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춤추는 도시, 세비야

Bailar: 스페인 광장, 산타크루즈 지구

by viajera 비아헤라

그리스어 bállein(던지다, 움직이다)라는 단어는 중세 유럽에서 춤과 음악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라틴어 ballare(춤추다)라는 말로 의미가 확장되어 쓰이게 되었다. 춤이란 결국 움직임을 무대에 던지는 행위인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단어에서 영어의 ball(무도회), 프랑스어 ballet(발레), ballade(발라드, 원래는 춤곡을 의미했음) 파생되었고, 스페인어의 baile(춤), bailar(춤추다) 역시 같은 뿌리 두고 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특히 세비야는 플라멩코의 중심지이다. 플라멩코는 단순히 몸짓이 아니라 춤, 노래, 기타와 함께 삼위일체를 이루는 예술이다. 플라멩코에서는 ‘baile(춤)’는 곧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며, 플라멩코 무용수는 영혼을 담아 춤추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리스어 bállein(던지다)라는 씨앗이 ballare(춤추다)라는 뿌리가 되어 세비야에 와서 영혼과 감정을 무대로 던지는 행위(bailar flamenco)로 되살아난 셈이다.


또한 bailar는 단순한 동작을 넘어 삶의 은유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Bailar con la vida'를 직역하면 '인생과 춤추다'이지만, 의역하면 '인생을 즐기다'이고, 'Vamos a vailar'를 직역하면 '춤추자'이지만, 의역하면 '즐기자, 파티하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라나다에서 출발한 버스는 우리를 세비야로 데려다줬다. 먼저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나왔다. 카페의 야외테라스에서 크로켓과 정어리, 대구구이와 세비야의 로컬맥주인 크루즈깜뽀를 시켰다. 음식도 맛있고 서버의 서비스 또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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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 정말 매력적이어서 정처 없이 산타크루즈 거리의 골목골목을 누볐다. 골목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걷다 보니 알카사르 앞 무리요 공원이 나왔다.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 내려오니 스페인 광장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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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광장에 들어서자 먼저 Grande, 거대한 크기에 압도되었다. 그러나 이내 멀지 않은 곳에서 발 구르는 소리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플라멩코 공연이 한창이었다.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내면에서 뜨거운 무언가를 토해내듯 한 정열적인 춤이었다. 무용수는 온몸으로 감정을 던졌고, 나는 숨죽이고 공연을 지켜봤다. 결국 지갑 속 동전을 탈탈 털어 감동의 박수와 함께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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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인 플라멩코 공연을 뒤로하고 광장을 둘러보다 보니 이번에는 음악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구령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가보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대형을 맞춰서 쉬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플라멩코와는 또 다른 상큼한 느낌의 춤을 구경했다. 세비야는 정말 내가 상상했던 정열적인 이미지의 스페인 느낌에 가장 가깝게 구현된 도시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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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각 지방이 그려진 도자기 타일 벤치에 앉아 오르락내리락 춤을 추는 분수를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어스름하게 어둠이 드리워졌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지자 때마침 조명이 하나둘 불을 밝혔다. 밤의 스페인 광장은 낮과는 비교가 안되게 아름다웠다. 곳곳에 켜진 조명들이 일렁거리며 광장을 아름답게 비췄다. 믿기지 않게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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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도 잠시, 급격히 허기가 져 한식 식당으로 향했다. 스페인에 와서 처음으로 찾은 한식이었다. 소태같이 짠 스페인 음식 때문에 입맛을 잃었던 우리는 연신 "¡Que rico!(맛있다!)", "이거지!"를 외치며 눈물 나는 한국의 맛을 음미했다. 절로 춤이 나오는 맛이었다.




세비야는 baile(춤) 그 자체였다. 플라멩코 공연과 춤 연습하는 학생들, 일정한 박자로 움직이는 말들, 리듬에 맞춰 솟구치는 분수. 그리고 물결에 따라 흔들리는 물거울에 비친 광장의 그림자,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밤하늘 아래 일렁일렁 춤추는 아름다운 불빛. 그리고 입안에서 춤추던 한식까지. 세비야가 던지는 영혼을 온전히 느끼자, 내 마음도 춤추듯 두근두근 움직였다.


프라도미술관이 있는 대도시 마드리드, 관광중심지인 볼거리 가득한 바르셀로나, 이슬람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화려한 그나라다. 지금까지 지나온 도시는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스페인에 다시 간다면 어느 도시를 가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세비야라고 답할 것이다. 다른 어떤 도시도 아닌, 진정한 스페인의 매력이 농축되어 있는 세비야에 오래 머물며 골목골목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




bailar con Sevilla


세비야와 춤추다


세비야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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