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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02. 2024

아무튼 통관. 그리고 태국에서의 첫 옥외광고!

Day 4 : 글로벌 업무 = 멋진일(20%) + 궂은일(80%)


어제 그렇게 기도했건만,

오늘 아침은 우리 첫 매장에 올라갈 VMD 집기들의 통관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을 하며 시작하였다.

분명 태국 물류에서는 오늘 오후 1시에 픽업을 간다고 하여, 드디어 해결되었구나 싶었는데.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 분이 연락 오길, 불행히도 VMD 집기는 약속된 어제 비행기를 또 타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대체 태국 물류에서 픽업을 간다는 물건은 무엇인지...?

우리 물건이 대체 인천 공항에 있는 것인지, 태국 공항에 있는 것인지 행방부터 묘연하여 사방팔방 전화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해결될 때까지 한다, 국제전화


처음에는 우리 업체가 연락하는 한국 DHL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우리 회사를 담당하는 DHL 분의 연락처를 얻어 전화를 했는데,


"제가 이제 담당 안 하는데요. 대표전화로 전화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시는 게 아닌가.


바로 대표전화로 전화를 거니,


"지금 계신 곳에서는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뚜두뚜두뚜", 태국에 있는 게 죄는 아니좌나! (태있죄)


어쩔 수 없이 다시 이전 담당자님께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하시며 송장 번호를 요청하셨다.

그래서 갖고 있던 하우스 빌 번호를 공유드렸는데,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건가? 그것도 악몽?


"아 이건 저희 빌번호가 아닌데요"


순간, 혹시 우리 업체가 사기를 당한 게 아닐까? 뇌가 정지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DHL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팸...?)


그 와중에 가까스로 해당건의 한국 DHL 담당자 연락처를 전달받았고, 당장 전화를 걸었다.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러이러하니 아라비아 숫자 10자리의 빌 번호를 다오, 했는데..


"저희는 DHL 익스프레스가 아니고, DHL 글로벌 포워딩이라는 다른 회사예요"


두둥. DHL이면 DHL이지, 익스프레스는 뭐고 글로벌 포워딩은 또 무엇인지.

어쨌든 물건은 한국에 있는 것이 맞았고, 태국 DHL이 서류를 승인을 안 해줘서 어제자 비행기를 못 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이후 부킹된 비행기는 오늘자도 아닌 내일자 비행기. 이대론 매장 오픈이 불가능한 상황.

무조건 오늘 타야 한다, 안 그러면 매장 오픈이 망한다고 사정사정했더니, 1시간 내 태국 DHL에서 서류 컨펌을 하면 오늘 저녁 8시 것을 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 독촉을 위해 태국 DHL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니, 전화번호는 없고 이메일만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이메일 보내보고 1시간 뒤에 다시 통화를 하자고 하고 끊었다.



그리고 40분 뒤,

여전히 태국 DHL은 이메일에 답변이 없었고...

미치기 일보 직전이므로 태국 DHL 담당자 연락처가 없으면 대표 전화라도 알려달라고 하자 드디어 담당자 연락처 발견!

옆자리의 태국 주재 한국분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꼭 컨펌해 달라고!


"수진님, HS 코드 확인이 필요한데 오늘 안으로는 되는데 지금은 힘들대요"

ㅡ "왜요?"


아니, 대체 HS 코드가 어디 산꼭대기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심해에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지금은 힘든 거지?

이해가 안 가, 왜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표정을 보고 감사하게도 다시 전화를 해봐 주셨고,

결국 지금 컨펌을 하겠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다시 한국 DHL 담당자에게 전화.

지금 당장 항공기 부킹을 해주시겠다고 하시며 전화 종료.



육두문자가 나오는 순간


이렇게 끝이 났으면 좋았겠지만, 응 아니야.

결국 오늘 저녁 8시 비행기는 부킹 하지 못했고 내일 새벽 1시 비행기 부킹 완료.

그렇게 되면 금요일 오전 9시엔 픽업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세관에 서류를 등록해야 하는데, 주말이 껴서 다음 주 월요일에나 픽업이 가능할 거란 태국 물류의 말.


하, 나는 왜 태국의 국왕을 알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이란 말인가. 알고 싶다, 국왕님. 미친 듯이 알고 싶다.






방콕의 중심에서 헤라를 외치다

너무 힘든 얘기만 했으니, 살짝 멋있는 얘기도 해볼까 한다.

이 난장판인 와중에 오늘부터 옥외광고가 롤링되기 때문에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차 옥외광고 스팟으로 확인을 나갔다.


첫 번째 장소는 아속역에 있는 터미널 21의 옥외 전광판.


BTS지하철이 오기를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빠르게 찍고 2번 스팟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일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른 브랜드들의 광고도 함께 롤링되기 때문에 우리 광고는 10분에 한 번씩 볼 수 있었다.

우리 광고가 나오자마자 부랴부랴 찍어보니, 전광판과 핸드폰의 주파수가 맞지 않아 모델 얼굴에 RGB 등고선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이대론 불가.

다시 10분을 기다려, 핸드폰 설정을 조정해 그나마 나은 버전으로 촬영 성공.

제발 방콕 지하철이 타이밍에 맞게 지나가 주길 원했건만...  그런 행운을 오늘 바라는 것은 사치였다.



시암파라곤에 우리 브랜드가? 꿈이죠?


3~4번의 촬영 끝에, 우리의 메인 동선이라 할 수 있는

두 번째 스팟인 시암 파라곤 앞의 파라곤 파크로 이동하였다.


그러나 이곳의 촬영 환경은 아속 터미널 21보다 더욱 좋지 않았는데, 트래픽이 많은 곳이어서 단가가 비싸서 그런지 10분도 아닌, 20분에 한 번씩 나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시암역에서 촬영해야 뷰가 예쁘게 나오는데, 문제는 지하철이 오면 아예 뷰가 가려져 아무것도 찍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그 정도로 불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러나 시암파라곤은 방콕의 중심이 아닌가.

이런 랜드마크에 우리 브랜드의 광고가 롤링이 되다니, 너무나 감격스러워야 맞는 건데,

촬영하면서도 통관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려서인지 기쁨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웠다.


그리고 통관 해결에 오전을 다 바치고,

옥외광고 촬영에 2시간을 바치고 나니

응, 실무는 야근.


아시겠죠?

이 글의 비중처럼 글로벌 업무의 20%만이 멋진 일, 그 외 80%는 지리지리 한 일이라는 것을.


아무튼 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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