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스타시아 Jan 12. 2022

인복에 관한 고찰

사랑합니다

개인적으로 복(福)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덕과 복은 달라 복은 뭔가 요행을 바라는 듯해서 괜스레 언급을 피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딱 하나 넘치는 것이 있다면 인복(人福)이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신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그 순간 내 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줬던가.


내가 다시 일어서서 용기 내서 예전 모습을 찾아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나에게 조그마한 일이라도 맡겨주셨던 분, 지금 아니면 못 쉰다며 쉬는 게 겁나고 지금 사는 집이 싫으면 언제든 자기 집에 살라고 말해주는 친구, 본인의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털어서 돈 줄 테니 돈걱정 말고 회복하라는 친구. 내가 아프고 당신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어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기자님들. 저 바다 건너에서 걱정이 돼서 주저 없이 전화를 걸어주는 친구. 힘들지 말라며 책을 건네고, 축일을 축하한다며 선물을 보내면서도 되려 나에게 고맙다고 해주시는 선배님. 지금이 기회라며 공부할 시기가 왔다며 영감을 주시는 스승님. 내 제자를 당신 밑에서 공부하게 해 줘서 감사하다며 주저 없이 본인의 고개를 숙여주셨던 내 영원한 스승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 울음에 같이 울어주고, 내 고된 외국 생활의 끝에 날 찾아와 줬던 친구. 우리 콩이를 데려올까 말까 주저할 때 망설임 없이 손을 이끌어주었던 친구. 그리고 평생 나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그 사람.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켜주고 아껴주고 듬뿍듬뿍 사랑을 줬다.


'어쩌면 이 사람들 모두가 천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만큼이나 감사함에는 이루 수없이 복잡 미묘한 감정이 담겨있다. 이런 내 곁의 천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로만 표현하는 내 한계가 가끔 답답하게까지 느껴진다.


이 사랑들이 나를 살렸다. 난 항상 그렇게 생각한다.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낄 수 있고, 함께 있어도 외로울 수 있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은 나 홀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는 없다. 기댈 수 있으면 기대야 한다. 그리고 내 곁에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행운이고 내 복인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휴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삶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내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챙기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내어 주는 것.


그러다가도 상처받을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이조차 '상처를 받아도 내 곁에 남을 이들이 있다.'라는 강한 믿음이 생겼다. 그만큼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


감사하다.


고맙다.


또 감사하다.


나에게 어떻게 이런 복이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밀어내고 싶었을 만큼. 물론 그건 나의 이기적인 행동이었고, 내 주변 사람들을 서운케 하는 행동이었지만.

내 마음속 가장 평화로운 고요 속에서 이들을 위해 기도드리고 싶다.


얼마 전 내 장점 50가지를 15분 만에 써보기를 했다.


우선순위는 없지만, 나열해뒀던 50가지 중에 가장 소중한 내 장점이자 내 달란트는 주저 없이 인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또다시 나의 생각의 종착지는 이곳에 다다른다. '살아야 한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들의 사랑이 너무 좋아서라도 나는 지금 살고 싶다.


외로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요즘이다.

공허한 관계도 있고, 피치 못해 엮인 관계도 있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내 바닥을 내 어보 일 수 없는 관계가 없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든, 친구든, 지인이든 친척이든 내가 마음 바쳐 사랑할, 그리고 부족한 나를 사랑으로 바라봐줄 누군가가 있다.


깊은 이 새벽 늦은 밤중 갑작스러운 친한 기자님의 부탁으로 원고를 다듬으며.


자기 전 내가 사랑하는 이와 나를 사랑하는 이와 외로운이들을 위하여 기도를 드려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부엔 왕도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