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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Dec 02. 2018

체코 와인은 처음이지? - 2

오스틴의 체코 모라비아 와이너리 여행기 2탄: 미쿨로프

Vino Cibulka Mikulovska Chardonnay 2016


특징: 2016년 빈티지인데, 덜 숙성이 되었는지 아니면 들고 오면서 안정도가 깨졌는지 모르겠지만, 충분한 과실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마셨을 때는 미묘한 딸기향이 감돌았으나, 이곳에서 마셨을 때는 과실 향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알코올 향이 많이 났다.

잘 어울리는 음식: 제대로 열리지 않아 페어링 하기가 쉽지 않으나, 한국 돼지고기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한국 삼겹살은 핏빛이 많이 돌지 않는 하얀 고기 살이라서, 레드보다 화이트가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점수: 2/5


# 모라비아 남부 중심, 미쿨로프로 향하다 

위: 미쿨로프 성에서 바라본 모라비아 전경 / 아래: 미쿨로프 성 앞에서 엄마와 나
정면에 보이는 곳이 팔라바 언덕이다


우리의 체코 와인 투어의 두 번째 목적지는 남부 모라비아의 중심지 미쿨로프다. 미쿨로프는 발디체에서 운전해서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미쿨로프는 파노니아(Pannonia) 대초원의 마지막 곶으로, 1탄에서 언급했던 체코 토착 포도 품종인 '팔라바'의 생산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이 곳의 석회질 점토로 인해 미네랄리티가 강한 와인이 생산된다고 한다.


굉장히 아쉬웠던 것은, 원래 내가 여행을 했던 9월 말에서 10월 초는 그 해 첫 포도를 수확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와이너리 투어 때 현지인들과 같이 포도를 따는 것으로 계획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우리 여행 기간의 바로 전 주는 패딩을 입을 정도로 아주 추웠다가, 우리 여행 기간은 트위드 재킷 하나만 걸칠 정도로 따뜻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덕에 올해는 더 일찍 수확을 했다고. 그래서 포도 따기에 참여할 수 없었다. 지구 온난화가 굉장히 심각하다.


그래서 남는 시간은 미쿨로프의 카페에서 티 타임을 하기로 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미쿨로프는 남부 모라비아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 이전의 발디체나 레드니체 보다 훨씬 번화했다. 곳곳에 와인샵이나 와인과 커피, 티를 취급하는 카페들이 많았고, 또 그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소소하게 와인 테이스팅 프로그램들도 운영하고 있으니, 미쿨로프에 가게 된다면 참여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번화한 미쿨로프 상점가
우연히 들어온 작은 카페. 피노 블랑 글래스 와인을 시켰더니, 저렇게 앙증맞은 청포도와 준다


사람이 많은 번화한 상점가를 지나 조용해 보이는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는 다음 와이너리 투어를 위해 간을 쉬게 해 주려고 간단히 차나 한 잔 할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왔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엄마는 차를, 나는 피노 블랑 글라스 와인을 주문했다. 굉장히 작아 보이는 카페였으나, 그 안에는 저렇게 많은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다.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더라도, 글라스 와인으로 시킬 수 있는 와인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는데, 이곳은 역시 알아주는 와인 생산지답게! 글라스 와인 종류가 넘쳐난다.

또 좋았던 것은, 와인 한 잔을 시켰는데 저렇게 앙증맞고 또 달콤한 청포도 한 줌을 같이 준다는 점. 역시 최고의 페어링은 와인과 청포도인 것 같다. 핏줄은 무시 못 한다 :)



# 모라비아 와이너리 마지막 투어는 석회암 동굴 레스토랑 포드 코짐 흐라드켐

직접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솔라르직 할아버지. 와인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데, 굉장한 위트가 넘친다
왼: VINO CIBULKA의 하우스 와인 / 오: 체코 전통 음식 꼴레뇨


체코 와이너리 투어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했다. 미쿨로프에서 직접 와이너리와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는 솔라르직 할아버지의 레스토랑이다. 원래대로라면 같이 포도를 땄을 텐데, 아쉽게 되었다. 우리는 이 날 이 곳에서 체코 전통 요리와 함께 총 7가지 와인을 페어링 해서 마셨다. (거나하게 취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나는 이곳에서 체코 전통 요리 중 하나인 꼴레뇨를 처음 먹어보았는데, 이 곳에서 처음 먹어본 걸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어쩜 이렇게 족발같이 쫀득쫀득하며, 잡내가 하나도 없는지. 그리고 신기한 게, 보통 육류에는 레드 와인을 페어링 하는데, 이곳의 꼴레뇨는 화이트도 레드도 모두 잘 어울렸다.


이 곳에서 시음했던 와인들을 순서대로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① Riesling (리즐링)

② Pinot Blanc (피노 블랑)

③ Chardonnay (샤도네이)

④ Tramin (트라민)

⑤ Palava (팔라바): 트라민과 뮐러트루가우의 교배 품종

⑥ Hibernal (히베르날): 리슬링과 세이벨의 교배 품종

⑦ Zweigeltreve (쯔베이글트레베)


피노 블랑이 가장 특이했는데, 솔라르직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여자는 바나나 향을 떠올린다 하고, 남자는 파인애플향을 떠올린다 한다. 나는 다행히도 바나나향을 맡을 수 있었다. 뭔가 바나나킥 과자 같은 바나나향. 샤르도네는 딸기향이 가득했고, 트라민은 바닐라향, 팔라바는 피치와 살구향, 히베르날은 가죽 향이 많이 났다. 이렇게 화이트 품종마다 모두 다른 개성과 매력을 발산하니 체코 와인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라르직 할아버지 와인 셀러에서 다같이


할아버지도 우리도 거나하게 취했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본인의 와인 셀러에 데려가셨다. 석굴암 동굴 아래에 엄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와인 오통들. 같이 테이블에서 합석했던 일본인, 미국인과 함께 사진을 남겨보았다.

더 취하면 어떡하지, 하는 차에 가이드님이 집에 가자고 말씀해 주셨다. 원래 계획된 숙소 도착 시간은 저녁 10시, 그러나 우리는 새벽 12시도 넘어서 도착했다.

Vino Cibulka 와인 2병과 함께.



# 한국 바비큐와 먹는 체코 샤도네이 와인

솔라르직 할아버지 레스토랑에서 사온 Vino Cibulka Chardonnay


요즘 들어 체코 와인 언제 마실 거냐는 친구들의 제의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체코 와인이 많이 수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각 나라 와이너리에서 사 온 와인대전을 준비했다. 친구 1은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를, 친구 2는 프랑스 알자스 리슬링과 조지아 레드 와인을, 나는 체코 모라비아 샤도네이를 준비했다. 음식은 삼겹살과 항정살이다.

제일 첫 와인으로 할아버지네에서 사 온 체코 샤도네이를 오픈했다. 그때 느꼈던 딸기향을 기대하며.

그런데 그날 마셨던 것과 빈티지가 달랐던 건지, 충분한 과실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샤도네이하면 생각나는 그 복숭아 같은 과실 향이 전혀 나지 않았다. 덜 숙성된 탓에 알코올 향이 더 올라왔다. 생각했던 것과 달라 실망스러웠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앞서 마셨던 체코 화이트 와인들 (1편 참고)보다 열대 과일향이 적어, 오히려 돼지고기와 매칭 하기는 더 쉬웠던 것 같다. 사람들은 보통 육류에는 레드, 해산물에는 화이트를 매칭 하지만, 실 우리나라 돼지고기는 서양의 것과 다르게 붉은 살이 아닌 하얀 살이 많아 오히려 화이트가 잘 어울린다고 한다. 좀 더 늦게 풀 걸 아쉽긴 했으나 다양한 산지의 와인들과 즐거운 저녁이었다.



Vino Cibulka Mikulovska Chardonnay 2016
White wine from Morava, Cz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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