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눈에 익은 원고여서 다시 볼 엄두가 안 나고, 손을 봐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간혹 이러한 말을 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런 생각을 가진 저자들은 대개 노트북에 담겨 있는 초고를 눈으로 훑어보면서 오탈자 정도만 살펴본 뒤 출판사에 투고한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할 것이고, 이러한 경험은 책 쓰기에 대한 좌절감을 안겨준다. 완성된 초고를 최선을 다해 정성껏 다듬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쏟아내어 완성한 초고를 창고에 다시 처박아두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미 쓰는 동안 지겹도록 본 초고를 다시 처음부터 읽고 고쳐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결코 좋은 원고가 나올 수 없다. 세계적인 작가,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 작품을 내놓을 때 적게는 수십 번에서 많게는 수백 번의 퇴고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런 퇴고 과정 속에서 원고의 완성도가 높아져 명작이 탄생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첫 작품 『개미』는 완성하는 데 12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무려 백 번이 넘는 수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는 말로 고쳐 쓰기를 강조했다. 헤밍웨이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노벨문학상 수상작 『노인과 바다』는 그가 이백 번이나 고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밍웨이는 초고를 완성한 뒤 거의 모든 페이지의 내용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퇴고 과정을 통해 스토리 구조와 결말을 탄탄하게 만든 것이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나 책을 많이 낸 저술가들은 입을 모아 고쳐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계적인 동화 작가이자 『샬럿의 거미줄』의 저자 엘윈 브룩스 화이트는 "위대한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위대한 고쳐 쓰기만 존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들조차 엄청난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 원고는 고치는 가운데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 작가일수록 고쳐 쓰기를 거듭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출판사에서 요구하지 않아도 그 전에 알아서 끊임없이 원고 수정과 보완 작업을 반복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이러한데 하물며 초보 작가들의 초고는 어떨까. 저자에게 퇴고는 필수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퇴고할 때는 문맥과 문장에 군더더기 표현은 없는지, 적절한 단어로 표현했는지, 오타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소제목의 콘셉트에 적합하지 않은 사례는 과감히 삭제하고 다른 사례로 집어넣는다.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아예 새로 쓰는 작업도 불사해야 한다. 초고는 공들여서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모든 베스트셀러 저서 또한 수십 번 내지 수백 번 다듬은 뒤 출간된 것이다.
이처럼 베스트셀러들의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눈물겨운 시간과 노력이 담겨 있다. 반드시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책이든 퇴고의 과정 없이 책으로 나오지 않는다. 퇴고를 반복할수록 원고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