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뿐이다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려 병원 진료를 받고 왔다.
월요일 오전, 이 동네 환자들은 다 이 병원으로 와있는 듯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연로하신 분들이 병원에 많이 계셨고 나는 연로하진 않지만 이 무리에 끼어있었다.
나는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한쪽 구석탱이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적어도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멈추지 않는 기침에 반드시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겠다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병원에서 취향존중이란 무시한 채 틀어놓고 있는 홈쇼핑을 보다가
문득 앉아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았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거지? 분명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거야.
예전보다 아픈데도 많아지고 의욕도 떨어지잖아.
그리고 지금 살아온 만큼 더 살면 저분들과 같은 모습이 되려나?"
이런 생각이 든다.
주름이 생기고 머리가 하얗게 혹은 아예 벗겨지고
허리도 못 펴 거동이 불편해진 나의 모습.
병원 대기실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나의 모습.
나이가 든 다는 게 두렵기도 설레기도 하다.
때에 맞춰 할 일들을 잘했다면 후회가 없을 것이고
제때 하지 못한 일들이 생각난다면 후회가 클 테지.
나에게 있어서 나이를 먹고 늙는다는 것은
외적인 모습이 변하는 것보다는
내적 만족이 되지 않을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
어릴 때부터 '죽음을 코앞에 둔다면 무엇을 후회하겠냐'라는 질문에
나는 항상 같은 대답을 했다.
하고 싶은 것을 못했던 일들, 그때 한 번 용기내면 되는 것을 겁먹은 일들,
이런 게 후회되리라고.
나는 그냥 한다. 그냥 생각나면 하고 그냥 하고 싶으면 한다.
그 속에서 많은 좌절을 느끼기도 생각한 것과 달라 당황하기도
역시 하길 잘했다는 안도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도 잠시 뿐이다.
중요한 건 지금 그토록 체면 차리고, 자존심 세우고, 두려움에 싸여 숨는 이 인생도 잠시 뿐이다.
잠시 뿐인 인생이라 앞으로도 그냥 할 것이다.
하고 싶으면 하고 두려워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