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당신이 더 모를걸요?

by 섬피플

나는 아이들을 참 많이 좋아한다. 내 자식이 아님에도 그렇게 예쁘고 소중할 수가 없다.

내 자식이 아니라서 그런가..? 오직 체육관에서 마주하는 스승과 제자 관계라서 그럴 수도..?



현재 나는 태권도 사범을 하고 있지만 처음 사범이라는 직책의 일을 시작하게 된 건 2014년 2월, 24살이란 어린 나이에 합기도 체육관에서였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기에 예체능계로 대학 진학을 하고 싶었으나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저 그 당시 다니던 체육관에서 계속 운동하며 나도 사범이 되고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와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려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이공계 전문대로 진학하고 졸업을 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미련이 남아 취미로라도 운동을 이어가자는 생각에 내가 다녔던 합기도장을 방문했고 당시 진로 고민을 하다 하다 못해 포기해버린 상황에서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꿈에 그리던 지도자라는 멋진 말로 도장에서는 사범으로 불리는 그 일. 기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며 당연히 5살부터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 성인까지 사제지간으로 다양한 연령층을 마주했다.


무술을 수련하는 연령층은 시대가 지날수록 점점 낮아진다. 유치원생이 합기도를 하고 태권도를 한다고..?


무시하는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이들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며 그저 맞벌이로 돌볼 시간이 없기에 혹은 친구들 사귀기 좋으니까 아이를 맡기는 곳으로 체육관을 생각한다.


도복 입고 냥냥 펀치 날릴 것 같은 모습에 마냥 귀엽게 생각되겠지만 돈을 받고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막막한 게 사실이기도 하다. 나는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은 그것들을 배우고 본인의 것으로 소화해야 하니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아니겠는가? 제공을 하고 제공을 받고 그렇게 상생하는 삶.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5살임에도 운동신경이 굉장히 좋고 집중도와 습득력이 좋아 금방 배우고 실력이 늘어가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중. 고등학생임에도 본인의 팔과 다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있다.


수련생의 부모님들을 체육관으로 불러 모아 공개적으로 심사를 하거나 여러 체육관들이 참여하는 대회에 나가서 보면 어른들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저렇게 어린아이들이 붕붕 날아다니고 씩씩한 기합으로 격파를 하고 겨루기를 하고 장애물을 넘는 모습을 볼 때 말이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모른다고 기회를 안 주었을 뿐 잘 배우고 활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어른보다 더 잘할 수도 있다.



사범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도 많은 반성을 했다. 잘해보고 싶고 잘할 수 있는데 기회조차 주지 않던 세상을 미워하던 것처럼 아이들도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을까? 이제 다시는 그런 폐쇄적인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몸으로 하는 것이 운동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혹시나 있을까 해서 덧붙여본다. 그저 단순 반복의 움직임이 아닌 이상 모든 무술에는 원리가 있으며 포인트들이 있다. 모든 과정은 교육이라는 인풋(input)이 수련생에게 전달되며 수련생 스스로는 이것들을 이해와 응용이라는 부분으로 섞어(mix) 실행, 반복, 연습이라는 아웃풋(output)으로 나타나게 된다.


즉 아무것도 모른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해낸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교육을 받았고 스스로 탐구하는 능력이 있고 그걸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나이가 어린이일 뿐 부적합자, 무능력자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색이 섞여 결국 검정으로 변해버린 어른들보다 다양한 색감을 가질 수 있고 그 색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자기만의 색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당신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