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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아웨이브 Oct 13. 2020

그리스 웨딩에 초대받다 #2

청첩장도 특별한 그리스 결혼 

청첩장.

이 그리스 결혼식이 예사롭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청첩장을 받는 순간 알게 되었다. 


우리를 그리스 결혼식에 초대한 친구 엘리자베스가 청첩장을 내밀었다. 한국에서 보통 오고 가는 카드가 아니었다. 연필이 들어갈 정도로 옆으로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나무 케이스. 이 나무로 만든 케이스에는 유선지처럼 얇은 종이가 돌돌 말려져 있었다. 그리스어로 날짜와 결혼식 장소, 그리고 당신을 초대한다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엘리자베스의 말. “ 이 케이스 그림은 엄마가 그린 거야” “뭐? 엄마가 직접 다 그리신거라고?” 그랬다. 나무로 만든 이 ‘초대장’에는 산과 나무, 그리고 꽃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화가인 엘리자베스의 어머니가 결혼식 6개월 전부터 무려 500명의 하객을 위해 일일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려 넣으셨다고 했다. 


신부의 어머니가 직접 그림을 그리신 청첩장.  청접장 간직하고 있긴 처음.



초대장에도 이렇게 정성이 들어가있는데, 결혼식은 어떨까? 


결혼식 당일, 엘리자베스의 남자 친구 알렉시스의 차를 타고 마을을 벗어나 산 중턱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내리니 작은 성당이 보였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결혼을 축하하는 표식인 하얀 레이스와 함께 꽃 장식으로 사방이 꾸며져 있었다. 정장과 드레스로 한껏 차려입은 하객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검은 턱시도를 입은 신랑, 그리고 검은 사제복을 입은 연세 지긋해 보이는 신부님의 주례와 함께 예식이 시작됐다. 성당 내부가 작아서인지, 그리스 예식 전통 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성당 내부가 아닌 문이 굳게 닫힌 성당 앞에서 한 시간 남짓으로 약간명의 하객과 함께 종교적 예식이 진행되었다. 


그리스 성당 예식은 한국과는 달랐다. 그리스는 정교회라고 불리는 한국의 성당과는 다른 종파이기 때문이다. 보통 영국을 제외한 서유럽 국가 대부분은, 그러니까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과 같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당들은 한국 종파와 같다. 그리스와 러시아, 이 두 나라가 정교회를 따르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때문에 성당의 건축물도 신부님의 사제복도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성당에서 진행하는 결혼 절차도 달랐던 것이다. 

      




성당 예식이 끝나고 6살 꼬마 여자아이 소피아가 바구니에 가득 담은 쌀을 여기저기 뿌렸다. 쌀이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고 했다. 곡식이 주는 의미는 동서양이 같나 보다. 신랑 신부의 앞길에 좋은 일이 가득하라고 뿌리는 쌀은 오늘만큼은 꽃가루 못지 않으리.

      


그런데, 본 결혼식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놀라운 사실. 

사실 오늘 결혼식을 참석하러 집에서 나올 때 우리는 여행 케리어를 끌고 왔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오늘 결혼식을 위해 1박 2일을 지낼 옷가지들을 가져왔다는 말이다. 맞다. 밤을 불태울 예식을 위해.     


성당을 나와 근처 한 호텔에 도착했다. 호수와 정원을 끼고 있는. 우리를 포함한 엘리자베스의 친구들은 이곳에서 체크인을 했다. 엘리자베스의 이름으로. 

500명 정도의 하객 모두는 아니지만, 엘리자베스의 친구들 20여 명의 몫으로 이미 예약이 되어있었다. 

(그리스 웨딩에 초대받다 #3 에서 계속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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