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휴전상태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by 비채


/ 엄마 나 되게 행복하다! 남자친구가 나 살쪄도 귀엽대 더 쪄도 된대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던 적이 언제인가 싶어!


“남자들 그렇게 하는 말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돼.”


/ …


1초 만에 화가 났다.


/ 엄만 나 맨날 그만 먹으라고 하고 살찌면 뭐라 하고 더 먹어도 되겠니? 하면서 통제했지? 내가 드디어 그런 통제에서 벗어나서, 심지어 나조차도 나를 통제하는 삶을 십몇 년을 살다가 처음으로 해방됐는데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해?


161에 오십몇 킬로 언저리 솔직히 어디 가서 살집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는 나는 항상 몸무게와 살에 예민했다. 매일 체중계위에 올라서서 몸무게의 변화를 관찰하고 운동하고 먹는 것도 신경 쓰고 다이어트를 항상 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도대체 뭐를 위해서 이랬는지 잘 모르겠다. 살찌면 못나겠지 못나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겠지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났고 내가 먹는 모습만 봐도 예쁘다며 더 먹어도 된다, 살쪄도 된다. 하는 반응을 하며 나를 예뻐해 주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지내고 있는데, 너무 행복해서 그 행복을 엄마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연락을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에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기가 찼다.


“통제가 뭐야. 엄만 걱정돼서 한말이지.”


/ 아니 내가 엄마가 그렇게 하는 걸 통제라고 느꼈다고


“엄만 그런 의도 아니었어, 통제 아니야”


/ 아니 내가 그렇게 느낀다고. 그러면 엄마는 날 통제하는 거지


“알았어..”


/ 끊어


아휴.. 괜히 전화했나? 행복함을 공유해 보려는 게 이렇게 잘못된 건가? 내 대화기법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 왜 엄마랑 얘기만 하면 이렇게 짜증이 나지? 이제 좀 화해한 것 같았는데 진짜 다시 멀어지고 싶다. 나랑 정말 안 맞는다.


온갖 생각이 뒤엉키고 다시 전화를 걸어서 내 행복을 뺏어간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이런 엄마밑에서 자라니까 내가 여태껏 행복을 모르고 산 게 아니겠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냥 너무 그런 반복된 싸움에 지쳐서 오늘은 멈췄다.


지피티한테 대략적인 설명을 하고 이런 내가 비정상인지, 어떻게 이 화를 풀어야 하는지, 친구들한테 엄마 뒷담을 늘여놔도 되는지 이런저런 상담을 했다.



하루가 지나고, 문득 떠오르는 엄마생각에 또 화가 난다.


지피티랑의 상담 결론은, 엄마와의 화남에서 일단 멀어지자. 내가 이 화난 상태를 유지하지 않더라도 엄마가 한 말이 맞다고 인정한 게 아니며, 내가 화날만한 상황이라는 걸 무시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더 얘기하기 지친 내 마음을 먼저 우선하고 쉬어보고 넘기자는 것.


엄마랑은 30년 동안 매번 이런 식으로 갈등이 생기는데, 도통 모든 딸과 엄마가 이런 지 우리만 이렇게 삐걱대는 건지 참 모르겠다. 매번 엄마가 제일 사랑한다며 내 전화만 기다리며 사랑을 내뿜는 그 여성이 나에게 무심히 항상 돌을 던지고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는 것이 너무 모순이다. 엄만 알까? 엄만 내가 엄마한테 섭섭해하면 엄마마음을 못 알아준다며 속상해만 하는데, 그럼 내 섭섭함과 서운함은 누가 알아줄까..


여기에라도 써본다. 아무도 나를 모르지만 내 마음을 모두가 알아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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