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가 다른 마케터들이 한 데 모여서 마케팅 트렌드나 각자 업무에 대한 고민, 각자의 산업군에 대한 고민을 나누다 보면,
같은 업계나 같은 회사 사람들이랑만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만으로도 하루, 일주일이 가득 차있는 탓에
다른 모임 하나를, 그것도 일종의 ‘스터디’ 같은 모임을 하나 더 늘린다는 것이 적잖이 부담이었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나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마케터 L님을 만났다.
(대략 14년을 알고 지냈으나, 13년을 만나지 않았던)
L님은 제과 쪽 BM으로, 나의 지인들 중 우리 회사 마케터들을 제외하고 얼마 안 되는 마케터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서로 인스타를 보며 신제품 출시할 때마다 응원해 주는 등 서로의 커리어를 지지해 왔던 사이라고나 할까. 그런 그녀가 불현듯 내게 마케팅 모임을 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하고는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부담이 된다고 대답했다. 혹시라도 마음이 생기면 연락을 하겠다고 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내내 계속 마케팅 모임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뭔가 마음속에서 끓는 느낌.
결국 이 만남이 도화선이 되어 마케터즈 모임을 주최하게 되었다.
요즘엔 이런 커뮤니티만 별도로 주최하는 곳들도 많아서, 돈 내고 커뮤니티 들어가면 여러모로 편하다.
장소 대여를 할 필요도 없고, 매달 무엇을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으며 짜여있는 커리큘럼에 흡수만 되면 된다.
첫 번째 모임에서 겪어야만 하는 데면데면함만 이겨내면, 크게 힘들 일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편리함을 제쳐두고, 굳이 이렇게 시간과 마음을 써가며 따로 주최를 하게 된 이유는,
남이 깔아 놓은 판에 참여만 하는 것보다, 직접 주최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얻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남이 깔아주는 판에서만 놀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그래서 하게 되었다. 마케터즈 모임.
원래는 뷰티 업계 마케터 4명, 제과 업계 마케터 2명으로 이루어진 모임이었으나
1회 만에 주변 지인들에게도 소문이 나, 패션 업계 마케터 2명이 영입되어
뷰티, 제과, 패션 3개 산업군 8명의 마케터들로 구성되었다.
지난주 두 번째 모임을 하면서 네이밍 공모를 했는데,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M.S.G가 당첨되었다.
원래는 마케팅 스터디 그룹의 M.S.G였으나 너무 쌔끈하지 못해, 의미를 변경했다.
이름하여 M.S.G 마스지(Marketers, Sexy & Gorgeous).
앞으로 우리가 함께 나눌 내용은,
내가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브랜드 소개, 브랜드 함께 조사 후 인사이트 발굴, 산업군 무관 트렌드 시장 조사(팝업 뿌시기), 마케터 연사 초빙 후 토론, 가끔 마케팅 서적 함께 읽기,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토론(챗GPT 등), 핫플레이스 방문 등등이다. 이것만 해도 일 년이 금방 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