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무형유산
새로운 국가를 방문하는 일은 언제나 설레면서 긴장도 되는데, 카자흐스탄은 유난히 그랬던 것 같다.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낯섦이 컸던 것 같다.
카자흐스탄을 방문하였을 때는 3월 중순이었고, ‘코비즈(Kobyz)’라는 전통악기에 대한 기록화 지원이 목적이었다. 코비즈는 말총으로 만들어진 현악기로, 카자흐스탄 인들에게 신성시된다.
그때 나는 코비즈 연행자를 만나 연주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황홀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더욱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는데...
내가 카자흐스탄을 방문하였을 때는 3월 중하순이었고, 그때는 카자흐스탄의 나우루즈(Nauryz, 새해, 봄 축제)를 축하하는 기간이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서아시아, 유럽 남동부 일대 지역에서는 새해 첫날을 3월 21일로 정하고, 약 2주에 걸쳐 다양한 의식, 축하행사가 행해진다. 이 새로운 날(new day)은 국가마다 나우루즈(Nauryz, Nawrouz), 노브루즈(Novruz), 나브루즈(Navruz) 등으로 불린다.
이 나우루즈(혹은 노브루즈, 나브루즈, 네브루즈 등)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유산 중에서도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 2009년에 아제르바이잔, 인도, 이란, 키르키즈스탄, 파키스탄, 터키, 우즈베키스탄 7국은 ‘나우루즈’를 공동등재하였고, 2016년에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포함하여 확장등재된 이후에, 2024년에 몽골을 포함하여 또 확장등재한 것이다. (이렇게 유네스코 유산에는 여러 국가가 유사한 성격을 가진 종목에 대해 ‘공동’으로 등재할 수 있는 ‘공동등재’와 한 번 등재되었던 종목에 대해 추가로 다른 나라도 등재하는 ‘확장등재’가 있다.)
여하튼 다시 그때의 경험으로 돌아가서, 나는 전통악기 코비즈가 가정에서 전승되고 연행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정말 감사하게도 한 가정집에 초청을 받아 가게 되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손주에 이르기까지 3대에 이른 가족은 나우루즈를 맞아 명절 한 상을 차리고 우리를 맞아주었다. 명절에 가정집에 초청을 받다니, 다시는 없을 귀한 경험이었다. 그곳에서 청소년 손주는 코비즈 연주를 보여주었고, 아기 손주는 끊임없는 애교를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모두가 외지인에게 아낌없이 음식을 나눠주었다.
우리나라 곰탕과 맛이 비슷해서 이질감이 없던 나우루즈 코제, 밀가루 반죽 위에 양고기를 얹어서 먹는 베쉬발막 등 푸짐한 요리가 있었다. 특히 베쉬발막은 부위별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나는 지혜롭게 말하기 위해 먹는다는 양혀를 받아서 감사한 마음에 먹었는데, 정말 마음으로 먹어서 어떤 맛이었는지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양혀의 맛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의 경험은 두고두고 마음 한편에서 항시 봄처럼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맞이한 봄, 나우루즈.
오늘의 한 조각
- 유산명: 나우루즈, 노브 루즈, 노우루즈, 노우루즈, 나우루즈, 나우르즈, 노루즈, 누루즈, 나브루즈, 네브루즈, 노우루즈, 나브루즈(Nawrouz, Novruz, Nowrouz, Nowrouz, Nawrouz, Nauryz, Nooruz, Nowruz, Navruz, Nevruz, Nowruz, Navruz)
- 분류: 무형유산
- 국가: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인도, 이란, 이라크,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튀르키예, 투르크메니스탄, 몽골
- 등재연도: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