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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아웨이브 Sep 20. 2020

영국 티룸(Tea Room)으로 초대합니다

꽃무늬 벽지와 작은 정원이 있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티룸.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Edinburgh).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번화가를 막 빠져나와 사람들이 드문드문한 골목을 거닐던 중, “맙소사, 여기 봐봐!” 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내가 늘 상상하고 그려왔던 그런 영국식 티룸(Tea Room)이었다. 왜 그런 곳 있지 않은가? 꽃무늬 벽지가 매력적인 촌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영국 동네 찻집. 작은 정원이 있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홀에서 홍차와 디저트로 오후를 보내는 곳. 갓 구운 빵과 쿠키 냄새가 가득 차 있는 곳. 바로 여기가 그런 곳이었다.           


티룸(Tea Room). 단어 그대로 티를 마시는 곳.

한국에서 런던으로 가기 전,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런던에서 에프터눈 티 (Afternoon Tea) 한 번은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영국 하면 ‘에프터눈 티’ 아니겠는가! 3단 접시에 층층이 쌓여있는 스콘, 쿠키, 샌드위치, 마카롱 그리고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배가 불룩한 티팟(Tea pot) 아줌마와 그녀의 어린 아들, 티 컵(tea cup)에 홍차를 마시는 그런 여유로운 오후의 상징, 에프터눈 티!     


그런데 막상 런던에서 지내는 동안 에프터눈 티를 접할 티룸에 가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런던 시내에 어느 정도 이름 있는 곳은 보통 일인당 20-30파운드 정도로 한화 3-4만 원 정도는 지불해야 했다. 막상 런던에 도착해 보니, 그 정도 가격으로 잠깐의 오후를 보내는 것보다는 관심 있는 미술 전시나 연극 한 편을 선택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블로그 검색으로 찾은 런던 티룸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세련된 현대식 인테리어였다. 천장이 높은 호텔 로비에 있을 법한 분위기. 그런 무드의 공간이라면 서울 안에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티룸 방문을 차일피일 미루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이렇게나 마음에 쏙 드는 분위기, 이렇게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티 룸을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나니 ‘와우!’ 명동 한복판에서 친한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홍차와 스콘이 포함되어있는 크림 티를 각각 시키고, 여기에 케이크를 하나 주문하기로 했다. 케이크는 다 먹고 싶어서 못 고르겠다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내게 동행하는 L이  “그럼 우리 두 조각시키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해준 덕분에 나는 영국이니까 빅토리안 케이크를, L은 피칸파이에 캐러멜과 초콜릿이 들어있는 파운드케이크를 선택했다.


어찌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있으랴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우아 뒷마당도 있다. 여름, 가을에는 뒤 뜰에 앉아서 티타임을 가지면 너무나 좋겠어!.’ ‘어머, 저기 찻장 좀 봐봐. 안에 잔들이 엄청 오래된 것처럼 보여’ ‘오래된 접시를 액자처럼 걸어 났네? 저것도 느낌이 좋!’ 하며 들뜬 마음으로 이 곳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주문한 티와 케이크가 나왔다. 맛은 어떠나고? 심지어 오픈 키친까지 있는 곳인데, 빵 굽는 냄새가 솔솔 코 끝까지 스며드는 곳인데, 맛을 말해 뭐하겠는가! 보기에도 좋았던 스콘이! 케이크가! 홍차가! 오븐에서 갓 나왔으니 물론 맛 또한 완벽 할 수밖에!               


빈티지 그릇들로 벽면이 꾸며 놓은 티룸.  뒷 문 창으로 뒤 뜰이 보인다.


보통 영국 티룸에 가면, 크림 티(Cream tea)라는 메뉴를 볼 수 있다. 글자 그대로 ‘크림을 넣은 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식사대용으로 먹었던 차와 샌드위치, 디저트 등을 명칭 하는 ‘에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간소화한 것으로 크림 티는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딸기잼 그리고 홍차를 곁들인 세트를 의미한다.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도 우리에겐 생소한데, 버터와 생크림의 중간 정도 되는 질감을 갖고 있는 크림으로 단맛은 없다.      


이 크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나 들었는데, 한국에서 탕수육을 먹을 때 부먹과 찍먹으로 취향이 나뉘듯이, 영국에서는 스콘을 먹을 때 딸기잼을 먼저 바르고 클로티드 크림을 얹는지, 반대로 크림을 먼저 깔고 잼을 올리는지가 논쟁의 ‘거리’가 된다고 한다.

‘이거나 그거나 입에 들어가면 뭐 같은 맛이지 않나?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했지만, 탕수육에서 부먹과 찍먹의 엄청난 다름을 인정하고는 ‘아, 아주 다르지! 크림과 딸기잼, 순서? 엄청 다를 수 있겠어!’ 라며 잠시 미각의 세계를 거만하게 치부했던 찰나의 시간을 반성했다.       


크림 티와 케이크, 그리고 꽃무늬 잔!

    


여기는 영국 티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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