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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Dec 07. 2018

이마트 3만 원대 가성비 와인과 마장동 소고기 페어링

[이날 베스트] 알타 비스타 떼루아 셀렉션 말벡 2015

한 달 전, 회사 팀 선배가 육아휴직 후 복직을 했다. 복직 웰컴 파티를 생각하다가, 다른 선배가 "마장동 소고기 정말 싸고 맛있어. 그리고 와인 콜키지도 돼!"라고 하셔서, 엉겁결에 마장동 소고기 X 와인 파티를 열게 되었다.


소고기는 마장동에서 준비해 줄 거고, 와인을 준비해야 했다. 준비를 위해 고려할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먼저, 우리 팀 인원은 총 10명. 10명이 부족하지 않게 적당히 마실 양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모두 와인 기호가 다르다 보니, 그 무엇보다 적당한 맛이 필요했다. 탄닌이 두드러지거나, 너무 개성 있는 와인은 피했다.
세 번째는 가격. 나처럼 5만 원을 주고 와인을 사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래서 전체 버짓을 15만 원 정도로 잡고, 대부분 2-3만 원대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 구성하려 했다. 보통은 4-5만 원대 와인을 선호하는데, 이렇게 저렴한 와인으로 구성하게 된 것은 이마트 와인 소믈리에님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믈리에님 왈, "고깃집에서 먹으면 그 와인이 그 와인 이니라" 그리고 "회식 때 취하면 그 맛이 그 맛이니라". 

고기 굽는 냄새에 그런 미묘한 와인의 향과 맛이 잘 묻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취하면 그 맛이 그 맛이기 때문에 비싼 와인이 필요가 없다는 현명한 조언이었다.


말이 길었지만 한 줄로 요약하자면 적당, 적당, 또 적당이다. 그래서 와인을 새롭게 시작해보는 사람들에게 아주 적당한 와인 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가지의 깐깐한 기준을 통해 최종 선발된 와인은 다음과 같다.


와인 리스트 (사진 왼쪽부터 마신 순서대로)

1. Pere Ventura Cava Reserva Primer Brut (뻬레 벤뚜라 까바 프리메르 브륏 레세르바)

2. Peter Lehmann The Barossan Shiraz 2016 (피터르만 바로산 쉬라즈 2016)

3. Masi Bonacosta Valpolicella Classico 2016 (마시 보나코스타 발포리첼라 클라시코 2016)

4. Eguia Crianza Rioha 2015 (에기아 크리안자 리오하 2015)

5. Alta Vista Terroir Selection Malbec 2015 (알타 비스타 떼루아 셀렉션 말벡 2015)


이렇게 5종으로 구성했고, 1번 와인인 스페인 까바는 식전주이기 때문에 더더욱 부족함 없게 하기 위해 2병을 준비했다.

3번 이탈리아 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 나라의 대표 품종으로 준비해 보았다.

스페인 까바와 템프라니요, 호주 쉬라즈, 아르헨티나 말벡.

한 번쯤은 언뜻이라도 들어봤을 것이다.

이 중 알타 비스타 말벡을 제외하고는 모두 3만 원 대 이하로 이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 먹자골목에 들어가면 이렇게 가게들이 일렬로 즐비해 있다
먹자골목 앞에는 황금 돼지와 소의 상이 있는데, 내년은 황금 돼지의 해이니 돼지님께 빌어본다.



집에서 한 시간 반도 더 걸리는 마장동을 내 평생 오게 될 줄이야. 마장동은 첫 모습부터 굉장한 아우라를 뿜었다. 무엇보다 먹자골목 전체를 뒤덮고 있는 소고기 축산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골목을 가득 일렬로 채우고 있는 간판들의 포스는 이 곳이 한국 소고기의 성지임을 실감하게 했다.



좌: 냉면 그릇의 아이스 바켓 / 우: 따로 준비해간 와인 잔과 식당의 맥주잔


생각지 못한 당황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방문한 식당은 콜키지는 프리지만 아이스 바켓이 없었다.

하지만 당황할 건 없다. 아주머니들께서 냉면 그릇에 얼음을 가득 담아 즉석 바켓을 만들어 주셨다. 어차피 냉장고에서 칠링 했다가 바로 꺼내온 것이라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두 번째는 와인잔이 없다. 나는 그걸 알고 따로 잔을 준비해 갔으니 가실 분들은 미리 식당에 연락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이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토시살과 육회를 시켰다.

토시살은 소 한 마리당 한 덩어리만 생산되는 부위라 하니, 진짜 마장동에 오지 않으면 서울 시내 레스토랑에서는 너무 비싸게 먹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와인을 마시는 순서는 보통 스파클링 - 화이트 - 레드 - 디저트이며, 우리와 같이 레드가 많은 경우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순으로 마시면 된다. 운동을 할 때에도 우리 몸을 준비시키기 위해 간단한 체조로 시작하여 힘든 운동으로 가듯이, 와인을 마실 때에도 혀와 간에게 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1. Pere Ventura Cava Reserva Primier Brut (뻬레 벤뚜라 까바 프리메르 브륏 레세르바)

Sparkling wine from Cava, Spain

식전주로 선택한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인 까바. 이마트 소믈리에분이 가격이 잘못 들어왔다며 (너무 싸게 잘못 책정되었다 한다) 강력 추천을 해주신 2만 원도 안 되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샴페인을 마시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비싸니까 가성비가 좋은 스페인 까바로 목을 축인다.

은은하게 나는 토스트 향, 그리고 한국 배가 아닌 서양 배의 향이 난다. 동그란 한국 배가 좀 더 물이 많은 삼삼한 맛이라면, 조롱박같이 생긴 서양 배는 더 달큼한 맛이 난다. 그래서 뭔가 꿀에 배를 절인 향이 가득했는데, 배랑 같이 먹는 달달한 육회랑 너무나 잘 어울렸다.


2. Peter Lehmann The Barossan Shiraz 2016 (피터르만 바로산 쉬라즈 2016)

Red wine from Barossa Valley, Australia

소믈리에님이 추천해 주셨을 때, 전형적인 호주 쉬라즈의 느낌은 아니라고 소개를 해주셨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보통 호주의 쉬라즈를 얘기할 때 많이 이야기를 하는 향은 호주에 넘쳐나는 "유칼립투스"의 향이다.

하지만 피터르만 바로산 쉬라즈에서는 그런 전형적인 유칼립투스의 향이 거의 나지 않았다. 검정 자두, 블루베리 같은 검푸른 과실 향이 많이 느껴졌고, 코를 깊게 대고 있으면 스파이시한 멘톨향이 느껴졌다. 그럭저럭 이 가격에 마시기 괜찮지만, 큰 임팩트는 없었다.


3. Masi Bonacosta Valpolicella Classico 2016 (마시 보나코스타 발포리첼라 클라시코 2016)

Red wine from Valpolicella, Italy

굉장히 마시기 쉬웠던, 목에서 그냥 꿀떡꿀떡 넘어갔던 마시 보나코스타 발포리첼라 클라시코. 레드 와인의 탄닌감이 싫은 사람이라면, 이 와인은 아주 쉽게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알이 작은 붉은 과일 계열인 체리와 딸기향, 그리고 오크에서 오는 바닐라향이 합쳐져서, 체리나 딸기 요거트 같은 향이 난다. 소고기랑 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뭔가 소고기에 밀리는 느낌.


4. Eguia Crianza Rioha 2015 (에기아 크리안자 리오하 2015)

Red wine from Rioha, Spain

스페인의 대표 와인 산지인 리오하에서 대표 품종인 템프라니요로 만든 와인, 에기아 크리안자 리오하. 스페인 레드 와인의 레이블을 보면, '크리안자', '레세르바', 혹은 '그란 레세르바'라고 쓰여있는데, 이것은 오크 숙성에 관련된 기준이다. 크리안자는 오크 통과 병 속에서 2년간 숙성시킨 것을 '크리안자'라고 한다.

3번 이탈리아 발포리첼라 와인과 굉장히 비슷한 선상의 맛과 향이 났다. 오크 숙성답게 바닐라 피니쉬가 눈에 띄고, 마찬가지로 체리와 딸기 같은 붉고 알맹이가 작은 열매의 향이 난다. 역시 소고기랑 붙이기에는 약간 체구가 작은 느낌이 든다.


5. Alta Vista Terroir Selection Malbec 2015 (알타 비스타 떼루아 셀렉션 말벡 2015)

Red wine from Uco Valley, Argentina

이 날의 베스트 와인이다. 그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말벡 품종으로 만든 알타 비스타 떼루아 셀렉션이다.

말벡을 생각하면 뭔가 담배 피우는 근육질의 남자가 상상된다. 검푸른 과실의 향, 매운 피망에서 오는 것인지 후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를 스파이시함, 그리고 스모키한 향이 난다. 그리고 마치 근육질 남자의 츤데레 성격을 보여주듯 중간 정도의 탄닌이 전체적인 맛을 뒷받침해 준다. 소고기랑 페어링 했을 때, 많이 먹으면 느끼할 수 있는 소고기 지방의 느낌을 탄닌이 묵직하게 잡아주면서도, 스모키한 향이 소고기랑 잘 어우러진다. 이런 탓에 곱창이나 차돌박이 같이 지방이 많은 고기랑도 아주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만약 5만 원대의 이 와인이 부담스럽다면, 조금 더 저렴한 트라피체 브로켈 말벡도 추천한다. 가성비로 유명한 말벡 와인이다.


그런데 역시 이마트 소믈리에님의 말씀이 맞았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우며 와인의 향을 맡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듯하다. 고깃집에서 마시면 그 와인이 그 와인이다, 취하면 다 똑같다는 그녀의 조언은 참 트루였다.

그러면, 이 날의 베스트 와인 Alta Vista Terroir Selection Malbec을 소개합니다.





출처: Kobrand Wine & Spirit 홈페이지

Alta Vista Terroir Selection Malbec 2015

알타 비스타 떼루아 셀렉션 말벡 2015


품종: 말벡 100%

지역: Mendoza (멘도자) > Argentina

생산자: Alta Vista (알타 비스타)

빈티지: 2015

당도: 낮음

산도: 조금 낮음

타닌: 부드러운 중간급의 타닌

어울리는 음식: 육류 중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와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퍽퍽한 고기 부위보다는, 돼지의 항정살, 곱창, 차돌박이 등 지방이 많은 고기랑 특히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점수: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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