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할 새 없이 오색찬란했던 그순간
20170603-0606
#두번째 제드 이야기
동남아를 가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무려 40도가 넘는 베트남이라니! 생전 40도를 경험을 해본적이 없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나는 40도 땡볕 하노이를 가기로 결정했다. 이때까지는 어떤 일들이 나에게 벌어질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전혀!
가방을 무조건 가볍게 해야지. 몸이 가벼워야 마음도 가벼워질테니깐, 그렇게 준비된 가방을 들고 공항을 향했다. 이번 zed여행은 혼자가 아니다. YS과 함께 하게 되었다. YS는 나의 회사 동기이자 남자답게 생긴 멋진놈. 멋진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사실 여행을 갈때 중요한 요소는 생각해보면 많이 꼽아낼 수 있다. 예산, 날씨, 준비물, 건강, 동행자 등등. 이 중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동행자가 아닐까 싶다. 첫번째 zed여행 이후로 다음에는 동행을 구해서 가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었다. 단지 그 동행자를 누구로 정해야할지가 이 고민의 핵심이었다.
나보다 2살 어린 정과 의리가 많은 YS. 동기가 100여명이나 되는 와중에 그중에서 마음에 맞는 여행친구를 찾는게 쉽지 않을꺼라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지만, 실상은 생각보다 찾기가 힘들었다. 어쩌다보니 나와 휴가가 맞아떨어져서 같이 출발하게 된 YS. 시작은 굉장히 우연으로 되었지만, 다사다난한 여행을 겪은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뜨거웠던 하노이
저녁 7시에 하노이에 발을딛는 순간 혹시나 했던 우려는 역시나로 다가왔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마치 한증막 한복판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 섭씨 40도라는 온도는 역시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었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을 한바가지로 줄줄 흘러 내린다. 근데 문제는 지금 날씨가 낮이 아니라 저녁이라는 것이었다. 내일 낮이 되면 어찌될지 끔찍하다. 하노이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하는데 탄 교통수단은 86번 EXPRESS BUS. 생각보다 깔끔하고 한국교통버스와 흡사 비슷하다.
NO.86 EXPRESS BUS : 공항을 나와서 왼쪽으로 향하면 TAXI 승강장이 보인다. TAXI 승강장 너머에 바로 버스 정류장을 발견할 수 있다. 금액은 30,000만동(한화1494원) 정도에 싼금액. 시내까지 도착하는데 20분정도 소요된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기에 버스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미리 예약해두었던 호스텔의 로비 문을 열자, 또 다른 충격이 다가왔다. 로비에 여기저기에서 노랑 머리의 외쿡인들이 각자 맥주 하나씩 들고 시끄러운 클럽노래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노랑머리, 갈색피부 동남아스러운 원피스와 반바지&셔츠를 입은 이들은 음악에 몸을 맞기고 서로 신나게 수다를 떨며 밤을 즐기고 있었다. 순간 내가 동남아에 온 것인지, 아님 미국에 온 것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언발란스 같은 상황을 뒤로하고 리셉션 카운터에서 시끌벅적한 CHECK IN(?)을 후딱 마친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섰다. 나오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여행자거리"는 또 다른 밤을 즐기고 있는 베트남인 + 서양인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거리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거리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맥주를 들이키며 나름의 피서를 하고 있는듯 했다. 도착하자마자 이런 시끌벅적을 경험할 줄 몰랐던 나로서는 정신이 어리둥절, 어쩔 줄 몰라하는 쩌리 관광객 1인이 되어버렸다.
한자리를 차지하면서 앉은 우리는 옆테이블 베트남 친구들의 탁자를 보며 똑같은 것을 시켰다. 우리 입맛에 맞을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냥 질러버렸다. 이런게 바로 여행이니깐! 두개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역시나 성공확률은 반반인가 보다. 하나는 맛있고, 하나는 맵기만 하다. 이상하게 청량고추를 재료로 쓴 것 같은데 고추가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게 앉아서 YS과 도착해서 본 베트남 하노이의 첫인상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키며 도착한 날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