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uerdos :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알함브라 궁전이라는 이름 뒤에는 늘 '추억'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기타 선율이든, 드라마 제목이든, 그 이름은 어쩐지 아련한 기억을 부른다.
스페인어로 추억은 recuerdos(레꿰르도스)이다. recuerdos의 어원은 라틴어 Re(다시)와 cordis(마음, 심장)가 합성된 단어로 마음에 다시 새기다라는 뜻을 가진다. 다시 심장을 지나가는 것, 바로 기억과 추억이다.
그 의미가 확장되어 사람을 떠올리며 전하는 인사말의 의미로 확장되며 '안부인사'로 사용되기도 하고, 누군가나 어떤 장소를 기억하게 해주는 물건으로 확장되어 '기념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부엘링 항공을 타고 바르셀로나를 떠나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한낮의 해는 낯설 만큼 따사로웠고, 바르셀로나와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한 국가 안에서 도시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마치 다른 국가에 온 것만 같았다.
사실 여행을 계획할 때 그라나다를 여행지로 넣을 것인가를 두고 많이 고민했다. 스페인 영토가 생각보다 넓기 때문에 주요 도시 간 이동을 하려면 이동시간도 많이 걸리고, 게다가 우리는 포르투갈까지 함께 가는 일정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도시에서 오래 묵는 것이 여유롭게 여행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알함브라 궁전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세비야를 가는 길에 경유하는 일정으로 1박이라도 꾸역꾸역 넣었다.
숙소에 들려 짐을 푼 후 관람 예약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알함브라 궁전으로 향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알함브라 궁전으로 입장했다. 그라나다가 속한 안달루시아 지방은 800여 년 간 이슬람 왕조의 지배를 받았었다. 그중 그라나다는 이슬람 왕국의 수도이자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가 지은 왕궁이다. 왕가의 여름 별궁이자 정원인 헤네랄리페(Generalife)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다. 분수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 햇빛에 반짝이는 나무와 꽃들, 마치 동화나라로 들어가 시간이 멈춘 듯했다.
뷰포인트로 유명한 알카사바로 갔다. 24개의 망루를 가진 요새로 벨라의 탑에 오르면 그라나다가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펼쳐졌다. 쾌청한 하늘 아래 수채화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산, 그리고 누군가 한 번에 빚어놓은 듯한 건물들의 조화가 정말 이국적이었다.
이제 대망의 나스르 궁전으로 향했다. 예약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입장이 되지 않는다는 악명이 높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시간을 놓칠세라 예약시간보다 넉넉하게 일찍 가서 대기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여러 효과와 과학적 계산을 통해 지어진 건물이라 감탄이 나왔다. 가장 유명한 왕비의 정원에서는 "알함브라의 추억" 기타곡을 들으며 구경하니 한 폭의 그림 같았던 풍경에 숨결이 일어 살아 움직이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카를로스 5세 궁전을 둘러보았다. 건물 외관은 직사각형인데 내부는 원형 중정인 특이한 구조였다. 잠시 들린 화장실에서 햇살을 머금으며 여유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찰칵찰칵 셔터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식빵을 굽는 자세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든 고양이가 너무 귀여웠다.
마지막으로 기념품샵에 들러서 그라나다풍 문양의 타월을 샀다. 기억의 물질화, recuerdos(기념품)를 통해 알함브라 궁전에서의 기억을 다시 마음에 새기는, 진정한 알함브라 궁전의 recuerdos(추억)를 남겼다.
알함브라 궁전을 추억하며, 그라나다에게 안부인사를 전한다.
Recuerdos a Granada, con cariño
(그라나다에게 안부를, 애정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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