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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Dec 02. 2018

체코 와인은 처음이지?

오스틴의 체코 모라비아 와이너리 여행기 1탄: 발디체 와인 살롱


특징: 체코 화이트 와인의 특징은 열대과일에서 오는 시트러스함과 석회질에서 오는 미네랄리티. 강하게 흘러나오는 열대 과일향과는 다르게 맛은 그렇게 달지 않다. 오히려 산미가 살짝 있는 편.

잘 어울리는 음식: 그 진한 열대 과일향으로 인해 음식 페어링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 최고의 궁합은 청포도이며, 채소로 구성된 샐러드 정도가 적합할 것 같다.

점수: 세 가지 와인 모두 4.5/5



# 왜 하필 체코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올해 10월, 휴가로 오스트리아와 체코에 다녀왔다. ‘프라하의 연인’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프라하’는 뭔지 모를 낭만의 도시로 다가왔고, 그래서 꼭 나중에 남자 친구 혹은 남편이랑 가야지 생각해왔으나, 기대와는 달리 올해 엄마와 다녀오게 되었다.
 

체코를 가야지, 하고 생각해보니 막상 그동안 체코에 대한 이미지만 있을 뿐 체코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걸 깨달았다.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혹시 체코에도 와이너리가 있지 않을까 하여 검색을 해보니, 한 여행사에서 체코 와이너리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가게 되었다, 이름도 생소한 모라비아에.


많은 사람들에게 체코는 맥주로 유명하고, 또 체코 와인을 한국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다 보니 (최근 롯데 장터에서 2병만 봤다), 체코에서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놀랍게도 체코의 국내 와인 소비량이 생산량의 2~3배나 된다고 한다. 만드는 족족 마시는 바람에, 수출할 와인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심지어 병에 라벨링 하는 것도 아까워서 그냥 라벨링이 안된 채로 마시기도 한다니 말 다했다.

 

체코 지도: 빨간 색으로 표기된 곳이 모라비아 지역이다.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가는 곳에 위치해 있다.
모라비아 지도: 모라비아는 체코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브르노의 아랫편에 있다. 빨간 표시 옆과 아래에 있는 미쿨로프와 발티체에 방문했다.


체코의 포도 재배 지역은 프라하가 속한 보헤미아 지역과 모라비아 지역으로 나뉘는데, 체코에 등록된 포도밭의 96%가 모라비아에 있다고 한다. 96%라니! 엄청난 숫자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라비아에는 312개의 와인 마을이 있고, 19,000명의 포도 재배자들이 1,126개의 포도밭을 관리하며, 모라비아 와인은 3세기 로마 시대부터 전통을 이어왔다고 하니,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굉장한 역사를 자랑한다.

최근의 성과도 알아줄 만했다. 최근 체코의 화이트 와인이 여러 콘테스트에서 무려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고 하니, 마셔보지 않을 수 없었다.



# 모라비아에 있는 발디체 와인 살롱으로 향하다

위: 발디체 성 외관 / 아래: 지하 와인 살롱 내부


엄마와 나는 체코 와인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인 발디체로 향했다. 발디체는 프라하에서 3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닿을 수 있는 모라비아의 한 도시이다. 과거에는 리흐텐슈타인 대공의 영지였던 곳이기도 하다. (리흐텐슈타인은 지금 스위스와 독일 국경에 자기들만의 나라를 세운 리흐텐슈타인공국의 그 리흐텐슈타인이다). 발디체 성 지하에는 엄청 큰 와인 살롱이 있는데, 한 명당 399 코룬(약 20유로)을 내면, 체코 와인 콘테스트에서 메달을 수상한 100여 종의 체코 와인을 맛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것은 살 수도 있다. 하지만 100여 종의 와인을 모두 마셔보는 건 아무래도 무리여서 선별을 해야만 했다. 모라비아는 위도가 프랑스 알자스 지방과 비슷하다 보니 레드 와인보다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화이트 와인이 괜찮다 하여, 체코 품종 위주로 한 50종 정도 마셔보았다.

 

와인 살롱 안에는 100여 종의 와인들이 이렇게 숫자가 쓰인 셀러 안에 들어있다. 설명을 보고 마음껏 꺼내 마셔볼 수 있다.
체코 와이너리 투어에서 사온 와인들


50여 종을 마셔보니 이미 취기가 올라 알딸딸했다. 그 와중에 좋았던 품종 3가지로 엄선해서 골랐다.

팔라바, 피노 블랑 그리고 뮈스카 모라브스키 품종이 그것이다.


 


# 오스틴 Pick 체코 화이트 와인 3종

1. 팔라바 (Palava)

팔라바는 미쿨로프스카에 위치한 청정 포도 재배지인 동시에, 그곳에서 자라는 체코 토착 포도 품종이다. 이곳에서 자란 포도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와인을 만들었을 때 마치 스파클링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다.


오스틴 Pick 체코 화이트 와인 ①

Moravino Frankovka Barrique Pozdni Sber 2016
White wine from Morava, Czechia

패션후르츠와 구아바,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의 향연. 엄청난 과실 폭탄.

그러나 향만큼 맛은 달지 않아서 좋았던 와인.

체코 와인은 다른 나라 와인보다 참 개성적이다.

그리고 보통 열대과일향이 압도적인 듯하다.



2. 피노 블랑 (Pinot Blanc)

피노 블랑은 피노 누아의 변형 품종으로, 위도가 높은 서늘한 곳에서 주로 자란다. 가장 잘 알려진 재배지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이고, 체코에서도 전체 포도밭 면적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오스틴 Pick 체코 화이트 와인 ②

Vracov-Klinky Rulandske Bile 2015

White wine from Morava, Czech

구아바, 망고 같은 열대 과일향이 아주 풍부하게 잔을 타고 흘러나온다. 그러면서도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화이트 와인답게 신선한 산미가 돋보인다. 지금까지 마셔본 체코 와인 중 가장 놀라웠던 와인.






3. 뮈스카 모라브스키 (Muskat Moravsky)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팔라바와 함께 또 하나의 모라비아 토착 품종인 뮈스카 모라브스키. 아마도 체코 와인을 접한 적이 없다면 굉장히 생소한 품종일 것이다.


오스틴 Pick 체코 화이트 와인 ③

Mezi Sklepy Muskat Moravsky 2016

White wine from Morava, Czech

향을 맡자마자 바로 이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장미꽃 외엔 와인에서 플로럴 향을 잘 캐치하지 못하는 나였는데, 이 와인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아카시아 같은 화이트 플로럴 향이 훅 하고 퍼졌다. 거기에 체코 화이트 와인 특유의 열대과일의 시트러스 향까지. 너무 좋아서 무려 2병이나 사 왔다.

 



지금껏 마셔보니 체코 화이트 와인의 특징은 열대과일에서 오는 시트러스함과 석회질에서 오는 미네랄리티인 것 같다. 그 어느 나라 화이트 와인들 보다도 구아바, 패션후르츠 같은 열대과일향이 아주 강하게 나서 사실 음식 페어링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도 샐러드 정도와 페어링 하든지, 입가심 와인 정도로 마시는 게 좋을 듯하다. 좋은 마리아주를 찾으신 분들은 꼭 알려주시길 :)




Moravino Frankovka Barrique Pozdni Sber 2016
Vracov-Klinky Rulandske Bile 2015
Mezi Sklepy Muskat Moravsk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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