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

문장 앞에 수식어 하나 넣어주세요

by 섬피플


체육관에서 수련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그날 나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수련 분위기가 그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 말은 내가 기분이 좋을 때면 수업이 잘 풀리고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수업이 잘 안 풀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도 당연히 사람인지라 매일 기분이 좋을 수 없으며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개인적인 문제를 마주할 때면 어쩔 수가 없다. 무탈하게 지나가는 것이 BEST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1시간의 수업을 풀어나가는 것에 있어서 나의 감정이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좋은 점이 많은 듯하다. 나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고 잘 웃는다. 이러한 것들 덕분에 내가 지도자라는 일에 있어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기분이 태도가 되어 수업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부터는 최상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최고의 기분으로 항상 최상의 퀄리티로 수업을 하며 아이들의 어떠한 행동에도 화를 내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건 너무 인간미 없잖아... 그리고 본 적도 없거니와...


최고의 기준을 잡지 못하는 부족한 사범인 나로서는 최악의 기준을 잡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최고의 컨디션과 기분일 때는 완전 미친놈처럼 음악을 크게 틀고 기합을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려 복식호흡으로 소리를 지르며 운동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체력이 완전 바닥날 정도로 움직인다. 이에 수련생들도 앞에서 지도하는 미친놈을 따라 하려니 미치도록 운동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내가 주의하는 점은 수련생들도 반드시 기분 좋게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나만 신나서 나만 좋아서 하는 수련은 나 혼자일 때 하면 된다. 하지만 나의 역할은 운동을 배우는 사람들이 이 운동에 미칠 수 있도록 끌어내는 것. 최고의 기준에서는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 중 누군가 기분이 안 좋거나 다치지만 않으면 좋게 흘러 가는 경우가 많다. BEST는 나도 즐겁게 미치고 수련생들도 즐겁게 미치는 것.



이제 내가 신경 쓰는 최악의 기준에서는 우선 모든 의욕이 다운되어 있고 컨디션 난조로 시작한다.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아무 움직임도 일으키기 싫은 상태일 때다. 이런 날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상대에게 더욱 집중한다. 평소에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수련생들의 자세를 이런 날에 오히려 더욱 잘 발견하게 된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너무 복잡한 상태라 탈출구를 상대에게서 찾는 듯하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일단 생각을 버리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일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일에 포커스를 두고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수련생들에게 백프로 맞추는 것이 좋다.


이럴 때 보면 위에서 말한 인간미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앞굽이 할 때 앞 무릎은 발목과 90도로 세워야 하고 뒷무릎과 허리는 곧게 펴서 자세를 만들며 앞발은 정면으로 향해야 하고 뒷발은 앞발 대비 30도 내외의 각도를 유지해야 하고 양 발 사이의 간격은 주먹 하나 크기가 들어갈 정도로 맞춘 너비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읊고 있으면 세상 인간미 없는 태권도 교정 기계처럼 보인다.


최악의 기준에서는 마찬가지로 누군가 운동을 하며 다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내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BEST이다. 이 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부분으로 나를 좋아하는 수련생들도 많다.

이론과 실기를 골고루 배울 수 있기도 하고 운동이 지겹지 않아서 좋다고 말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이 문장에서 수식어가 하나 빠져있다. '나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예를 들어 좋은, 활발한, 짜릿한, 흥분되는, 열정적인 등의 수식어가 문장 앞에 붙는다면 좋을 때도 많다는 것을 적어도 나의 일에서는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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