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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02. 2023

고객에게 양질의 브랜드 경험을, 체험형 팝업스토어

마스지(MSG) 활동 - 02 팝업스토어 방문기(샤넬, 기아 e스포츠)



올해 초여름 유독 많은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다. 샤넬, 디올, 헤라 등 뷰티 업계뿐만 아니라, 루이뷔통, 샵 사이다 등 패션 업계, 상쾌환, 호가든 등 식품 업계까지, 거의 모든 업계가 팝업 스토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모든 업계가 팝업스토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브랜드 고객 경험 강화를 위해서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충분히 알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판매 공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별도로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브랜드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다. 팝업 스토어의 장점은 불특정 다수이지만, 기꺼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우리 공간에 묶어두고 브랜드를 체험시킬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런 면에서 옥외 광고나 잡지 등 기존에 주로 했던 불특정 다수 대상의 수단과는 구별된다. 물론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든다. 장소 대관, VMD 설치, 무료 샘플링 등에 따른 비용이 필수불가결하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팝업 스토어 진행을 꺼려하는 브랜드들도 많다. 하지만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의 핵심은, 어떤 방식으로 팝업 스토어를 꾸리는지가 아닐까.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있는 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브랜드마다 더 비교하기가 쉬워졌다. 어떤 브랜드들은 고객들로 하여금 브랜드에 더 많이 참여하게끔 만든다. 팝업 스토어를 구경하다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도록 말이다. 반면, 그냥 사진 몇 번만 찍으면 팝업 스토어 구경이 끝나는 브랜드들도 많다. 전자의 브랜드들은 팝업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된 팬들을 잔뜩 얻어가지만, 후자의 브랜드들은 고객들로 하여금 실망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안 한 만 못한 팝업 스토어가 된 것이다. 돈은 돈대로 들이고, 얻는 바가 없다.






지난주, 마스지 2차 모임으로 성수 팝업 스토어 두 곳, 샤넬 컬러코드 팝업 스토어와 기아 e스포츠 팝업 스토어를 다녀왔다. 두 곳 모두 체험 콘텐츠로 가득해, 한 곳당 40분~1시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최근 다녀온 다른 팝업 스토어들에 비해 체류 시간이 긴 편.



샤넬 컬러코드 팝업 스토어의 경우, 같은 뷰티 업계에 종사하는 마케터로서 ‘역시 대감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팝업 스토어였다. 요즘 팝업 스토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포토 기계뿐만 아니라 전문 포토그래퍼가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샤넬 모델들로 구성된 벽에 그 사진이 함께 걸린다든가, 내 입술만 AI 카메라로 찍어 어떤 컬러가 어울리는지를 진단해 주는 등 각종 기기와 전문가를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가 즐비했다. 심지어 고용된 미모의 아르바이트생 분들이 손톱에 매니큐어도 칠해주신다는(남자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거의 극한 직업). 이것만 가지고는 샤넬 컬러코드 팝업스토어에 오는 이유를 만들어주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리미티드 패키징 제품들을 출시했다. 심지어 늦게 갔더니 두 가지 컬러를 제외하고는 모두 품절. 팝업 스토어가 돈만 쓰는 존재가 아니라, 반대로 돈을 벌어들이는 공간으로도 작용한 셈.







기아 e스포츠 팝업 스토어는 지금까지 내가 봐 온 모든 팝업 스토어 중에 가장 특이점이 있었고, 기억에 남는 팝업 스토어였다. 공대생들이 꾸린 공대 학부 축제에 놀러 간 느낌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일단 e스포츠 팀을 알리려면, e스포츠에 대해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하는데, 처음부터 e스포츠를 경험하는 것은 대중에게 어려울 수 있으니 e를 뗀 스포츠 콘텐츠를 가지고 왔다. 작은 공으로 풍선 맞춰 떨어뜨리기, 수동 테트리스, 테이블 컬링 등 미션을 통과하면 코인을 준다. 2단계로 넘어가면 이제 슬슬 기계를 쓰기 시작하는데, 초등학생 때 많이 했던 한컴 타자 게임이나 감으로 10초를 맞추는 등의 게임을 진행한다. 3단계로 들어가면 비로소 e스포츠다운 게임이 나온다. 약간 축약 버전의 롤 게임을 1대 1로 짝지어 진행한다. 3단계까지 진행하고 나면, 그다음 방에서는 기아의 e스포츠 팀인 DK에게 응원 문구 같은 것을 쓰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아무래도 기아 e스포츠 팝업 스토어는 성공했나 보다. 아직까지 DK팀 이름이 기억나는 것을 보니!




하지만 다소 아쉬웠던 점도 있었는데, e스포츠 팝업 스토어면 e스포츠에만 집중하면 좋았을 것을, 뜬금없이 기아 EV9 신차를 홍보하는 콘텐츠와 섞여 집중도가 흐트러진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나의 뇌피셜로는, 분명히 시작은 e스포츠 홍보였을 테지만, 팝업 스토어에 돈이 깨나 들어가기 때문에 e스포츠로만 쓰기엔 아까웠을 터, 갑자기 신차를 끼어 넣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 e스포츠 팝업 스토어는 근래에 본 팝업 중 가장 신선한 팝업이었다.





그야말로 브랜드 풍년이다. 저마다 자기 브랜드를 봐달라고 애원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다. 이 브랜드도 봐야 하고, 저 브랜드도 봐야 한다. 그런 와중에 팝업 스토어를 찾아온다? 이 고객들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어줄 용의가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브랜드들은 그런 고객들에게 어떤 양질의 경험을 줄 것인지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인스타그램에 버즈를 높이기 위해 그럴싸하게 꾸며만 놓고 '속 빈 강정' 같은 팝업 스토어를 만든다면, 인스타그램에 사진은 많이 노출되겠지만, 고객의 브랜드 경험은 결코 나아질 수가 없다. 작은 것을 얻는 데에 집중하지 말고, ‘고객 경험’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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