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대웅 작가님과 참여한 작가님들은 모두 내 글쓰기 스승
작가님의 글쓰기 세미나는 그동안 써온 글의 바탕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시간이었어요. 무엇을 중심에 두고 써왔는지, 무엇을 두려워해 드러내지 못했는지, 어떤 부분을 놓치며 써왔는지를 생각하게 했어요. 그 과정에서 그동안 익숙하고 편했던 것들에서 벗어날 필요를 느끼게 되었네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에는 직장에서 작성하던 보고서나 보도자료 정도가 전부였던 때문인지, ‘나’를 철저히 배제한 글을 써왔어요. 그러다 보니 브런치에 쓴 글에서도 나를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았고 두렵기까지 했어요. 처음엔 그런 점을 의식하지 못했지만 1년쯤 쓰다 보니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고, 최근에는 하나의 고민으로 자리 잡았어요. 세미나 3회 차에 “나를 위한 글쓰기” 항목이나 글쓰기의 출발점은 ‘나’라는 작가님의 강조를 통해, 에세이가 아니더라도 나 자신이 글의 중심에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주로 써온 글은 자연에서 마주한 것들을 담아낸 글이었지요. 바라본 풍경, 좀 더 깊이 들여다본 식물과 자연 속에서 느낀 소감을 풀어낸 글이었어요. 거기에 생태적인 이야기를 덧붙였지요. 그런데 돌아보니 느낌은 있었지만 감정은 없었어요. 이번 세미나는 비문학 중심이어서 그 부분에 대한 상세한 언급은 없었으나, 예시로 제시된 무라카미의 글을 보면서 문득 느끼게 되었지요. 물론 나의 내면을 드러내 표현하고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 일은 그동안 제 글쓰기 성향이나 능력으로 보아 앞으로도 쉽지 않은 영역이겠지만, 천천히 해봐야겠어요.
그리고 하나의 문장이나 문단에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구조를 놓쳤던 점도 알게 되었어요. 자연을 대할 때도 너무 가까이에서만 보려 했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흔히 말하듯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셈이지요. 마지막 세미나에서도 언급했듯이, 기승전결, 서론-본론-결론 같은 전체적인 구조를 갖추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추상화-구조화-상세화 같은 과정을 거쳐야 완성도 높은 글이 된다는 점도 유념해야겠어요. 그동안 이런 구성은 소설이나 극본에나 필요한 줄 알았지만, 어느 글이든 구조는 중요한 토대임을 배웠지요. 서두와 결론이 매력적이고, 내용과 관점이 참신하고, 개별 문장이 아름다운 데 더해 전체 구성까지 탄탄하다면 그것이 작가님이 말하는 ‘좋은 글’의 바탕이 되지 않을까요.
세미나 진행 방법도 좋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강의 방식이었다면 저는 그저 듣기만 했겠죠.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말하는 부담 때문에 그런 방식이 편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참여한 작가들이 글쓰기 경험과 방법을 나눌 수 있도록 말하고 듣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였어요. 시간이 갈수록 토론이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이어졌어요. 물론 참여한 작가님들의 남다른 글쓰기 경험과 역량 덕분이기도 했고요. 작가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능숙하게 글을 쓰는 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점이 위안이 되었지요. 무엇보다 고민을 말하고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글쓰기 방향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그러니 참여한 모든 작가분이 제 글쓰기 스승인 셈이지요.
마지막 토론 주제였던, ‘내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 비평’을 듣는 기회가 없어 조금 아쉬웠어요. 비평을 듣는 것이 이 세미나의 참여 목적은 아니었지만, 내 글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은 늘 궁금했고 부족한 점을 자각하지 못하니 때로는 답답하기도 했거든요. 합평이든 어떤 형태로든 비평을 듣는 기회를 가져야겠어요. 스스로 보지 못한 점을 보여줄 테니까요. 설령 아픈 비평으로 인해 움츠러들거나 상처를 입을지라도, 비평은 글에 대한 지적이지 나에 대한 지적이 아니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겠죠.
‘글쓰기의 즐거움’에 대해 토론하면서, 나는 갈수록 즐거움은 사라지고 부담감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내 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고 글을 쓰게 하는 동기부여가 사라져서 흥미도 함께 떨어졌다고도 했어요. 그런데 작가님은 글 쓰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지요. 그 말이 내내 잊히지 않았어요. 후기를 쓰기 전에 발제문의 그 부분을 다시 읽어보았지요. “내 생각과 느낌을 글로 온전히 표현”했을 때의 즐거움은 여전히 내게도 낯설지 않은 감정이었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그런 순간이 찾아오곤 하니까요. 가끔만으로도 한 걸음 더 내디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 그 ‘가끔’이 조금이라도 더 자주 찾아오는 날을 기대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