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른아침 Feb 09. 2024

새들이 비행하는 방식

직박구리를 관찰하면서

몇 년 전에 딸기를 기른 적이 있다. 아파트 발코니 밖 난간에 화분을 걸어 놓고 한 포기를 심어 가꾸었다. 어릴 적 집 주변 빈터에서 자라던 딸기의 새콤한 맛이 그리워서다. 형들이 먹기 전에 따려고 수시로 발걸음 했다. 끝부분이 막 붉어지기 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졌다.

     

발코니 밖 화분에서도 딸기가 익어갔다. 가족이 하나씩 먹어도 될 정도로 열려 느긋했다. 어느 주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입에 고인 침을 삼키며 발코니로 나가 창문을 열었다. 나 먼저 놀란 새가 소란스럽게 날아갔다. 놀란 만큼 더 멀리 날아갔다. 놀란 가슴을 쓸며 딸기를 살폈더니 익은 딸기만 골라 부리로 쪼아 먹은 흔적이 뚜렷했다.

    

움푹 파인 딸기보다 오르락내리락하며 물결 모양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강렬했다. 상승과 하강을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하는 흐름이 율동감 넘치는 아름다운 비행이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생생했다. 어렵게 새의 이름을 알아냈다. 직박구리였다. 이름을 알게 되니 더 관심이 가고 나는 모습이 눈에 들기 시작했고 계속 관찰하게 되었다.

< 그날 직박구리가 율동감있게 날아가던 모습 >

직박구리가 멀리 날아갈 때는, 짧게 몇 번 퍼덕이는 날갯짓으로 상승한 다음 날개를 몸에 붙이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며 물결치듯 비행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흔히 하는 비행술이다. 가지에 앉을 때는 꽁지깃을 활짝 펼쳐 속도를 줄인 다음 몸을 세우고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내려와 앉는다.

     

직박구리는 정지비행도 한다. 겨울에는 나무 열매 중에서도 붉은 열매를 즐겨 먹는데 남천, 팥배나무 열매같이 작은 것들부터 감처럼 큰 열매도 잘 먹는다. 좀작살나무의 열매를 먹을 때는 나뭇가지가 가늘어서인지 가지에 앉지 않고 제자리에서 비행하기도 하였다.

     

직박구리 날아가는 날갯짓이 눈에 익자 그때부터 다른 새들이 날아가는 모습도 눈에 보였다. 저마다 나는 형태에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점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새의 비행방식에는 날갯짓 비행과 활상으로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날갯짓 비행은 날개를 위아래로 퍼덕이며 나는 가장 기본적인 비행방식이다. 활상은 날개를 퍼덕이지 않고 편 상태로 공중을 미끄러지듯이 나는 방식이다. 한 가지 방식으로 비행하지 않고 제 몸의 형태와 날개 구조에 맞게 그리고 목적과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을 혼합하여 사용한다.

     

<하늘의 나그네 철새, 국립생물자원관 2014년>



날갯짓 비행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날개를 쉬지 않고 움직여 대체로 수평을 유지하며 이동하는 직선비행이다. 오리류, 기러기류 등이 날아가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직박구리가 나는 방식으로 지나온 궤적이 물결모양을 닮아 파상비행이다. 날개를 빠르게 퍼덕여 몸을 공중으로 띄운 다음 날개를 접어 몸에 바짝 붙이고 내려가는 방식이다. 날개를 퍼덕이고 몸에 붙이는 동작을 차례로 반복하여 오르락내리락하며 비행하는데 결과적으로 수평을 유지한다.  딱따구리류, 지빠귀류 등 주로 작은 새들의 비행법이다.  

   

세 번째는 날갯짓으로 상승한 후 날개를 접지 않고 펼친 채 잠시 활상하는 방식이다. 직박구리의 비행방식인 두 번째 방식과 비교하면, 다음 날갯짓까지 날개를 접지 않고 펼친 상태를 유지하는 점이 다르다. 까마귀류, 가마우지류, 왜가리류의 비행법이다.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비행법도 구별된다.

     

활상(滑翔)은 날개를 그대로  채 상승기류를 타고 날개의 양력을 이용하여 비행하는 방식으로 힘이 덜 든다. 활상 비행하는 동안 좌우 날개를 기울이며 속도나 방향도 쉽게 바꿀 수 있다. 앨버트로스는 활상만으로도 먼 거리를 빠르게 비행할 수 있다.

    

범상(帆翔)은 날개를 펼친 채 상승기류를 타고 빙빙 돌며 활상하는 비행법이다. 활상은 직선으로 날고, 범상은 원을 그리는 차이만 있다. 새매 같은 맹금류들이 하늘에서 먹이를 찾거나 겨냥하려는 비행이다.

     

정지비행도 있다.

벌새가 가장 뛰어나다. 꽃에서 꿀을 따먹을 때 정지비행을 하는데, 날개를 위아래로 어깨부터 완전히 뒤집으며 8자 모양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날갯짓의 방식은 다르지만 몇몇 작은 새들과 솔개나 물수리 같은 맹금류 도 짧은 시간 정지비행을 할 수 있다.

      

바다에 가면 갈매기를 보게 된다. 해변을 걷기도 하고 낮게 날며 먹이를 찾기도 한다. 날개를 천천히 일정하게 퍼덕이며 직선이나 곡선으로 날기도 하고, 기류를 타고 범상하며 선회하거나 활상해서 내려오기도 한다. 온갖 비행술로 자유롭고 거침없이 하늘을 나는 모습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다.

    

내겐 날개가 없다.


* 새의 비행방식에 대한 구분과 용어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아 보이며, 이 글에서는 '세계의 철새 어떻게 이동하는가?'(폴 컬린저 저)구분과 용어를 일부 가져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 발의 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