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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Jan 05. 2024

새 발의 피

한 줌 피를 어떻게 볼 건가?

‘새 발의 피’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속담과 같은 말이다. 정말 새 발에는 피가 적은 지 맞다면 왜 적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새에 관심 가지기 시작하면서 갖던 의문이었는데 잊히다 겨울이 되어 철새가 찾아오면 다시 알고 싶어 지기를 반복했다. ‘새의 언어’ 책을 보고 실마리를 찾았다.

  

'발의 ' 사전적으로 “새의 가느다란 발에서 나오는 피라는 뜻으로, 아주 하찮은 일이나 극히 적은 분량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오래전부터 관용어로 사용해 왔으므로 경험상 관찰된 현상을 보고 착안하였을 말일 것이다. 그러면 과학적 타당성은 어떨까?

     

먼저, 새 다리의 뼈대 구조를 보자. 인간과 새의 다리뼈 구성은 끝부분부터 발가락뼈(①), 발목뼈(②), 종아리뼈(③), 무릎관절, 넙다리뼈(④)로 비슷하다. 그런데 형태는 약간 다르다. 인간은 발가락뼈와 발목뼈가 일직선에 가까운데 반해 새는 90° 정도 굽었다.      

<새와 인간의 다리뼈 구성>


외관상으로 보면, 새 다리에서 인간의 종아리처럼 보이는 부분이 발목뼈(부척골)이고, 인간의 허벅지처럼 보이는 부분은 종아리뼈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새는 인간의 발에 해당하는 뼈들이 결합해서 길고 곧은 다리 같은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인간은 발가락과 뒤꿈치까지 발바닥 전체로 땅에 닿게 걷지만 새는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발가락으로 걷는다. 인간과 새 발 구조의 차이점이다

   

관절이 꺾인 방향으로 비교하면 이해가 좀 더 쉽다. 무릎은 앞쪽으로 튀어나오고 발목 관절은 뒤로 튀어나오도록 접혀야 한다. 그런데 새의 다리를 보면 무릎이 인간과 달리 뒤로 불룩하게 접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무릎이 아니라 발목 관절이기 때문이다. 새의 무릎은 몸 가까이에 있고 깃털로 덮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가 통닭을 먹을 때 살이 통통하고 부드러워 좋아하는 부위가 닭다리인데, 그 부분이 인간으로 치면 허벅지라고 흔히 생각하고 있으나 사실은 종아리다. 또 술안주로 먹는 뼈 없는 닭발도 실은 닭 발가락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테다.

    

새 발은 그림에서 ①과 ②번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가느다란 뼈와 힘줄을 가죽 같은 피부로 덮고 있다. 또한,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근육은 위쪽 부분인 종아리와 허벅지에 몰려 있어 그곳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발 부분은 구조상 가죽 같은 피부인 데다 기능상 움직임도 적어 피가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다.

      

우리 선조들이 관찰한 경험상으로나 후대에 학자들이 밝힌 과학적으로나 새 발에는 피가 적은 건 사실이고 ‘새 발의 피’라는 말은 정확성과 타당성을 확보한 말이다.


그렇다고 새 발을 하찮거나 가벼이 보아서는 안된다. 가늘고 속 빈 뼈에 얇은 피부와 몇 가닥 힘줄이 전부인 다리로 어려운 일들을 해낸다.


차가운 물속에서 걷거나 헤엄치면서도 춥다고 들어가기를 주저하거나 꺼려한 적도 없고, 제 발보다 더 가는 나뭇가지에 앉아 자면서 바람이 흔들어도 균형을 잃고 위태로워 본 적도 없다.


때로 사납기도 한다. 덩치가 저보다 크던 작던 한번 움켜쥔 먹이 숨통을 끊을 때까지 지치거나 힘들다고 놓아본 적도 없다.


새 발의 피로 해내는 것이다.

     

* 많은 부분 ‘새의 언어’,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책에서 배우고 참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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