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책 쓰기 관련해 상담 문의를 하는 분들 가운데에는 이미 이전에 책을 쓰려고 시도했거나 출판사에 투고까지 했던 분들도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원고에 대한 출판사 혹은 타인의 평에 대해 '재미없다'거나 '지루하다', '읽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책 쓰기에 소질이 없다고 여기고 지레 포기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시작해볼까 싶어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
먼저 이들의 원고를 보면 저자의 입장에서만 쓰인 경우가 많다. 독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저자들이 하는 실수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어려운 전문용어가 너무 많다.
이른바 가방끈이 길다거나, 해외 유학 경험을 가진 초보 저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다. 글을 쓸 때 불필요한 영어단어, 한자어 또는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것이다. 책은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담아 독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전문지식만이 필요했다면 독자는 전공서적을 구입했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쓴 내용일지라도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이해를 구하지 않으면 독자들은 글 전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뿐이다. 지나친 영어단어와 한자어 남발도 금물이다. 불필요한 영어 표현은 글의 흐름을 방해한다. 외래어 표현이 아니라면 오히려 적절히 풀어서 쓰는 것이 좋다.
둘째, 저자의 생각만 나열했다.
저자들이 의욕이 너무 앞설 때 이러한 원고가 나온다. 자신이 생각한 이론에 대해 책을 쓰다 보면 자칫 지나치게 자신의 생각만을 나열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결국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저자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린다. 적절한 사례와 사실에 근거해 나의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 더해져야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
셋째,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논문의 형식에 가깝다.
이는 글을 너무 딱딱하게 쓴 경우다. 많은 기호와 표, 수많은 통계의 나열은 오히려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물론 이것들의 적절한 사용은 저자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항상 지나친 것이 문제다. 원고가 출판사로부터 거듭 거절을 당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점이기도 하다. 콘셉트도 신선하고 콘텐츠도 나름대로 풍성하지만 정작 원고가 마치 논문처럼 쓰여 있으면 읽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항상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자신의 말에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쓸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결국 독자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사실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들을 살펴보면 거의가 독자가 그 책에 실려 있는 콘텐츠에 공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문장이 술술 읽히는가 하면 바로 이해가 간다. 또, 그러면서 마치 책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 책에 실려 있는 콘텐츠들이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이것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저력이 된다. 따라서 베스트셀러들은 하나같이 작가의 치열한 노력과 고민을 거쳐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투자 못지않게 글도 잘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이 글을 잘 쓰는 비결에 대해 "나는 누이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라고 말했다. 누이동생들은 현명하고 지적이지만 회계와 재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글을 잘 쓰는 비결인 셈이다. 누가 읽더라도 이해가 가는 내용이야말로 잘 쓰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비 작가들 가운데에도 글을 어렵고 딱딱하게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학자들 가운데 특히 이런 경우가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딱딱한 전공서들 위주로 읽고 에세이나 소설, 자기계발서 같은 대중서들을 멀리하거나 논문을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 어렵고 딱딱한 문체를 쓰는 경우들이 많다. 이것은 독자의 입장이 아닌 저자 자신의 입장에서 쓴 원고에 가깝다.
지나치게 긴 문장도 지양해야 한다. 반드시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주제를 담고,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소주제를 담고,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만 담아야 한다.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잘 쓰는 노하우 중 하나가 바로 쉽게 쓰는 것이다. 쉽게 쓰기 위해서는 먼저 독자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 그래야 어려운 용어나 한자어, 어려운 현상을 최대한 쉽게 풀어 표현하게 되고 독자들의 쉽고 빠른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작가는 독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연구소의 루드포드 경은 연구원들에게 글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따끔하게 충고했다.
"술집 여급에게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면 훌륭한 물리학이 될 수 없다."
독자의 입장에서 쓰인 책은 결코 어렵지 않다. 반면에 독자가 아닌 저자 자신의 입장에서 쓰인 책은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중학생과 칠순의 어른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진 책이어도 결국은 독자들이 읽어야 이를 전달할 수 있다. 독자들이 찾지 않는 책은 수명을 다한 책이라고 보아도 좋다. 그러므로 책은 누구라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쓴다는 것은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비전공자들이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쉽게 표현하고 풀어서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독자를 이해시키기 어렵다. 쉽게 쓰인 책이 잘 쓴 책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을 쓰는 내내 독자와 소통하고 있음을 항상 명심하라. 좋은 글은 독자의 입장에서 쓰인 글이다.
단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떠나 독자의 니즈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한 블록버스터 영화라도 관객이 찾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책도 마찬가지다. 내 책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책을 쓰는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책도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것이다. 책은 독자와 소통하는 매개체다. 독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해야 누구든지 술술 읽을 수 있는 좋은 원고가 나온다. 전문가는 독자를 생각하고, 아마추어는 자신만을 생각한다. 아마추어가 빠지기 쉬운 자기중심적인 글은 일기만으로 충분하다. 책을 쓰고자 한다면 철저하게 독자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잘 읽히는 글이 잘 쓴 글이다.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일은 결국 책의 콘셉트에 귀결된다. 좋은 책은 콘셉트부터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요소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