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무형유산
내가 캄보디아에 가게 된 이유는 쿤 보카토라는 캄보디아 전통무예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무예도 무형유산의 한 종류인데, 이러한 무형유산은 ‘사람’이 핵심이기 때문에 기록을 잘 남겨놔야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교육처럼 기록화도 아주 중요한 보호 활동이 된다.
나는 9월에 캄보디아를 방문하였고, 우기의 덥고 습함의 콜라보가 날 아주 찐하게 맞이하였다. 가장 첫 회의는 내가 묵을 숙소의 로비에서 간단히 진행되었다. 시원한 에어컨이 구비된 장소에서의 첫 미팅 후 나는 전쟁터에 나가는 용사와 같은 마음으로 선크림을 구석구석 바르고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뿌린 후 연이은 야외 미팅을 대비하였다.
나와 팀장님은 보카토를 오랫동안 교육하고 세대 간 이어지도록 힘써오신 사범님을 만나서 함께 몇 군데 장소를 둘러보았다. 먼저 보카토가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는 교육 훈련장을 방문하였다. 야외 훈련장에서, 덥고 습한 날씨를 무력화시키는 땀방울들이 모여 캄보디아의 전통무예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조금만 더 발전된 하드웨어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이후 몇 개 기관에서 미팅을 진행한 후, 우리는 앙코르와트를 방문하였다. ‘드디어 앙코르와트에 와보는구나!’ 생각을 하자마자 사범님의 목에 걸쳐진 스카프가 눈에 들어왔다. 속으로 ‘아니, 사범님 안 더우신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나저나 다시 보카토로 돌아와서, 처음엔 ‘보카토에 대한 미팅을 하는데 웬 앙코르와트?’라는 의문이 생겼다. 알고 보니 앙코르와트의 부조에 다양한 보카토의 기술들이 새겨져 있고, 실제로 사범님이 거의 사라져 가는 보카토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앙코르와트의 부조를 참고하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태양보다 더 뜨겁게 보카토를 설명하던 사범님의 모습은 앞으로도 앙코르와트를 떠올릴 때면 함께 기억될 것이다.
보카토(공식명칭은 쿤 보카토(Kun Lbokator))는 2022년 제17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되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2020년에도 보카토의 유네스코 등재를 시도하였으나,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보를 보완하여 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것을 권고받았다. 그때 위원회는 국가 주도하에 진행되는 하향식 무형유산 보호 활동은 무형유산보호협약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말하며, 사회 안에서 그 무형유산과 관련된 공동체들이 어떻게 무형유산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던 바 있다.
2년 뒤, 보카토가 유네스코에 등재될 당시 위원회는 개선된 신청서를 제출한 캄보디아 정부의 노력을 치하하였다.
보카토의 유네스코 등재를 보며 나는 누구보다 기뻐하실 사범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머지 두 개의 유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오늘의 한 조각
- 유산명: 쿤 보카토, 캄보디아의 전통 무예(Kun Lbokator, traditional martial arts in Cambodia)
- 분류: 무형유산
- 국가: 캄보디아
- 등재연도: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