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중국 시장에 매트 파운데이션을 론칭할 때 구체적인 수치, 기술, 성분을 소구해야 한다는 글을 작성했었다. 그때, 독자분께서 댓글을 남겨주시기를, 중국 고객의 니즈가 그렇다기보다는 중국의 의사결정권자에 남자들이 많아 수치, 기술, 성분을 많이 소구 하게 된다고 말씀 주셨다.
당시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 브랜드의 경우, 중국 현지 마케팅 결정권자에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트 텍스처의 파운데이션 제품에는 구체적인 수치, 기술, 성분 중심의 상세페이지를 기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에서 학습된 결과일 수도 있으므로, 딱히 반박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로 그러한지 궁금해져, 이번에는 글로우와 매트 텍스처 두 가지의 쿠션 상세페이지를 살펴보았다. 만약 의사결정권자의 문제라면, 텍스처와 관계없이 해당 제품들 역시 구체적인 수치, 기술, 성분을 중심으로 소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사결정권자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중국의 쿠션 카테고리는 텍스처와 관계없이, 구체적인 수치, 기술을 낱낱이 소구 하기보다는 이미지적으로 소구 하는 제품들이 확연히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은 것은, 중국의 쿠션 카테고리는 점점 더 패션 악세서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운데이션과 비교했을 때, 쿠션 제품은 마치 명품이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듯,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이미지로 보여주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우 텍스처 쿠션의 상세페이지에서 그러한 경향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따라서 이번에는 중국에서의 럭셔리 쿠션 상세페이지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소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중국 시장에서 럭셔리 쿠션을 론칭할 때 필요한 부분을 제안하고자 한다.
1. 디자인의 중요성: 패션 악세서리화된 쿠션
다양한 디자인의 쿠션: ① 조르지오 아르마니 투고 쿠션, ② 투고 쿠션 CNY 한정판, ③ 디올 포에버 쿠션 미차 한정판
중국에서의 쿠션은 점점 더 패션 아이템화 되고 있다. 같은 페이스 메이크업 카테고리인 파운데이션은 유독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디자인 베리에이션이 없는 것만 보아도 쿠션은 파운데이션과 구분된다. 파운데이션은 쿠션에 비해 디자인 변화를 줄만한 부분이 적기도 하지만, 쿠션은 수정화장을 위해 휴대하는 반면 파운데이션은 보통 집에서 첫 화장을 할 때 사용하는 유형인 탓도 있다. 휴대하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브랜드에서는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쓰기 마련이다. 밖에서 우리 브랜드의 제품을 꺼냈을 때 창피한 제품이 되면, 당연히 고객은 구매를 꺼리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물론 이러한 경향성(쿠션의 패션화)은 있는데, 중국에서는 특유의 명품 사랑에 힘입어 더욱더 각광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Z세대 부유층은 기존 명품보다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에도 쿠션의 패션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컬래버레이션의 형태로 시즌에 맞추어 한시적으로 론칭을 하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같은 내용물일지라도 일상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조르지오 아르마니, 디올, YSL 등의 패션 하우스 브랜드가 본인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이를 선도하고 있다. (시초는 디올 포에버쿠션의 꾸뛰르 가죽 한정판이었다.)
이러한 패션 하우스 브랜드의 트렌드 주도로, 중국 소비자들이 쿠션에 갖는 기대감은 '메이크업 아이템'에서 그치지 않고 '패션 아이템'으로 확장되었고, 이는 비단 패션 하우스 브랜드만이 구사하는 전략은 아니다. 에스티 로더, 랑콤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이와 같은 전략을 실행하고 있고, 이는 그들의 국내 상세페이지와 중국 상세페이지 비교를 통해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에스티 로더 리뉴트리브 울트라 래디언스 세럼 쿠션 중국 vs. 한국 상세페이지 비교
에스티 로더의 리뉴트리브 울트라 래디언스 세럼 쿠션 상세 페이지를 비교해 보자. 한국과 중국 모두 '보석 쿠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으나 방식에 있어 차이가 있다. 먼저 중국의 상세 페이지에서는 '보석 디자인'에 대해 키비주얼 다음으로 따로 공간을 할애하여 우선적으로 배치하였고, 표현 방식에 있어서도 '큐빅 컷팅 디자인(宝石切割)', '라이트 골드 배색(浅金配色)', '온화한 럭셔리(低调奢雅)' 등의 워딩으로 럭셔리한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반면에, 한국의 상세 페이지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보석처럼 빛나는 럭셔리한 터치' 정도로 내용물의 베네핏에 초점을 맞추어 '보석 쿠션'을 풀어낸다.
YSL 뚜쉬 에끌라 글로우 쿠션 중국 vs. 한국 상세 페이지 비교
작년 초 출시된 YSL의 뚜쉬 에끌라 글로우 팩트 쿠션 상세페이지에서도 중국과 한국의 표현 방식과 우선순위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제품의 메인 키비주얼 다음에 바로 디자인을 언급한다. 표현하는 방식도 '가죽 V컷 디자인(皮革V纹设计)', '쿨톤 핑크, YSL의 클래식 골드(冷感冰川粉碰撞YSL经典金)' 등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수식어를 통해 감성적이고 이미지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반면, 한국은 메인 키비주얼, 잡지컷, 그리고 '밀착력과 지속력'이라는 내용물의 베네핏을 보여준 다음에서야 디자인을 언급한다. 디자인을 표현한 워딩에 있어서도 럭셔리 패키지보다 '+28% 얇아진' 것을 앞세워 '더 얇아져서 휴대가 편리한 점'을 우선적으로 소구하고 있다.
중국 쿠션 판촉의 패션 아이템화: ① 조르지오 아르마니 투고 쿠션, ② 발렌티노 고 쿠션, ③ 라 메르 루미너스 리프팅 쿠션 파운데이션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쿠션이 패션 아이템화 되는 흐름에서, 쿠션 제품의 외주 판촉 역시 파우치, 팔찌 등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만한 것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발렌티노 등 패션 하우스 태생 브랜드뿐만 아니라 라 메르 같은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에서도 쿠션에는 파우치를 많이 붙인다. 하지만 역시 패션 하우스 태생 브랜드의 경우 '명품'이라는 확실한 강점을 앞세워 외주 판촉을 많이 활용하고 있고, 이는 마치 제품을 사면 명품 파우치, 명품 팔찌를 얻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에 중국 고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YSL 쿠션을 샀더니 YSL 파우치 가방이! YSL 팔찌가!!)
반면에 같은 페이스 메이크업 카테고리의 파운데이션의 경우, 외주 판촉보다는 동일한 제품의 소용량 견본을 판촉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는 물론, 파운데이션의 경우 쿠션과 같이 담지체(내용물이 담긴 스펀지)에 내용물을 담지하는 것이 아니라 소용량 패키지에 리퀴드를 담으면 되는 형태이기도 하고, 부속품 자체도 쿠션에 비해 적어 견본을 만드는 것이 비교적 쉬운 데에서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파운데이션은 기타 견본보다는 동일 제품의 소용량 견본을 활용함으로써, 마치 가격이 할인되는 효과, 하나를 샀더니 그만큼 더 받는 1+1 효과를 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럭셔리 쿠션의 외주 판촉물 활용하는 방안은 파운데이션의 그것과는 구분되고, '쿠션의 패션 아이템화' 현상과 연관 짓지 않을 수 없다.
중국 파운데이션 동일 제품 소용량 견본 활용: ① 에스티 로더 더블웨어, ② 랑콤 뗑이돌, ③ 맥 스튜디오 픽스
2. 이미지의 중요성: 쿠션이 베네핏을 말하는 방식
글로우 쿠션 베네핏 표현 방식: ①, ② 라 메르 루미너스 리프팅 쿠션, ③ YSL 뚜쉬 에끌라 글로우 쿠션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쿠션은 파운데이션 보다 베네핏을 소구 하는 방식에 있어서 더 이미지를 통해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차용하는 경향이 있다. 럭셔리 쿠션은 그 자체로 패션 아이템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구구절절 근거와 설명을 늘어놓기보다는 강력한 이미지로 소구 하는 식이다.그런 방식은 매트 텍스처보다 글로우 텍스처의 쿠션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라 메르의 루미너스 리프팅 쿠션 파운데이션은 브랜드 자체가 '해양'을 소구 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메인 키비주얼에서부터 기술을 보여주는 방식도 '워터'를 활용해 이미지적으로 접근한다. YSL의 뚜쉬 에끌라 글로우 쿠션은 가벼운 질감과 하이 커버리지에 대한 것을 소구 하기 위해 길게 말하지 않고, 메쉬 이미지와 함께 Mesh technology라는 워딩만으로 이미지를 전달한다.
글로우 파운데이션과 글로우 쿠션을 함께 비교하면 이런 차이를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나스 쉬어 글로우 파운데이션의 상세페이지를 보면, 16시간 화장 지속·무너짐 없음에 대해 다양한 수치로 설명하고 있다. 에스티 로더의 리뉴트리브 울트라 래디언스 세럼 파운데이션과 쿠션을 함께 비교를 해보아도 분명하다. 같은 스토리 텔링을 하는 한 라인의 제품들인데, 파운데이션은 얼마나 밝아지는지, 화장이 유지되는지 등을 여러 가지 숫자로 보여주고 있는 반면 쿠션은 천연감람석이 롱래스팅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이미지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글로우 파운데이션과 쿠션의 베네핏 표현 방식: ① 나스 쉬어 글로우 파운데이션, ② 에스티 로더 리뉴트리브 울트라 래디언스 세럼 파운데이션, ③ 동일 라인 쿠션
이렇게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전략을 사용하다 보니, 쿠션 상세페이지에서는 비포 앤 애프터 컷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여러 가지 숫자와 기술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이 쿠션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쿠션의 베네핏 효과 표현 방식: ① 조르지오 아르마니 투고 쿠션, ② YSL 엉끄르드뽀 쿠션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쿠션 카테고리가 패션 아이템화가 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런 흐름 아래에서 파운데이션과는 달리 쿠션은 마치 명품이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듯이, 제품의 효과를 이미지로 전달하는 방식을 많이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고 구매 시 증정하는 판촉까지도 패션 아이템화 되고 있으며, 베네핏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긴 말,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하기보다 한 장의 강력한 이미지로 전달하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따라서 중국 시장에 쿠션 카테고리, 특히 글로우 텍스처의 쿠션을 론칭할 때에는 위의 인사이트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파운데이션을 론칭할 때처럼 구체적인 수치와 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장을 찍더라도 이미지 하나에 어떻게 베네핏을 녹일 것인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더욱 집중해 보자.
[출처]
* KITA Market Report 2022년 중국 부유층 명품 소비 트렌드 및 시사점, 202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