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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Aug 03. 2024

주재원의 꿈은 악몽으로 밝혀져

Day 5 : 불금 = 화나는 금요일


끝나지 않은 통관 지옥,

오늘은 통관 이슈가 없겠지,라는 나의 바람은 곧 사치였다. 오늘도 역시나 끝나지 않은 통관의 늪.

어제의 그 VMD는 드디어 인천공항을 떠나 방콕 공항에 도착을 했으나,

문제는 그 안에 있는 진열 제품 샘플이었다.

분명 MSDS 문서까지 미리 보내서 확인받은 것이건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니

태국 법규에 의하면, 보내는 사람 이름으로 된 MSDS가 아니라 받는 업체 이름으로 된 MSDS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닌가.

진짜 듣도 보도 못한 신박한 법규.


어쨌든 그로 인해 쉽백이 될 위기에 처한 제품들.

VMD 집기까지 쉽백 되면 곤란하니, 과감히 제품을 돌려보내야 할 때.

결국 VMD디자이너분께서 다른 샘플을 한국에서 짊어지고 오시기로 (...)


그로 인해 발생된 또 다른 문제는 5일 월요일부터 인테리어 집기 설치가 시작되는데, DHL이 인질로 잡고 있는 VMD 집기는 월요일 저녁 10시나 되어서 도착이 된다는 것.


이제는 모르겠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걸,

안 돼도 내 탓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건지.


김광석 님이 부릅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10일이 다되도록 인천공항에 갇혀있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주말까지 업무라고? 열받아서 불금

직장인에게 있어 주말은 신성한 것이거늘.

불금 생각에 7시까지 업무를 하고 마사지받을 생각에 그나마 즐거웠는데,

마사지 샵 도착하자마자 태국팀장에게 연락이 왔다.


"수진, 오늘까지 이거 컨펌해 줘"

"하나 더. 내일까지 비주얼 인쇄된 거 컨펌해 줘.

너 묵는 호텔에 비주얼 샘플 배송하라고 할게"


What the....

주말 노터치는 국룰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덕분에 마사지 갔다 와서 컴퓨터를 켰다.

두 번은 못할 브랜드 런칭.






주재원의 꿈은 뭐다?

깰 수 있어서 행복해요. 주재원 꿈 팝니다!


나는 글로벌 마케터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글로벌 팀으로 옮겼던 것이고, 그 정점을 찍기 위해 늘 주재원을 꿈꿨다.

아무래도 HQ에 있다 보면 실행을 직접 하는 것은 아니기에, 늘 반쪽짜리 업무를 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주재원이 되어 나머지 반쪽짜리 업무도 터득하고 싶었다.


그러나, 태국법인 출장 5일 만에 현실을 깨달았다.

내가 여길 오더라도 실행보다는 마치 해결사처럼 사고수습, 본사 업무도 내 일, 법인 업무도 내 일이 되며 갈려나갈 것이라는 것을.

도무지 진득하게 10분도 내 업무를 할 수가 없는 업무 환경. 5분마다 한 명씩 '수진'을 불러대는 턱에 나는 웃음을 잃었다. 가끔은 내가 본인들의 팀장도 아닌데, 왜 자꾸 나한테 컨펌을 받으러 오는 건지 아리송하기도 했다.


옆자리의 한국인 담당분 왈,

"수진님, 웃음을 잃었어요. 이게 바로 어메이징 태국입니다"


어느 날 저녁 8시,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 팀의 한국인 직원과 나만 야근을 하고 있더랬다.

이것이 미래구나, 정신이 번쩍 드는 경험이었다.


이로써 그토록 꿨던 주재원의 꿈은 악몽이었음이 밝혀졌다.


주재원, 안타깝게도 당신은 나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아 땡땡 꿈.

깰 수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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