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ajera 비아헤라 Jul 28. 2024

채움과 비움

마음이 허할 때마다 뭐든 하나씩 사 모았다.

책, 옷, 음반, 화분, 취미까지...

뭐든 내 곁에 가득해지면 마음이 채워지는 기분이 드는 그 찰나가 좋았다.

하지만 금세 이전보다 더 공허해지곤 했다.

그건 아주 허기질 때 햄버거 세트를 허겁지겁 먹고 나면 느껴지는 더부룩한 헛배부름과 같다.

헛된 만족, 헛된 채움, 곧 사그라질 비눗방울처럼 허황된...

반짝이는 거품을 잡으려 손을 뻗으면 거품은 요란하게 번쩍이며 터진다.

그리고 손에는 덧없이 끈적이는 미끌거림만 남는다.


이제는 나를 건강하고 참된 것으로 채우고 싶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미 너무 많은 것들로 가득해 공간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채우기 위해서는 깨끗이 비우고, 빈 공간에 다시 넣어야 한다는 것을.

미련하게 그득그득 끌어 모았던 것들을 이제는 하나둘씩 비워내 보려고 한다.

필요한 만큼만 알맞게, 갑자기 채우고 싶은 것이 생기더라도 넉넉히 채울 수 있게 비어있는 공간이 있도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