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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11. 2022

12년 차가 말하는 회사와의 권태기 극복 방법

부제: 삶과 일에 대한 사소한 의식 변화 / <프리 워커스>를 읽고


5년간 성장을 거듭한 회사는 점점 체계를 갖추어갔지만,
회사의 성장세에 비해 개인의 성장은 둔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대략 3년 전, 그러니까 9년 차쯤. 회사는 이만큼 컸는데 그 안에서 나만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주니어 시절에는 주변 선배들을 보고 배우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되었고, 업무 성과에 따른 평가는 큰 동기로 작용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회사의 평가제도는 그 의미를 잃었고, 난 그때 내가 바라봤던 선배들의 연차가 되었다. 아무것도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고, 그렇게 회사와 권태기가 시작되었다.



그 권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선배들의 충고에서 비롯된 아주 사소한 의식의 변화에서 시작됐다. 그 당시 나는 팀장님과 사소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 회사에서 일한 지 20년 차가 되신 팀장님께서는 어느 순간 무기력하게만 보였다. 그런 팀장님의 무기력은 팀에도 전이되었다. 열심히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보다는 관성적으로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이는 나에게 큰 불만으로 작용했다. 그러던 와중에 팀은 해체되었고, 팀장님께서는 희망퇴직을 신청하셨다. 마지막 송별회 때, 팀장님께서는 내게 말씀하셨다. 본인도 어느 순간 동기를 잃었고, 그래서 너희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없어 미안했다고. 어느 순간 위로 올라가는 시기를 놓치면, 동기부여를 잃게 되는 것 같다고 말이다. 그때 깨달았다. 아, 팀장님들도 동기부여가 안 될 수도 있구나.


이전 팀의 친한 선배는 이야기했다. 이젠 누군가가 나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네가 동기부여를 해줘야 할 연차라고, 아무도 내게 동기 부여해주지 않는다고. 그때 깨달았다. 동기부여는 누군가가 내게 해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때부터 나의 태도는 조금씩 변했다. 적어도 패배감에 찌들어 회의론자처럼 굴지 않는다. 대신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예를 들어 그런 것이다. 글로벌 마케터로서 스스로 당당할 수 있도록 중국 브랜드나 시장 조사를 개인적으로 하고, 그것을 글로 남겨 내 족적을 남긴다. 그것이 업무로도 활용된다면 금상첨화다. 그 이후로 내가 맡은 일이 의미가 없다, 짜친다,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만들어나가고 의미 부여하기 나름이다. 




변화를 마주하고 힘든 시기에 회사 탓도 해보고 내 탓도 해보면서 알게 된 건,
변한 환경 탓을 하기에 앞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편이 좋다는 사실이다.




<프리 워커스>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다. 터부시 되는 돈에 대해 대놓고 얘기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하는 것, 다듬어진 완성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조금은 뚝딱거려도 있는 그대로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모두 모빌스 그룹이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런 변화의 시작엔,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개인으로서의 멤버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회사와 더불어 나도 성장할 수 있을지, 이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들.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며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개인들이 모여 이런 브랜드가 탄생했다. 


부럽다.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이들이. 그렇지만 이제는 부러움으로 끝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패배감 갖지 말고 스스로 일하기,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기. 그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란 것을 말이다. 결국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없다면, 나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8년 만에 드라마 <미생>을 다시 봤다. 4년 차 때 봤을 때와 지금 12년 차에 볼 때와 느낌이 사뭇 달랐다. 나도 저렇게 모든 열정을 갈아 넣으면서 일할 때가 있었는데, 유관부서와 함께 똘똘 뭉쳐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가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 가열차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댔다. 회사가 바뀌기만을 기대하지 말고, 타인이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을 기대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변화를 실천하기. 그것이 바로 내가 <프리 워커스>를 읽고 깨달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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