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부터 쿠션보다는 리퀴드 파운데이션의 성장 속도가 무섭게 가속화되었고, 그 무렵 외사들이 20~50개의 다양한 쉐이드의 파운데이션을 내면서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시장은 커졌지만, 국내 메이크업 브랜드가 대응하기는 쉽지가 않다.
일단 파운데이션 카테고리가 에스티로더, 랑콤 등 주요 외사에 의해 좌우되고 있으며, 틈새시장은 중국 로컬 브랜드 및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태국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파운데이션을 론칭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터디는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중국 고객과 한국 고객은 갖고 있는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그래서 이번에는 외사 주요 상품의 중국 티몰 상품 상세 페이지와 한국의 상세 페이지를 비교하여,
중국 고객이 매트 파운데이션을 살 때 무엇을 고려하는지, 중국에 매트 파운데이션을 론칭할 때 어떤 점을 어떻게 소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중국과 한국의 파운데이션 상세 페이지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바로 중국의 상세 페이지는 구체적인 성분과 기술, 수치를 중심으로 이성적인 소구를 하는 반면, 한국은 굉장히 감성적인 소구를 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스킨케어 제품은 주요 특징 자체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기술력과 성분에 대한 백데이터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메이크업 제품은 고객의 감성을 터치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주로 컬러나 텍스처의 감성적인 비주얼과 워딩을 중심으로 표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고객들은 스킨케어 제품뿐만 아니라 페이스 메이크업 제품에서도 역시 구체적인 임상결과와 성분,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운데이션 상세 페이지에도 그런 부분들이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 한국 고객과의 차이점이자, 우리가 중국에 매트 파운데이션을 론칭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1. 수치의 구체화: 'XX 시간' 지속력
에스티로더 더블웨어 파운데이션 중국 판매 상세 페이지
그렇다면 중국의 매트 파운데이션 상세 페이지는 어떤 특징으로 시작될까?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내용이 바로 브랜드가 고객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내용이자,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일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잘 판매되고 있는 매트 파운데이션인 더블 웨어 파운데이션의 상세 페이지를 살펴보자.
'24시간 답답함 없음, 24시간 무너짐 없음, 24시간 다크닝 없음' 등 24시간 임상 결과가 가장 상단에 연이어 등장한다. 더블 웨어 파운데이션만 그런 것이 아니다. YSL의 올 아워 파운데이션,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파워 패브릭 파운데이션 등 주요 외사 매트 파운데이션 대부분 상단에 16시간 지속, 24시간 지속 등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한 정확한 숫자로 지속력을 보여주고 있다.
YSL 올아워 파운데이션 & 조르지오 아르마니 파워패브릭 파운데이션 중국 상세페이지
동일한 제품을 국내와 비교해 보면 더욱 재미있다. 에스티로더 더블 웨어 파운데이션의 국내 상세 페이지에는 '24시간 초밀착 커버', '24시간 착붙 피팅' 등이 쓰여있지만, 그 중요도가 중국 상세페이지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YSL의 올 아워 파운데이션의 경우는, 중국 상세 페이지에서는 시간에 따라 메이크업이 어떻게 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길게 다루었다면, 한국 상세 페이지에서는 '24시간 지속'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고, 다만 '올-데이'라는 워딩으로 둥글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경우, 올해 초의 한국 상세 페이지와 지금의 상세 페이지가 다르다. 올해 초 한국 상세 페이지에는 16시간 지속력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었다면, 지금 7월의 상세 페이지에는 비주얼부터 24시간 지속에 대한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부분을 보았을 때, 국내 고객보다 중국 고객은 매트 파운데이션을 구매 시 'XX 시간' 등 정확한 수치를 앞세운 지속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각 브랜드들은 그러한 중국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스티로더 더블웨어 파운데이션 & YSL 올아워 파운데이션 VS. 조르지오 아르마니 파워패브릭 파운데이션 한국 상세 페이지
2. 기술과 성분의 구체화: '보송함' 대신 'XX성분', 'XX기술'을 통한 '오일 컨트롤' 효과
한국 사람들은 메이크업 제품에 대해 조금 더 감성적인 터치를 좋아하고, 중국 사람들은 데이터 중심의 표현을 좋아한다고 서두에 이야기했는데, 그 정확한 사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한국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보송함'에 대한 표현이다. 중국 고객과 한국 고객 모두 매트 파운데이션을 구매할 때 얼굴이 당길 정도로 건조하진 않은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정도로 마무리감이 매트한 지에 대해 고려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것을 '보송한 마무리', '보송한 텍스처' 등 감각적 혹은 감성적인 워딩을 사용하여 표현한다면, 중국에서는 '오일 컨트롤'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표현하는 방식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더블 웨어 파운데이션의 상세페이지를 먼저 보자. 중국은 '이중 오일 컨트롤 분자'가 땀이 나는 것을 막아주어 화장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표현하며 각주로 '이중 오일 컨트롤 분자'란 폴리 아크릴산 나트륨(聚甲基硅倍半氧烷)과 운모(云母)라고 정확한 성분을 표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초미립자 파우더가 모공 속 유분을 잡아주어 더욱 보송한 마무리'라는 문장을 통해 기술보다는 감각적으로 와닿는 포인트를 전달하고 있다.
중국에서 매트 파운데이션을 소구할 때 '오일 컨트롤' 효과를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는 것은 랑콤 뗑이돌 파운데이션이나 맥의 스튜디오 픽스 플루이드 파운데이션 상세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랑콤 뗑이돌 파운데이션은 롱라스팅 에어 마스크(持妆呼吸网膜) 기술과 진주암(珍珠岩) 성분을 통해 마치 기름종이처럼 오일 컨트롤을 도와 하루 종일 메이크업이 유지된다고 표기하고 있다. 맥의 스튜디오 픽스 플루이드 파운데이션도 마찬가지다. 히알루론산나트륨(透明质酸钠)과 수분 보습 보유 밸런스 오일(锁水保湿平衡油脂)을 통한 스마트 유수분 밸런스 기술(智慧水油平衡技术)로 오일을 컨트롤해 화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고 표현하고 있다.
랑콤 뗑이돌 파운데이션, 맥 스튜디오 픽스 플루이드 파운데이션 중문 상세페이지 vs. 조르지오 아르마니 파워 패브릭 파운데이션 한국 상세페이지
이처럼 한국 고객과 중국 고객에게 와닿는 표현방식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중국 고객은 왜 이렇게 '오일 컨트롤' 효과에 대해 주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중국의 날씨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여름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무덥고 습해, 피부가 예민해지기 쉽다. 여드름이 나는 것, 여드름 자국, 홍조, 모공 등에 대한 피부 고민을 갖고 있고, 그것을 가리고 있던 메이크업이 빨리 무너지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인다.그렇기 때문에 피부의 오일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피부에 여드름이 나고, 화장이 무너져서 그런 결점들이 그대로 보인다는 것은 중국 고객들에게는 아주 큰 고민인 셈이다. 그로 인해 중국 소셜에서는 U존(턱 라인), T존(이마에서 코 라인), 여드름 존을 나누어하는 메이크업 방법이 바이럴이 많이 되고 있고, 따라서 많은 브랜드사의 중국 상세 페이지에는 고객들의 피부 고민 체크 리스트뿐만 아니라, 오일 컨트롤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 그리고 얼굴 부위 및 피부 고민에 따른 메이크업 하우투 등을 담고 있다.
더블웨어 파운데이션 중국 상세 페이지 내 중국 고객 피부 고민 리스트 / 뗑이돌 파운데이션 중국 KOL 영상 중 여드름 존 메이크업 설명 부분
위에서 나열한 특징들 외에도 '다크닝 없음', '모공 커버', '통기성' 등에 대한 것도 중국 고객이 매트 파운데이션을 구매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을 보여줄 때에도 어떤 성분과 기술에 의해 이것이 구현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 효과가 지속되는지 등 구체적인 백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이다.
중국 고객들이 이렇게 백데이터를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한국에 비해 메이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2016년에 중국 항저우에 파견되어 중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행태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일부 고관여자 여성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 여성들은 메이크업을 많이 하지 않았고, 선크림 정도 바르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을 보면 5년 사이에 메이크업에 대한 니즈가 얼마나 커졌는지, 그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 놀랍기만 하다. 중국 고객들은 말 그대로 지금 메이크업에 대한 본인의 기초를 쌓고 있는 중인 것이다. 내가 이 제품을 썼을 때의 감성적인 측면보다, 실제로 이 제품이 나에게 주는 구체적인 베네핏에 주목하는 것이다. 나의 경험을 믿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백데이터를 믿는 것. 그것이 그들의 구매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여성들은 이미 자기 나름대로의 메이크업 노하우와 피부 관리 노하우를 오랫동안 축적해 왔기 때문에, 어떤 백데이터가 있는가 보다는 내가 이 제품을 써서 어떻게 느끼는지, 즉 이성적인 부분이 아닌 감성적인 부분에 더 반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어떤 성분과 기술이 이런 베네핏을 주는가 보다는, 내가 썼을 때 보송하게 마무리되고 오래 유지가 된다라는 것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과 한국은 가깝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니즈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국에 매트 파운데이션이 아닌 그 어떤 제품을 론칭한다고 하더라도 스터디 없이 한국과 같은 포인트를 강조하거나, 같은 상세페이지를 단순 번역해서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명심하자. 중국 고객에게는 과학적인 백데이터를 통해 제품의 베네핏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