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새끼 엄마? 너무 좋은데요?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으로부터 해방되기

by 아나스타시아

이젠 제법 날씨가 쌀쌀해진 10월 말이다. 해도 짧아지고 그만큼 단모종인 우리 콩이에겐 누나가 더 부지런을 떨어야 햇빛을 듬뿍 받고 춥지 않게 산책을 할 수 있다.


처음 콩이와 산책을 시작했을 땐 콩이가 겁이 너무 많아 아침 식사를 끝내자마자 일곱 시 반, 여덟 시가 되기 전에 산책길에 나섰다. 하지만 요즘은 주로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많이 나가며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콩이가 산책과 사람들에 대한 예절을 조금이나마 익히기를 바라며 산책을 하고 있다.


나 역시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면서 강아지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시는 분들과의 접촉이 늘고 있다. 또 그러다 보면 험한 말도 가끔은 듣기도 한다. (하지만 이 험한 말은 내가 만일 로트와일러나, 핏불 같은 친구에게 입마개를 씌우고 언제든지 험한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입마개를 풀고 "물어!"라고 할 수 있는 견종과 함께라거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라고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말할 수 있는 건장한 남성이라면 과연 내가 저런 말을 들을까?라는 의문은 항상 든다.)


멘탈이 꽤나 약한 나에게, 혹은 큰 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반려견을 맞으신 견주분들에게 우리 상처 받지 말아요.라는 나눔을 오늘은 하고 싶다.


하루는 콩이와 산책을 나갔다가 콩이에게 물을 주고 있었다. 나름 콩이가 산책 반경을 넓힌 지 얼마 되지 않고 아파트 단지 근처의 작고 예쁜 공원이라 기분도 즐거웠다. 그때였다. 운동기구를 쓰던 6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다짜고짜 "개 엄마가 좋냐?"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새벽 외출이었으면 더 무서웠을 테지만 대낮에 나선 산책길에 이게 웬 날 벼락인지. 그리고는 막말을 계속 이어가셨다. "아니, 개 엄마 하니까 좋냐고. 애 엄마를 할 생각을 해야지, 요새 TV에서 걸핏하면 개들이 기어 나오니까 이제 애도 안 낳고 개를 낳나?"라고 하시는 말에 잔뜩 겁을 먹고 못 들은 척 자리를 피했다.


물론 마음속으로'전 누난데요? 아저씨가 뭔데 멋대로 우리 엄마를 할머니로 만들고 그러시나? 그리고 아저씨같이 여자를 애 낳는 기계로 보는 시아버지 있는 집에 시집갈 바에야 개 엄마가 훨~씬 좋은 것 같은데요?'라고 맞받아 쳤다.


또 어떤 날은 70m 정도 되는 낮은 산을 오르고 있었는데, (여기서 잠깐 팔불출 우리 콩이 자랑 좀 하자면 계단과 언덕을 오르는 능력이 아주 탁월한 친구다. 늘 이 친구가 나를 운동시킨다) 갑자기 어떤 남성분이 "씨X, 개새끼들을 왜 이렇게 끌고 올라오고 지X이야?"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하네스를 잘 채우고, 비록 죄송하게 입마개를 하진 못했지만 맞는 입마개나 있을지 모르는, 사람이 무서워서 근처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도 지나가시라고 발걸음을 멈춰서서 짖기는 커녕 벌벌 떠는 아이한테 다짜고짜 풍성한 욕 상을 차려주시니 뭐부터 들어먹어야 할지 황송하기 그지없었다.


반려 동물, 특히 산책을 하는 동물은 거의 90퍼센트 이상이 반려견이니 반려견이라고 표현하겠다. (예전 돈암동에 살 때는 하네스를 하고 성북천을 산책하는 고양이랑 토끼도 있었다. 절대 강아지만 산책을 하는 건 아니더라.)

내 반려견 싫어할 수도 있고, 무서워할 수도 있다. 우리 아버지만 해도 강아지들이 본능적으로 아버지께서 강아지를 싫어한다는 걸 느껴서 짖는다거나 아버지를 피한다. 나 조차도 가끔은 익숙지 않은 대형견은 무서울 때도 있다. 길 한가운데서 갑자기 목줄을 하지 않은 강아지가 대뜸 콩이에게 달려들어서 짖었던 날엔 마치 견주가 들으라는 듯 "어머 저 친구는 목줄도 안 했네? 콩이한테 짖는 친구가 나쁜 친구야. 이리 와 콩아."라고 못된 말을 내뱉기도 했다.


반려견과 보호자에 대한 시선을 흡연자에 대한 시선 정도로 바꾸고 지내야 할까. 마치 내가 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면 일부러 더 크게 기침을 하며 마음 속으로 '아... 길빵 진짜... 오늘 빵 백개 먹고 배탈 나라!!!'라고 욕하는 것과 비슷할까?


이런 속상한 마음을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들은 "어머 개새끼보다 못한 발 두 개 달린 들짐승이 산에 나왔네? 신고라도 할까?"라고 받아치지 그랬어 라며 우스갯소리로 내 마음을 달래준다.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내 눈에만 예쁜 내 새끼에 대한 미운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는 걸 조금씩 인정해나가고 있다. 간접흡연이 건강에 나빠 기분이 나쁘듯, 내 사랑스러운 개새끼를 보면 혈압이 오르시는 불편함을 겪으실 수도 있으니까.


물론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무서워하시는 모든 분들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신 분들이나 본인의 주장을 공사장 데시벨 이상으로 높여 이야기하시는 분들을 생각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제 산책을 나서기 전 이것저것 산책 용품을 챙기며, 마음을 함께 챙긴다. '나는 개새끼를 피우는 흡견자다.'라고.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갔다가 "어머 귀여워라.", "어머 예뻐라"라는 말을 들으면 "감사합니다. 얘가 겁이 많은데 오늘 집에 가면 엄청 기분 좋아할 거예요"라고 감사함을 표시하고 온다.


개새끼 엄마(는 아니고 누나)? 너무 좋다. 물론 서른셋의 내가 공백의 시간을 가지며 5년 넘게 만나는 사람 없이 강아지랑 뽀뽀를 해대는 꼴을 보는 박 여사님의 속엔 천불이 나겠지만...


난 개새끼 엄마인 게 무진장 좋다


PS. 처음 반려견을 들이시는 분들 중 저처럼 멘탈이 쿠크다스보다 약하신 분들. 힘내세요. 우리 담배 한 대 물었다고 생각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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