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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Nov 04. 2018

곰팡이가 만든 달콤씁쓸한 귀부와인 소테른

Yvecourt Sauternes 2014

이브코트 소테른 2014 (Yvecourt Sauternes)



특징: 디저트 와인인만큼 아주 달달한 맛. 새콤달콤한 단 맛이라기 보다는, 마치 달고나처럼 당이 느껴지는 단 맛이다. 이스트, 꿀, 꼬릿꼬릿한 치즈, 습한 모스향이 느껴지며 뒷맛이 씁쓸한게 특징이다.

잘 어울리는 음식: 일반 치즈 케익, 고르곤졸라 치즈, 포도, 포도가 올라간 치즈 케익류. 디저트 와인이라 단 것이면 다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고 매치하면 나처럼 절반은 실패한다. '꼬릿꼬릿'을 통일하여 고르곤졸라류를 페어링하든, 본디 포도에서 나온 자식이니 포도를 페어링하면 좋겠다.

점수: 3.5/5



나는 와인을 매우 좋아한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으면, 내가 와인을 도네이션해서라도 와인 콜키지 프리인 레스토랑에 가는 편이다. 맥주는 배가 부르고, 소주는 대체로 맛이 없다. (거나하게 취하고 싶은 특별한 때를 제외하곤)


11월에 휴일이 단 하루도 없단 것을 깨닫자마자, 회사 동기 두명과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자체적으로 11월의 휴일을 만든 셈이다. 끼리끼리라고, 같이 여행을 간 친구들도 소주보단 와인을 선호하는 친구들이어서, 이번 여행에 와인을 한병씩 지참하기로 했다.


그 중 친구 쏭이 갖고 온 와인은 디저트 와인 중 하나로, 우아하다고 알려진 귀부와인 소테른(Sauternes)이었다.

아마도 '신의 물방울' 만화책을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곰팡이로 만든다는 신기한 이 와인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 '신의 물방울'에 나온 귀부와인은 굉장한 고가의 샤토 뒤껨이긴 하지만. 그동안 황금빛의 황홀경을 선사한다는 귀부와인이 몹시 궁금했지만, 워낙 스위트한 와인을 좋아하지 않는 나라서 선뜻 손이 안갔는데 친구 덕분에 환상의 섬 제주도에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프랑스 지역 이름이자 그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의 이름이기도 한 소테른



보르도 남부의 소테른 지방
소테른은 프랑스의 남부, 그리고 보르도의 남부에 위치한 지역의 이름이자, 그곳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곳에서는 곰팡이로 인해 귀부병에 걸린 포도들로 아주 달달한 스위트 와인을 생산한다.
포도의 귀부병은 보트리티스라는 곰팡이균 때문인데, 이곳의 기후가 주요 원인이다. 소테른은 구릉지대라서 아침에는 안개가 끼고 오후에는 기온이 상승하여, 곰팡이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한다고 한다. 만약 안개만 쭉 낀다면 곰팡이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햇볕만 찐다면 당연히 곰팡이가 생길 수가 없다. 그러므로 소테른의 기후는 귀부와인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다. 소테른에서는 이렇게 곰팡이균이 생긴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익을 때까지 두었다가 귀부와인을 만든다.

가격은 보통 비싼 편이다. 곰팡이가 잘 생기는 포도는 정해져있다고 하고,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괜찮은 포도를 수확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제주도 여행 마지막 밤에 마신 귀부와인 Yvecourt Sauternes 2014
듣던대로 황금빛을 자랑하는 소테른


Yvecourt Sauternes 2014 (이브코트 소테른)

우리가 마신 소테른은 이브코트라는 생산자가 생산한 이브코트 소테른 2014년 빈티지다. 숙소에 와인잔이 없어 급히 머그잔에 따라본다. 듣던대로 꿀에서 많이 보던 황금빛이다. 보기만 해도 당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한모금 들이키기 전에 향을 맡아본다. 여지껏 맡아본 적 없는 익숙하지 않은 향이 느껴진다. 먼저 샴페인에서 맡아봤던 이스트향이 느껴진다. 그리고 낮에 마셨던 편의점 음료 '따뜻한 허니 레몬&배'의 꿀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마치 레몬청, 유자청 같은 느낌. 그리고 꼬릿꼬릿한 치즈의 향과 뭔가 습한 모스향이 언뜻 코에 아른 거린다. 아침에 안개가 많이 낀다는 소테른을 상상해 본다. 모스향은 바로 그곳에서 왔을 것이다.


이제 한모금 마셔본다. 예상보다 더 진한 단 맛. 오크숙성을 했는지 약간의 바닐라향이 느껴졌다. 한가지 예상하지 못한 맛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끝에 느껴지는 씁쓸한 맛이다. 청포도의 껍질에서 온 듯한 씁쓸한 맛이 단맛을 끊어낸다.


사실 우리가 상상한 소테른의 단 맛은 모스카토 다스티류의 단 맛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상큼한 것을 매치하기 위해, 딸기, 블루베리, 산딸기, 적포도가 얹어진 치즈케익을 사왔었다. 그런데 이 소테른은 우리 생각보다 꿀, 이스트향 그리고 꼬릿꼬릿한 치즈향이 더 강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치즈케익과는 잘 맞았으나 위에 올려진 딸기와는 맞지 않았다. 딸기는 쓴 맛이 전혀 없이 단 것이라 오히려 소테른의 씁쓸한 뒷맛을 더 부추길 뿐이었다. 다행인 것은 치즈케익 위에 올라와있던 포도와는 아주 잘 맞았다. 역시 DNA는 못 속인다.

다음에 또 마셔본다면, 깔끔하게 청포도를 페어링해 보거나 아예 꼬릿꼬릿을 통일시켜 고르곤졸라 피자나 치즈와 페어링해 봐야겠다.


달아도 너무 달은 소테른. 한사람당 2잔 이상 마시는 건 무리 같다. 뒷골이 땅길 정도의 단 맛이 느껴져 쉽게 혀가 피곤해진다. 역시 디저트가 본식이 아닌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2018년 11월 3일 저녁 6시 제주의 일몰


이날 저녁 눈에 담았던 황금빛 제주의 일몰은 달디 달았던 황금빛의 소테른을 떠올리게 한다. 비록 우리가 준비한 딸기치즈케익과는 완벽하게 조화롭지는 않았지만, 제주의 밤과 소테른은 퍽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황금빛으로 기억될 제주의 마지막 밤.




Yvecourt Sauternes 2014
Dessert wine from Sauternes, France
Sauvignon blanc, Semillon, Muscad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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