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이들은 보통 밀라노나 피렌체처럼 잘 알려진 도시들에 먼저 마음을 빼앗긴다.
화려한 건축과 사람들로 가득한 광장, 이름만 들어도 아는 미술관, 누구나 찍고 싶어 하는 배경들.
그곳은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때로는, 그 북적임의 한가운데서 한없이 고요한 곳을 꿈꾸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파르마는 눈에 띄지 않지만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만이 발견하는 도시로 조용히 다가온다.
파르마는 그 자체로 ‘음악의 시간’을 품은 도시다.
오페라의 왕 주세페 베르디가 이 땅에서 꿈을 꾸었고, 음악의 문을 열었다.
그가 사랑한 건 단지 음표와 리듬만은 아니었다.
하루하루를 감각하고 관찰하는 섬세한 감정의 축적,
그것이 바로 그의 음악을 만든 배경이자, 지금도 이 도시의 공기 속에 조용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파르마 시내에 위치한 ‘카사 델라 무지카(Casa della Musica)’는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다.
이곳은 음악의 흔적과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앉아 악보를 넘기고 있는 듯한 마법같은 공간.
그 안에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 행위’가 아닌, ‘사는 방식’으로 느끼게 된다.
조금만 걸으면 ‘카사 델라 수오노(Casa del Suono-"소리의 방")’가 있다.
여기는 음악을 기술과 감각으로 다시 만나는 실험적인 공간이다.
1800년대 축음기부터 미래지향적 사운드룸까지, 소리가 어떻게 우리 기억에 머무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정말 인상적인 점은, 이 모든 장소가 베르디의 이름을 대놓고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그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파르마라는 도시는 그만큼 베르디와 닮아 있다.
겸손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그 안에 놀라운 깊이를 감추고 있다.
파르마에서 차로 약 40분.
드넓은 평야를 지나면 ‘부세토(Busseto)’라는 작고 조용한 마을에 도착한다.
여기에는 베르디가 태어나 자란 너무나도 소박한 벽돌집의 생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거대한 박물관이나 웅장한 기념비 대신, 그의 일상과 사색이 고요히 남아 있는 공간.
거기서 만나는 것은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작곡가 베르디가 아니라,
삶과 음악 사이를 오가며 사색하던 한 인간의 흔적이 있다.
이 여행은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음악과 오페라를 사랑하는 이라면,
무대 뒤의 침묵까지도 사랑하는 이라면,
이 하루는 넘치는 인파속의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고요한 어떤 날로 기억 될 것이다.
베르디의 삶이 고요하게 흐르는 도시 파르마,
그의 첫 울림이 시작된 부세토.
그 길을 걸으며 우리는 알게 된다.
오페라란, 화려한 무대위에서 펼쳐지지만
무대 뒤의 삶과 일상의 지리멸렬함 까지도 외면하지 않는 예술이라는 것을.
그곳에 다녀온 이들은 음악을 다시 듣게 된다.
마이리얼트립에서 파르마로 여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