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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틴 Oct 29. 2020

안녕하세요 집들이 장인입니다.

집들이가 막막한 신혼부부 드루오세요. 포인트만 집어 드립니다.


결혼을 하고 나면 다이어트 인생은 끝일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경기도 오산이었다.

남편과 함께 살면서 매일매일 이어지는 야식 생활 덕분에, 오히려 나는 아직도 점심에 닭찌찌와 풀때기만 먹고 있다.

그런데 다이어트 같은 존재가 또 하나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집. 들. 이.


결혼식을 하고, 답례품을 돌리면 결혼 관련된 행사는 정말 끝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집들이가 아직 남아있었다.

코로나 19로 어려운 때에 결혼식을 한 탓에, 하객 분들께 정말 고마움과 죄송함을 동시에 많이 느꼈고, 그래서 최대한 집들이 초대를 하고 싶었다. 어떤 집단은 초대하고, 어떤 집단은 초대하지 않기도 애매했다.


그 결과, 이미 여섯 번의 집들이를 진행했고, 못 믿겠지만 아직도 남은 것이 네 개 정도는 된다. (남편 미안해)

성격도 한번 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갈수록 집들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스스로 괴롭지만, 또 하고 나면 뿌듯한 알 수 없는 마음이 나를 집들이 블랙홀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한다.


아무튼 여섯 번의 집들이를 통해 나름의 노하우라면 노하우인 것들이 쌓였다. 이 글을 집들이로 인해 고민인 신혼부부들에게 바친다.





#분위기 #로맨틱 #성공적 분위기에는 샹그리아

샹그리아는 집들이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바꾸어 준다


집들이를 특별한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면, 샹그리아를 추천한다. 일단 비주얼적으로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그다지 힘들지 않아 적은 공수로 분위기 내기 매우 좋다. 샹그리아는 집들이 하루 전에 담그는 것이 좋다. 미리 준비한다고 이틀 전에 담가보았는데, 특히 베리류의 과일들이 흐믈흐믈해져서 보기가 좋지 않았다. 따라서 하루 전에 담그는 것을 권장한다. 모스카토 같이 달달한 와인들을 많이들 사용하지만,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마트의 도스 코파스 화이트를 사용하면 된다. 한 병에 4,900원이라 몹시 혜자스럽다. 과일 종류는 시트러스 계열 과일 1개와 색을 낼 수 있는 베리류는 필수. 나머지는 냉장고에 방치되어 있는 과일들을 하나씩 넣어주면 된다. 처음에는 자몽을 넣었었고, 두 번째는 레몬을 넣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레몬이 더욱 상큼해서 맛이 좋았다. 해본 것 중 가장 맛있었던 조합은 레몬, 사과, 청포도, 딸기 조합. 딸기에서 물이 빠져나와 만든 오렌지빛 컬러는 보기만 해도 상큼하다. 각종 과일들을 도스 코파스 화이트 와인에 담가놓고, 다음날 꺼내 손님을 대접할 때에 허브 하나씩 올리고 탄산수를 조금씩 부어주면 그만이다. 간편하고, 분위기까지 로맨틱하게 만들어주니, 그것이야 말로 일석이조.




  


'오늘의 메뉴'를 만들어 보자

손으로 투박하게 써 내려간 메뉴판


대접받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나만의 또 한 가지 필살기가 있다면, 바로 '오늘의 메뉴'를 만들어 자리에 하나씩 두는 것. 마치 결혼식 뷔페나 좋은 레스토랑에 갔을 때처럼, 오늘의 메뉴는 이렇게 됩니다,라고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이 음식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어떤 음식인지 등을 설명해 놓으면 먹는 사람도 준비한 사람의 정성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선배와 같이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손님들이라면 이런 깜짝 이벤트도 나쁘지 않다.






조리 기구의 분배가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

한 조리 기구에 몰빵하면, 그날 집들이는 정신없이 흘러간다


집들이를 준비하다 보면, 어떻게든 시간에 쫓기게 마련이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동시에 여러 음식이 돌아가기 때문. 그럴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조리 기구를 하나에 몰빵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음식을 다 인덕션만 사용한다거나, 에어프라이어에 2개 이상의 음식을 해야 한다든가 등등. 만약 3개의 요리를 하기로 다짐했다면, 무조건 조리 기구를 나눠야 한다. 하나는 인덕션, 하나는 에어프라이어, 하나는 열이 필요 없는 요리,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의 경우, 인덕션으로는 주로 탕이나 감바스 같은 요리를, 에어프라이어로는 생선찜이나 튀김 같은 요리를 했고, 샐러드나 회 같이 열 조리가 필요 없는 음식들도 함께 배치하여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특히 감바스는 올리브 오일에 재료들을 넣어서 끓이면 되는 것이라 몹시 간편하고, 혹시라도 손님이 늦어질 경우, 인덕션 열기를 가장 낮게 하여 계속 끓여도 문제가 없어서 재료를 달리하여 자주 하는 편이다 (연어 감바스, 굴 감바스, 새우 감바스 등). 에어 프라이어로는 허브연어찜 강추. 연어 한토막 정도 마트에서 구매해서 허브와 레몬을 함께 넣어 열을 가하면, 맛있는 찜이 완성된다. 다 얹어서 에어 프라이어에 넣어두기만 하면 되니 이 얼마나 간편한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술에 담가서 연어 비린내를 잡는 것은 필수다. 그리고 열을 가하지 않는 요리로는 연어 사케동 같은 덮밥류가 좋다. 엄청나게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에, 시간이 적을 때 특히 추천한다.






힘들 땐 남의 손을 빌리는 게 미덕

마켓 컬리와의 콜라보, 연어우니동과 가츠동


힘들 때는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이 좋다. 준비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는데, 준비하는 사람이 스트레스라면 온 손님도 괜히 머쓱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대접하는 건데, 배달음식이 탐탁지 않다면 마켓 컬리의 도움을 받자. 마켓 컬리를 보면 돈가스나 튀김 종류 같은 것을 많이 파는데, 그것을 밥 위에 올리면 가츠동으로 둔갑한다. 양파와 계란을 간장과 물, 설탕을 넣은 양념에 살살 조려 밥 위에 얹고, 그 위에 튀김을 얹으면 우리가 흔히 먹는 가츠동 완성이다.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것에는 연어우니동이 있다. 마켓 컬리에서 연어와 우니를 주문해서, 정말 밥 위에 얹은 다음에 물에 담가 매운 기운을 뺀 생양파를 올려주면 끝이다. 참 쉽죠?






너무 힘들었던 너란 홍합

홍합, 너란 빌런. 니가 이겼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없거나,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거나, 도움 주는 사람이 없을 때 절대로 건들면 안 되는 재료를 소개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식재료 중 최악의 빌런, 홍합이다(부들부들). 동죽, 바지락 등은 굵은소금 뿌려서 해감만 해주면 되는데, 홍합은 손질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일단, 치실 같은 수염을 뜯어내야 하는데 힘이 만만치 않게 든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힘든 것은, 홍합 껍데기에 붙어있는 다른 조개들(...) 홍합 두 개를 양 손에 쥐고 두 개를 부싯돌처럼 부딪혀서 떼내어줘야 하는데, 3천 원어치 홍합이 왜 이렇게 많게 느껴지는 건지.... 한 시간 반 동안 두 손이 부르트도록 손질해야만 했다. 물론 맛은 있었지만, 시간, 여유, 사람 이 세 가지가 無일 때는 홍합은 냉장고에 넣어두시라고 조언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집들이에 밤잠 설치는 신혼부부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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