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베스트] 바인굿 빈터 클롭베르크 리슬링 그로세스 게벡스 2016
매년 겨울이 찾아오면 혼자서 열심히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굴이랑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찾기'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나의 0순위 와인 백서 '신의 물방울' 가라사대,
"굴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은 루이자도 마을 단위의 샤블리라 하노라."
그런데 요즘은 또 '굴은 샤블리'란 공식이 많이 깨진 것 같다. 최근 '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 콘테스트에서 뉴질랜드 말버러 지방의 쇼비뇽 블랑이 여러 번 1위를 거머쥐기도 했기 때문이다.
보통 굴이랑 페어링 하는 와인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굴에 쇼비뇽 블랑을, 어떤 사람들은 샤블리를, 또 어떤 사람들은 샴페인을 많이 페어링 해서 마신다.
개개인마다 굴이랑 잘 어울리는 와인을 꼽을 때의 기준은 당연히 다르다. 어떤 사람은 산미를 최고로 높게 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산미가 너무 강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에는 너무 과실 향이 많이 나는 것은 굴이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굴 냄새를 잡기 위해 레몬을 살짝 뿌리는 정도여야지, 그 레몬이 굴을 잡아먹어선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실 맛은 반드시 시트러스 혹은 청포도나 청사과 계열에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대과일향이 나는 와인과 굴을 페어링 한다면 얼마나 안 어울릴까? 상상만 해도 별로다. 리치 한 입, 굴 한 입, 파인애플 한 입, 굴 한 입.
맛의 기준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꼽는 기준은 있다.
1) 굴의 비린 맛을 잡아줄 것 (최소한 도드라지게 하지는 않을 것)
2) 너무 달지 않을 것 (드라이할 것)
정도가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와인 아카데미 사람들과 각자 굴과 어울리는 와인 한 병씩 갖고 오는 것으로 진행했다.
와인 리스트 (사진 왼쪽부터)
1. Domaine Castagnier Bourgogne Aligote 2015 (도멘 카스타니에 부르고뉴 알리고떼 2015)
2. Domaine de la Tour Chablis 2016 (도멘 드 라 투르 샤블리 2015)
3. Domaine Begue-Mathiot Chablis (도멘 베그 마티오 샤블리)
4. Weingut Brundlmayer Riesling Terrassen 2017 (바인굿 브룬들마이어 리슬링 2017)
5. Weingut Winter Kloppberg Riesling GG (바인굿 빈터 클롭베르크 리슬링 그로세스 게벡스)
6. Clos des Rocs Monopole Pouilly-Loche 2016 (클로 데 락 모노폴 뿌이 로셰 2016)
7. Moulin de la Roque Domaine de la Nartette Rose 2017 (물랭 드 라 로크 도멘 드 나르떼뜨 로제 2017)
이렇게 7종을 마셨으나, 불행히도 나의 혀와 간은 7병을 모두 버틸 재간이 없다.
뒤의 2병은 기억에서 순삭 되었으니, 이번 리뷰에서 저 2병은 제외하도록 한다.
(그 뒤의 3병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분들이 마신 와인들이라 또 제외)
White wine from Bourgogne Aligote , France
첫 번째 와인은 브루고뉴 알리고떼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
이 와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라 하면, 감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감귤 시트러스 향에서 시작해서 감귤의 시고 단맛으로 끝난다. 산미가 굉장히 강하다. 시큼한 귤 먹는 느낌.
굉장히 시큼 상큼해서 식전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굴이랑 매칭 하기에는 과실 향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복잡한 맛이 필요한 느낌.
White wine from Chablis, France
두 번째는 정통 굴 강자 샤블리. 얼마 전에 같은 생산자의 그랑 크뤼를 마셔본 적이 있었는데, 과실과 미네랄리티가 복잡 미묘하게 조화를 이룬 것이 굴이랑 너무 잘 어울렸었다. 그래서 일반 샤블리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가져와봤다.
1번 알리고테와 완전히 다르게, 이스트 향 그리고 강낭콩 씹는 향과 질감, 그리고 미네랄리티가 느껴졌다.
강낭콩 밥 먹어본 사람이라면 떠올리기 쉬울 것이다. 초등학생 때 엄마가 강낭콩 넣고 해 준 밥이 떠올랐다.
1번 와인과 비교하면 엄청 곡물스런 느낌. 분명 이것도 상큼한 시트러스가 느껴졌을 텐데, 1번 알리고테의 신 맛이 강해서 시트러스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도 굴이랑 페어링 하기엔 아쉽다는 생각.
White wine from Chablis, France
세 번째도 역시 샤블리. 1번과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르다. 나는 그 다름이 미네랄리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먼저 레몬 같은 노오란 과일에서 오는 시트러스 향이 눈에 띄는데, 그 뒤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것이 바로 샤블리의 미네랄리티였다. 뭔가 감칠맛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3번 샤블리가 가장 굴과 잘 어울렸다.
White wine from Kamptal, Austria
네 번째는 오스트리아 리슬링. 보통 리슬링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향 중 하나가 패트롤이다. 패트롤은 등유 냄새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역시 어렸을 때 주유소에서 석유를 조금씩 사 와 보일러 때던 기억을 상기시킨다.
아무튼 이 와인은 '나는 패트롤이다'를 고래고래 외친다. 올해 휴가로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다녀왔는데, 그때 오스트리아의 리슬링을 매일 마셨다. 그때 느꼈던 복잡 미묘한 맛은 덜 느껴져서 아쉬웠다. (어쩌면 이쯤 혀가 마비되었었을지도.)
White wine from Rheinhessen, Germany
다섯 번째는 독일 리슬링이다. 음, 4번 리슬링에 연이어 마셔서 그럴까? 더 차이가 확연했다.
아주 약간 코를 스치는 듯한 페트롤 향, 그리고 향이 풍부한 머스켓 청포도와 청사과 향이 느껴졌다. 청사과, 청포도, 피치 등등 다양한 과일들이 섞여 두드러지거나 튀는 향이 없이 조화된 느낌. 그러면서도 미네랄리티가 느껴지는데, 굴이랑 잘 어울릴뿐더러 와인 자체로도 굉장히 맛있었다. 이날의 베스트.
그 뒤로 버건디 화이트인 Clos des Rocs Monopole Pouilly-Loche 2016과 로제인 Moulin de la Roque Domaine de la Nartette Rose 2017를 마셨으나, 이미 혀가 마비되어 맛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
다만 Clos des Rocs Monopole Pouilly-Loche를 굴전과 아주 맛있게 순삭 했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이렇게 탄생한! 2018년 11월 27일 진행된 '굴이랑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대전'의 베스트 와인인 독일 리슬링 Weingut Winter Kloppberg Riesling GG를 소개합니다.
품종: 리슬링 100%
지역: Rheinhessen (라인헤센) > Germany
생산자: Weingut Winter (바인굿 빈터)
빈티지: 2016
당도: 낮음
산도: 조금 높음
바디: 조금 가벼운
타닌: 적음
어울리는 음식: 푸릇한 샐러드나 조개, 굴, 회 등 해산물
점수: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