햇빛을 많이 쬐 잔뜩 올라온 기미 가득한 생얼도, '만약에?'를 달고 사는 습관도,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심하게 감정이입을 해 매번 우는 내 모습도. 누군가는 내게 살을 빼라고 강요하고, 화장한 얼굴이 훨씬 이쁘다고 비교했었지만, 남편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자양분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전의 나는 감정적으로 예민했고, 연인을 비롯한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썼다. 딱히 허세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남이 나를 좋아할지를 우선으로 신경 썼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곤두서 있었다. 불안정한 사람과의 연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과의 연애는 나를 더욱 예민하게 몰아갔고, 나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들었다. 혹시나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떠나지 않을까를 생각하느라 예민하고 불안해졌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지금의 나는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환상이며, 사랑해 주지 않아도 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진정한 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언제든 내 편이 되어주고,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이 사람을 만나고 난 뒤의 내 모습이 좋고, 이 사람과 함께할 때의 내 모습이 좋다. 이 넓은 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한 명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나답게 해 주었고, 어디서든 자신 있게,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게 해 준다.


좋은 연애, 건강한 연애란 사실 별게 없지 않을까. 내가 나다울 수 있는 것, 나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것. 내가 내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것, 내가 나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것. 

그게 좋은 연애 아닐까.




난 내가 이럴 줄 몰랐어 진짜
나도 뭔가 자존심 안 세우고 이런 게 처음이지 않아?
한 번 자존심을 내려놓으니까 내려놓게 되더라고
- <체인지 데이즈 2> 16화, 희현 -



지난주 즐겨보던 프로그램인 <체인지 데이즈 2>가 끝났다. 결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불호를 자극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출연자들에게 꼭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남들이 불만족스러운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다만, 지금 내가 이 사람과 연애를 하며 바뀌어가는 내 모습이 내 마음에 드는지를 신경 쓰라고 말이다.


혜연은 프로그램 초기에 엄청난 욕을 먹으며 프로그램을 이끌어간 일종의 히로인이었다. 태완과의 싸움은 '비키니 아니고 모노키니야!', '응, 너는 기본도 안됐어' 등의 여러 명대사를 남겼고, 많은 사람들에게 불만을 야기했다. 하지만 그녀는 태완을 위해 변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바뀐 스스로의 모습에 스스로 만족스럽다면 그것으로 됐다.


태완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후반으로 갈수록 관계의 주도권을 쥐었는데, 그 주도권이 있을 때의 모습도 본인의 모습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 주도권을 가졌을 때의 나의 모습이 내 마음에 들려면,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행동하면 된다. 받았던 것을 되갚아주겠노라고 행동을 하면, 자칫 잘못하다간 스스로를 잃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지는 태완에게 남겨야 할 숙제이다.


희현은 이야기했다. 원래 사랑한다는 말도 잘 못하고, 자존심을 놓기가 힘들었다고. 그런데 자존심을 한번 놓아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그녀는 이제 정훈에게 본인이 사랑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룰 브레이커라는 오명을 얻기는 했지만, 그런 그녀의 변화는 반갑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의 본인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효기와 윤슬은 이제 변화하면 된다. 그 연애를 할 때의 내 모습이 내가 원하던 모습인지를 생각해보고 그게 아니라면, 다음 연애에서는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면 또다시 일어나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지금 이 글을 검색해서 읽고 있다면, 아마도 어느 지점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연애가 건강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를 하고 난 뒤의 본인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생각해 보자.

만약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관계를 일단 개선해 보려고 노력은 하되, 개선이 쉽지 않다면 관계를 놓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나는 이전의 관계들을 조금 더 일찍 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물론 더 일찍 놓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그 불건강한 관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 그 얼마나 다행인가.

건강한 연애는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그것이야 말로, '체인지 데이즈'가 지닌 의미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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