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괜찮은 척이 익숙한 사람

― 나를 숨기고, 외로움에 익숙해졌다

by 비추리



가볍게 웃고 있지만,

마음의 무게를 느낄 때가 있다.


겉은 밝고 자기표현에 능숙해 보이지만

안은 조용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햇살이 눈부신 날,
방 안으로 빛이 새어들지 못하게

암막 커튼을 치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커튼을 치고 있었다.


아무 일 없는 듯 잔잔했지만,

사실 나는 애써 버티고 있었다.


평온한 얼굴 뒤로,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하루를 견뎠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듯 살아온 시간이 길었다.




산책을 하던 밤,
가로등에 비친 내 그림자를 보았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분명 혼자였지만

아무 말 없이 곁을 지키며,

조용히 함께 걷는 내가 있었다.


나와 함께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울컥, 마음에 파도가 밀려왔다.

순간 나의 곁에 다정히 머물고 싶어졌다.




내게는 지금 함께 사는 가족이 있지만,
이전에 함께 살아온 가족이 있다.
지금은 그들과 거리를 두고 지낸다.


멀리서 보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나는 먹구름을 잔뜩 안고 살고 있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본다.




나는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외면한 채
습관처럼 멀쩡한 얼굴로 버티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제자리를 찾고 싶었다.

조급한 마음으로 바둥거리며 애썼다.


그렇게 다잡고 달래도
그 마음은 결국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헤매도 어쩔 수 없지.
이게 나잖아.
그저, 시간이 필요한 나를 기다려주는 것 외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네.

괜찮아.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내가 네 옆에서 걷고 있을게.


그렇게 말해줬다.


마음에 구멍이 뚫린 채,

견디고 있는 내게.




괜찮은 척을 멈춘 건
용기라기보다, 지쳐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지침 속에서, 나는 나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날 산책길의 나는,

비로소 가면을 벗고
진짜 나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안의 그림자를 마주하며,
여정은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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