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를 정하고 제목과 목차도 만들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원고를 쓰려고 하는데, 막상 다 준비하고 나서도 집필하려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혹시 원고를 쓸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있나요?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쓰면 좋을까요?"
중학교 교사인 어느 수강생이 한 질문이었다. 그는 혼자서 목차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집필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A4 용지 한 페이지의 여백에 압도당해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답했다.
"주제에 맞춰 일단 무슨 이야기든지 편하게 쓰세요. 어떻게든 첫 문장을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계속 출발점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부족한 부분은 책을 쓰면서 보완해가면 됩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딱 7가지만 명심하세요."
모든 준비사항을 마쳤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원고 쓰기를 시작하면 된다. 드디어 많은 이들이 난관에 부딪히는 초고의 벽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그냥 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A4 용지 한 페이지가 이렇게 길었나 싶을 정도로 흰 여백이 넓게만 느껴져서 얼음이 되어버리고 만다.
사실 처음 책 쓰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원고 한 꼭지를 쓰는 일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수십 개의 꼭지를 다 채울 생각을 하면 까마득히 먼 여정으로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초고를 쓸 때 다음의 내용에 유의하면 책 쓰기가 훨씬 쉬워진다.
첫째, 메시지의 흐름이 명확한가.
책은 정확한 내용 전달을 최우선의 과제로 한다. 아무리 좋은 콘셉트와 콘텐츠를 가졌더라도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어떠냐에 따라 독자의 애정도가 갈리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꼭지의 흐름이 하나의 가지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목차를 만들어놓은 이유는 전체적인 콘셉트와 각 장과 소제목(꼭지)에 맞는 글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간혹 어떤 이들은 일기를 쓰듯이 자신의 이야기만 풀어놓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글은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가다가 주제와는 뜬금없는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책을 쓰는 내내 옆에 목차를 펼쳐두는 것이 좋다. 하나의 꼭지를 써가면서 메시지의 흐름이 명확한지, 혹시 주제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계속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 적절한 사례를 들었는가.
앞서 이미 사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사례는 책의 흐름을 부드럽게 연결해주고, 저자의 생각과 주장에 힘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사례가 없는 원고는 자칫 저자의 생각을 강요하는 듯 보여, 독자의 반감을 살 수 있다. 적절한 사례가 있어야 원고의 내용이 더욱 풍성해지고 책의 재미와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원고량이 적절한가.
원고량은 초고를 쓸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초고는 A4 용지 기준 100~120매 정도의 분량을 채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목차는 평균적으로 40~50개 정도의 꼭지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렇게 계산할 경우 한 꼭지당 평균 2.5매의 원고량을 채워야 한다.
초고를 쓸 때 이 분량을 채워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부족한 만큼 늘려야 하는 어마어마한 부담을 안게 된다. 처음 쓸 때부터 최소한의 원고량은 반드시 채워야 탈고할 때도 약간의 첨삭만을 하며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원고량을 제대로 맞추지 않은 저자의 원고는 출판사에서 읽지도 않는다. 이것은 출판사와 작가 사이의 약속이다. 너무 많이 쓰는 것도 좋지 않다. 초고를 쓸 때부터 반드시 분량을 맞추도록 하자.
넷째, 저자의 생각과 지식, 경험이 담겨 있는가.
출판사들이 원고를 채택할 때는 '저자의 지식, 상식, 정보, 경험'이 들어가 있는지가 채택 여부를 크게 좌우한다. 이것이 단순히 짜잡기 식의 이론인지 아니면 정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원고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해서다. 저자의 생각이 없으면 결국 이론의 나열이 되어 논문 수준의 책이 될 뿐이다.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책은 결국 외면당하게 된다.
무엇보다 책이란 작가를 브랜딩 할 수 있는 도구인데,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담겨 있지 않으면 독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가 없다. 저자의 철학과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노하우와 생각을 전달해야 더욱 진정성 있고, 스스로를 브랜딩 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다.
다섯째, 글의 완성도가 높은가.
글의 완성도라고 함은 논리적인 전개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알찬 내용의 정보라 해도 문맥의 연결이 부자연스럽고, 불필요한 사례나 구어체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등 기본적인 틀을 갖추지 못한 원고는 출판사에서 한눈에 알아본다. 말 그대로 꼭지의 메시지가 명확하고,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적절한 사례와 자연스러운 문체라는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초고를 쓸 때부터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여섯째, 글이 술술 읽히는가.
책은 독자들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것이다. 나 혼자 읽기 위해서라면 그냥 일기를 쓰지 굳이 책으로 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누가 읽더라도 쉽게 이해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간혹 어렵게 쓰는 것이 마치 좋은 글인 양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각 서점에 있는 베스트셀러의 공통점은 모두 술술 읽히도록 쓰였다는 데 있다. 누구나 쉽게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곱째, 재미와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는가.
아무리 좋은 콘셉트의 책이어도 결국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또,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어야 책을 찾게 된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원고를 만들어야 한다. 독자의 눈은 훨씬 더 예리하다. 재미가 없는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초고를 쓸 때부터 재미와 지적 호기심이라는 두 가지를 반드시 함께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
초고를 쓸 때 틀을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더욱 완성도가 높은 원고가 나오게 된다. 물론 퇴고 과정에서 수정해도 무방하지만, 집필 자체에 대한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싶다면 위의 요소들을 기본적으로 갖춘다고 생각하면 된다. 좋은 글은 재미와 감동이 더해져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된다. 책을 처음 출간하는 작가들의 경우 항상 이 점을 각인해두면 앞으로 책을 쓸 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