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왔다는 것은 살갗으로 느낄 수가 있다. 버스를 타면 항상 뒷바퀴 위 볼록하게 올라온 자리에 앉곤 한다. 높은 좌석에 올라타 다리를 사람인자로 구부리고 편히 앉고 나서 꾹 닫힌 창문을 손톱만큼 연다. 버스의 바퀴가 빠르게 구르면 구를수록 좌석 위 엉덩이는 뜨끈해지고, 길쭉한 직사각형의 창틈 사이로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은 인공의 것보다 청량하다. 창밖을 지나치는 가로수 녹음이 짙어지다 못해, 잎 아래로 초록물이 두욱뚝 떨어질 것만 같은 어느 날, 시원한 바람 사이에 미적지근한 숨결이 따라와 팔을 휘감더니 이내 멀어진다. 여름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감촉으로 먼저 알아채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