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할 수 있게

생각도 안나는 어린 시절을 누군가 기억하는 것

by 섬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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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에 신입 관원들이 들어오게 되면 첫 운동할 때의 사진을 되도록 찍어놓는다.


왜냐고? 나에겐 그런 사진이 없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태권도와 합기도를 오래 수련한 유단자이며 지도자이지만 나도 한 때는 어색한 도복을 입고 하얀 띠를 매던 시절이 있었다. 근데 그때의 사진이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그 당시 나의 모습은 어땠는지 정말 궁금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지 않는 이상 이제는 볼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 처음 배울 때의 옛 모습을 떠올리면 흑역사, 감추고 싶은 모습, 찌질한 모습, 어딘가 어리숙한 모습, 풋풋할 때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무언가라는 분야에 중급 이상이 되고 어느 정도 삶에 안착이 되었을 때는 그 옛 모습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어렴풋이 실루엣만을 기억할 뿐...


우리 속담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나는 우물 안 개구리인지 우물 밖 개구리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알을 뚫고 나온 올챙이였던 것은 분명하고 그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고 싶다. 아니 추억이 하고 싶은 건가...?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현재의 내가 있고 현재의 내가 있기에 미래의 내가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때 그 올챙이였던 나란 놈이 이제는 너무 징그러운 개구리가 되었다는 게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함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에는 미래의 더 징그러워졌을 개구리인 나에게 추억을 주기 위해 사진을 자주 찍는다. 나 혼자 나온 셀카도 좋고 체육관에서 아이들과 같이 찍은 사진이라면 더더욱 좋고.



지금 우리 체육관에 운동을 배우러 들어오는 신입관원이라면 이런 올챙이 사진은 건질 수 있다. 내가 반강제적으로 찍어서 보내 주기 때문에. 신입관원의 연령대가 어리다면 그 혹은 그녀의 부모님에게 메일이나 문자메시지, 카톡 등으로 보내드리기도 한다. 내 자식이 아닌데도 이렇게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예쁜데 본인의 자식이라면 얼마나 더 흐뭇하고 좋을까? 그 기쁨과 행복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당신의 모습이 찌질하게 느껴지는가? 어리숙해보이는가? 그럼 더더욱 좋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능력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외모가 변할 때마다 그냥 심심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두고 파일을 하나 만들어 저장해두어라. 당신이 인생을 갈고닦는 동안에 내/외적으로 많이 변할 것이며 나중에 그 모습을 보며 추억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할 수 있게 기록을 남기는 역할. 그것 또한 사범인 나의 몫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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